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
서울시의 거듭된 분향소 철거 요청에 반발
“서울광장서 추모·진상규명 촉구 이어갈 것…
이태원 지역 회복 위해 함께 노력”
지역민·상인들과 손잡고
참사 발생 이태원역 1번 출구 일대
‘안전과 기억의 거리’로 조성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14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사평역 분향소의 서울광장 분향소로 이전·통합을 발표하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제공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14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사평역 분향소의 서울광장 분향소로 이전·통합을 발표하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제공

서울시가 이태원 참사 서울광장 분향소를 오는 15일 철거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유가족들과 시민사회단체는 녹사평역 분향소를 서울광장으로 통합 이전한다.

또 이태원 주민, 상인들과 힘을 합쳐 참사가 발생했던 이태원역 1번 출구 일대를 ‘안전과 기억의 거리’로 조성할 계획이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14일 오후 2시 녹사평역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사평역과 서울광장 두 곳에 설치된 시민 분향소를 서울광장 분향소로 통합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서울광장 앞에 기습적으로 분향소를 세웠다. “보다 많은 시민들과 희생자들을 온전히 추모하고,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피해자의 권리 보장을 호소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당일부터 유족 측에 서울광장 분향소 자진철거를 요청했고, 15일 오후 1시까지 철거를 재차 요청했다.

이에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추모는 유가족과 시민들이 가지는 본질적인 권리이자 우리 사회의 의무“라며 ”이를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할 서울시가 오히려 유가족과 시민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자신들의 의무를 위반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또 ”우리는 온전한 추모와 진상 규명을 위해 서울광장 시민분향소를 지킬 것“이라며 ”고심 끝에 녹사평역 분향소를 서울광장 분향소로 이전·통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서울시를 비판하는 한편, 윤석열 대통령에 문제 해결과 책임을 촉구하는 면담 요청과 요구를 해나갈 계획이다. 고(故) 이지한 배우 아버지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저희는 분향소를 통합해 시민들과 함께 온전한 추모를 할 것이다. 진상규명을 통해 책임자 처벌을 이어가겠다. 저희를 지켜봐 주시고 지지해달라”고 말했다.

6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이태원 참사 100일을 맞아 분향소를 설치했다. ⓒ홍수형 기자
6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이태원 참사 100일을 맞아 분향소를 설치했다. ⓒ홍수형 기자
2022년 12월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홍수형 기자
2022년 12월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홍수형 기자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이태원 상인들은 서울 지하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공간을 모두를 위한 ‘안전과 기억의 거리’로 만들 계획이다. 

장하림 이태원 상인 통합대책위원장은 “저희도 시간이 날 때마다 분향소를 찾았고 같은 피해자로서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너무 길어지는 상권 침체는 저희 힘만으론 해결하기 어렵다. 유가족들이 상생의 마음으로 저희의 호소를 받아들여 분향소를 이전, 통합하기로 결단해 주신 데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이태원 주민과 상인들은 유족과 희생자들을 향한 혐오표현에 동의하지 않고, 앞으로 혐오표현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태원이 더 안전하고 많은 이들이 찾는 거리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도 ”희생자들과 피해자들이 사랑했던 이태원 거리가 앞으로도 더욱 사랑받을 수 있는 거리가 되길 바란다“며 ”우리 유가족, 이태원 상인, 시민단체는 희생자들의 이야기와 추모가 시작된 녹사평 분향소 앞에서 한 마음, 한뜻으로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공간에 어떤 혐오도 자리 잡지 못하도록 계속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문 낭독 이후에는 유가족들과 종교인들이 영정과 위패를 제단에서 내리는 의식을 시작으로 녹사평 분향소 이전·통합 작업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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