영국 성공회가 하느님에 ‘아버지’를 뒤에 붙이는 것을 성별(gender) 중립적 표현으로 고쳐 부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성공회는 올해 주교들이 예배에서 하느님을 언급할 때 ‘남녀 성별’을 반영한 언어를 사용하는 프로젝트를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개최되는 성공회 총회(교회 입법기구)를 앞두고 전례 위원회에 이 같은 내용의 서면 질의가 제시되면서 계획의 세부 내용이 드러났다.

바스&웰스 교구의 조안나 스토바트 신부는 질의서에서 “하느님을 남성 대명사로 부른 것에 대해 회중에게 대안을 제시함에 있어 무슨 조치가 취해지고 있는지”, “더 포용적 언어를 개발하는 것과 관련하여 어떤 진전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이에 전례 위원회 부위원장인 마이크 입그레이브 은퇴 신부는 “우리는 수년간 하느님에 관해 성별 언어를 사용하는 방안을 신앙 및 직제위원회와 협력해 탐색해왔다”며 “양 위원회의 일부 대화 끝에 성별 언어에 대한 새로운 공동 프로젝트가 올봄에 시작할 것”이라고 답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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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성공회 내부에서도 첨예한 반응이 나타났다. 교회의 보수층은 “남성과 여성의 이미지는 교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반발했다.

영국 대주교협의회 소속이자 총회 회원인 이안 폴 신부는 이번 방침이 성경에서 이탈하는 것일 수 있음을 우려하며 “하느님에 대해 남성 대명사를 쓰는 것이 하느님은 남성임을 시사한다고 이해해선 안 된다. 이는 이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느님은 인류와 달리 성을 구별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하느님을 ‘아버지’로 부르는 것에 대한 의미의 변화 없이 '어머니'로 대체할 수 없으며, '어버이'(Parent)로 성 중립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로 맞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자녀에게 다른 방식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 진보적 기독교인들은 “하느님을 남성으로 배타적으로 읽는 신학적 오독이 여성에 대한 지속적인 성차별을 조장해왔다”며 성 중립적 호칭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교회 내 성평등을 옹호하는 그룹 ‘여성과 교회’ 대변인은 공식 전례에서 좀 더 포용적인 언어로 하느님을 부르려는 움직임을 환영했다.

다만 ‘하느님 아버지’ 호칭을 항구적으로 바꾸거나 성경을 성별 언어로 다시 쓰는 것은 교회 회의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교회의 소속 성 및 성적특질 그룹 부의장인 헬렌 킹 교수는 “일부에게는 하느님을 '아버지'로 부를 때 다정한 부모에 대한 긍정적 경험 때문에 도움이 된다”면서도 “다른 이들에게는 엄격한 훈련자로서의 아버지에 대한 부정적 경험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공회 대변인은 “하느님이 남성이나 여성이 아니라는 점을 기독교인들은 고대부터 인식해왔다”면서 호칭 변경이 광범위한 교회법 개정 없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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