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라이트』
매튜 맥커너히 지음, 윤철희 옮김, 아웃사이트 펴냄

『그린라이트』(매튜 맥커너히/윤철희 옮김/아웃사이트 펴냄) ⓒ아웃사이트
『그린라이트』(매튜 맥커너히/윤철희 옮김/아웃사이트 펴냄) ⓒ아웃사이트

우수에 찬 눈빛을 한 남성이 담긴 책 표지가 눈길을 끈다.

배우라는데, 누군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검색해보니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 ‘쿠퍼’로 열연했던 사람이었다. 인상적인 아버지 역할로 등장했던 그는 분명 그 영화를 봤음에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현저히 다른 모습이다. 역시 배우는 배우라는 생각과 함께 50년 인생의 회고록이라는 이 책에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겼을지 궁금해졌다.

표지처럼 진지할 것으로 기대하며 책을 펼쳐 들었는데, 시작부터 “똥을 밟으며” 살아왔다는 표현을 보고 말았다. 앞으로 이런 얘기를 할 책이라는 걸 강렬히 알리는 시작이었다.

첫 장부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당신들끼리 2번 이혼하고 3번 결혼했다는 그의 부모님은, 코뼈를 부러뜨리고 손가락을 꺾으며 미친 듯이 싸우다가도 끝내 사랑을 확인했다. 그것이 갈등이라는 빨간불 끝에 찾아온 ‘파란불’이자 그들이 사랑하는 방식이었다.

맥커너히의 인생도 그랬다. 순탄한 듯했던 법대생 시절을 지나 로스쿨 진학을 앞두고 문득 그는 20대를 공부만 하며 보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휩싸인다. 자신이 쓴 글을 친구에게 보여주자 ‘필름스쿨’에 가보면 어떠냐는 제안을 받고 아버지에게 어렵게 결심을 전한다. 아버지는 침묵 끝에 “하려거든 제대로 해라(Don't half-ass it)”며 그 아버지에 그 아들 같은 답변으로 용기를 준다.

이후 그는 배우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한다. “로맨틱가이”로 불리며 멜로 작품만을 하던 중, 그의 필모그래피에 큰 전환점이 된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서 실존 인물이었던 말기 에이즈 환자 ‘론 우드루프’를 연기하기로 결심한다. 투자도 잘 이루어지지 않던 저예산 영화를 어떻게든 만들어내겠다는 열정으로 그는 몸무게를 수십 킬로 가까이 빼고, 생전 론의 대화가 담긴 녹음테이프와 일기까지 보며 인물 그 자체가 됐다. 그 결과는 그의 10가지 인생 목표 중 하나였던 ‘오스카 남우주연상 수상’이었다.

그의 인생은 놀라움과 짜릿함의 연속이다. 꺾여 넘어질 만한 순간에도 위트를 잃지 않고, 자신의 분야에서 누구보다 진중하지만, 삶에 대해 한없이 태평함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성공을 위해 포기해야 할 것과 비장하게 다짐해야 할 것들을 설교하는 많은 사람이 있지만, 솔직함과 단순명료함으로 무장한 50년의 삶을 통해 인생의 진리를 전하는 그의 이야기가 더 와닿는 것은 왜일까.

“안 돼”가 가득한 세상에서 “예”를 받아내는 방법, 그리고 빨간불과 노란불은 언젠가 반드시 ‘파란불’로 바뀐다는 것을 저자는 자기 삶으로 증명하고 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