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NGO로 선정된 원불교여성회 한지현 회장

단일 여성단체로 첫 유엔 참가 자격

북한 어린이 돕기·자선병원 건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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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태 기자>

최근 유엔경제사회이사회는 원불교여성회를 특별협의지위를 가진 비정부기구(NGO)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원불교여성회는 유엔경제사회이사회에서 제한적으로 발언할 수 있게 됐으며 산하기구회의에서는 제한 없이 발언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200여 개의 여성단체 가운데 단일단체로 특별협의지위를 받은 것은 원불교여성회가 처음이다.

“우리 단체는 포교보다는 공동선의 사회적 실천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유엔NGO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지금까지 활동해온 일의 영역을 보다 강화시키고 확장하겠습니다”

한지현(61) 원불교여성회 회장(광운대 국문과 교수)은 “종교의 힘은 얼마나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한 뒤 ▲세계적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 ▲업무 수행 능력과 도덕성 공인 ▲유엔회의의 자유로운 참가와 대표파견 가능 등이 이번 유엔NGO 선정의 의의라고 설명했다.

“9·11사태 이후 NGO들의 유엔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고 있어서 가입단체가 아니면 참가 자체가 허락되지 않습니다. 유엔 출입이 자유로워진 것 또한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변화하는 여성, 변화시키는 여성'을 기치로 내건 원불교여성회는 올해 설립 89년째를 맞는 원불교의 산하단체로 1995년 만들어졌다. 한센병 환자 돕기 운동을 꾸준히 벌였으며 2000년초 북한어린이 돕기 운동을 전개해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2002년에는 (사)한울안운동을 만들어 양성 평등, 통일, 환경, 종교 간 연합 강화 등으로 활동 분야를 넓혔다. 2003년엔 평양에 빵공장을 세워 밀가루와 식용유 등을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

아프리카, 캄보디아, 인도, 중국 등에 자선병원을 설립해 가난한 사람들을 치료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한편, 해외 입양된 한국인 청소년들을 해마다 초청해 홈스테이를 하며 정체성을 심어주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모든 사업엔 돈이 필요한 법. 원불교여성회는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는 대신 '작은 정성을 모아서 큰 힘을 만들자'란 구호 아래 '10만명 1계좌 2000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달 2000원씩 회비를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취지다.

한 회장이 원불교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3년 전 100세의 연세로 별세한 어머니 윤정식 씨의 영향이 컸다. 원불교 신자였던 어머니는 4남1녀를 키우면서 단 한번도 종교를 강요한 적이 없다고 한다.

“어머니는 종교의 근본 목표는 같다는 생각을 하셨습니다. 자유롭게 종교를 선택할 수는 있지만 어떤 종교를 갖더라도 손가락질 받을 만한 일을 하지 말라고 자식들에게 당부하셨죠”

결혼 후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면서 한 회장은 원불교에 호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신자가 됐다. 지성(智聖)이란 법명도 받았다. 함께 원불교에 관심을 갖게 된 남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현재 원불교교전의 영문번역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임현선 기자 sun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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