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강타한 역사 추리물

'성가족 순결' 교리 정면 반박 ...'성배와 잃어버린 장미' '다빈치 코드'

'여성' 철저히 배제한 기독교...문화의 부조리·폭력성 꼬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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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서 잔인하게 처형될 때 그 아래에서 내내 눈물을 흘리던 막달라 마리아. 예수가 부활하던 날 새벽에 그의 무덤을 찾아 가장 먼저 예수의 부활을 목격한 여인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아내였고, 그 둘 사이에 딸까지 있었다면? 많은 기독교 신자들은 이러한 '발칙한' 주장에 기겁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렇게 대담한 가설을 바탕으로 한 역사추리소설인 '다빈치 코드' '성배와 잃어버린 장미'가 속속 출간되면서 독자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빈치 코드'가 먼저 출간돼 교보문고 집계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미국에서는 '성배와 잃어버린 장미'가 앞서 출간돼 주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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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소설이 취하고 있는 공통된 모티브는 예수의 혼인 외에 그가 최후의 만찬에 사용했다는 '성배', 즉 '컵' '잔'이다. 요셉이 예수의 피를 이 성배에 담아 프랑스로 가져왔다는 전설이 있다. 성배를 뜻하는 'sangraal'을 g 뒤에서 나누면 'sang raal'이 되는데 이는 고대 프랑스어로 '왕족'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요셉의 보호 아래 예수의 아내였던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아이를 데리고 프랑스로 왔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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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배와 잃어버린 장미'의 저자 마거릿 스타버드는 1983년 이러한 가설을 담아내 당시 큰 논란을 일으켰던 '성혈, 성배'라는 책을 읽고 '혼비백산' 했다. 신앙심 깊은 가톨릭 학자였던 그는 이렇듯 성가족의 순결을 의심하는 불경에 대한 반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9년 동안 연구한 결과는 정반대였다. '예수의 아내'와 '예수의 혈통'에 관해 부인할 수 없는 새로운 증거들이 발견된 것이다. 스타버드는 매년 벌어지는 유럽 남부 지역의 막달라 마리아와 흡사한 성인을 기념하는 축제라든가, 미군 군복에 남아있는 막달라 마리아의 기장, 신데렐라와 '검은 마리아'의 연관성 등 신화와 미술, 성서, 문학 곳곳에 남아 있는 메시지를 알아냈다.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 역시 스타버드의 이러한 이론을 고스란히 벤치마킹 하면서도 이러한 메시지가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 등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속에 담겨 있다고 추리하고 있다.

'다빈치 코드'가 이러한 추리와 역사적 사실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단숨에 읽을 만한 스토리라인에 무게를 둔 소설이라면 '성배와 잃어버린 장미'는 조금 다르다. 스타버드는 특히 명백히 남성주의에 우위를 두고 있는 기독교 교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초기 기독교는 고대 여성 숭배 사상을 억누르기 위해 '예수의 아내'를 은폐하고, 이 같은 사실을 믿고 따르는 자들을 철저히 '이단'으로 몰았다는 것이다.

스타버드는 이처럼 여성을 철저히 배제한 기독교의 문화가 서구문화에 그대로 투영돼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상처를 주는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모습이 됐다는 데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이에 따라 스타버드는 막달라 마리아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 서구적 패러다임에서 여성성의 복원을 꾀하고 그에 따른 서구문화의 균형과 치유를 꿈꾼다.

'성배와 잃어버린 장미' 마거릿 스타버드 지음/임경아 옮김/루비박스/324쪽/1만4800원, '다빈치 코드' 댄 브라운 지음/양선아 옮김/베텔스만/1권 368쪽, 2권 352쪽/각 7800원

정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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