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지영 한국전기안전공사 경영지원처장
“혼자 감당하지 말고, 슈퍼우먼 되려고 하지 않길”
“여성 리더의 장점은 따뜻하고 공감, 소통 능력”

박지영 한국전기안전공사 처장 ⓒ홍수형 기자
박지영 한국전기안전공사 경영지원처장 ⓒ홍수형 기자

박지영 한국전기안전공사 경영지원처장은 이름 앞에 늘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지난달 1일 1급(가)으로 승진하며 그는 다시 한번 ‘공사 최초 여성 처장’으로 불리게 됐다. 여성 직원 비율이 6% 정도인 조직에서 여성 관리자로서 새 길을 개척해온 그의 힘은 전문성과 책임감이었다. 공사 내에서 영광스러운 ‘첫’ 타이틀을 달기도 했지만 영광의 무게만큼 그의 고심도 느껴졌다. 조직 내 맏언니로서 더 많은 후배가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며 관리자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일에 대한 애정도 전해졌다. 곧 있을 정부 경영평가와 공사 사회공헌 활동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를 만나 공사 현안과 계획에 대해 들었다. 

-경영지원처장으로서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

“올해 수립된 업무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 경영평가가 곧 시행돼 경영평가에 대비해 준비 중이다. 상반기에 해야 하는 사회공헌 활동이 있다. 남해 섬 지역에 물이 부족해 생수를 기부할 예정이다. 금액 기준 700만원 정도로 예상한다. 물 생수만 기부하는 게 아니라, 재능기부도 해서, 취약계층 전기안전 점검, 부분 보수 하는 걸로 해서 행사할 예정이다.”

-여성 후배들이 고민 상담 오면 어떤 조언을 해주시는지.

“직원보다는 간부들이 저에게 고충을 토로한다. 간부이기 전에 여성이다 보니까, 육아나 가사에 한 이야기를 한다. 업무를 진행하면서 어떻게 가사와 육아를 병행하고 어려운 점을 이겨내는지 묻는다. 특히 공사 내에서 여성 ’최초‘ 타이틀을 달다 보니 더 그렇다. 이에 대해 중간에 포기하지 말라고 말한다. 나는 ’견디면 뭐든지 해결된다‘ 이런 신념으로 살았다. 혼자 모든 걸 감당하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라고 조언한다. 직장여성들이 슈퍼우먼이 되려고 하지 않았으면 한다. 국가에서 돌봄 정책이나 직장인 여성을 위한 정책이 이럴 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직장생활 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었다면.

“제일 힘든 건 아이들 육아를, 일과 병행하는 게 힘들었다. 초급간부를 38살에 달았다. 당시 둘째가 두 살이었다. 그때 제일 힘들었다. 육아와 일을 혼자 감당하려다 보니 아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일을 그만둘까도 고민했다. 가족에게 도움을 받아 일을 지속할 수 있었다.”

-직장생활에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여성 최초 타이틀을 항상 달다 보니 위에 여자 선배가 없었다. 혼자 해결해야 했다. 다른 남자 직원과 공감대가 없었다. 내 스스로 다짐하고, 어렵지만 이 시기를 견디면 지나가고, 해결될 거라 믿고 하나하나 이뤄갔다. 가족에게 도움을 가장 많이 받았고, 업무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고, 성과를 내면서 한 단계 한 단계 보상 받았다. 보상을 받으면 차츰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내가 근무할 당시에는 출산 휴가가 짧아 육아와 병행하기 어려웠다. 지금은 제도 기반이 생기고 좋아졌지만, 당시엔 아니었다. 여성 사회 진출, 출산율을 높이려면 돌봄 정책, 육아 정책이 더 개척돼야 한다.”

-직장생활 하면서 기쁜 일이 무엇인지.

“제일 보람 있었던 건 아무래도 업무 성과를 내고 인정받았을 때다. 업무 성과를 인정받아 한 단계씩 승진했을 때다. 또 내가 승진하고 업무 성과 낸 걸 가족이 인정해주고 자랑스러워할 때 스스로 대단하다 생각도 들고 기쁘다. 특히 아이들이 ’엄마를 존경한다‘고 해줬을 때 보람차고 기쁘다.”

박지영 한국전기안전공사 처장 ⓒ홍수형 기자
박지영 한국전기안전공사 경영지원처장 ⓒ홍수형 기자

-공사 내 여성 첫 처장이 될 수 있었던 본인의 경쟁력은.

“저의 경쟁력은 전문성이다. 한자리에 10년 이상 있으면 경쟁력이 생긴다. 공사에 입사해서, 회계 업무를 했다. 좀 더 전문성을 살리고 싶어서, 공부했다. 뭐든지 혼자 공부했다. 처음에는 사업소로 입사했지만, 재무부로 전출을 갔다. 이때 독학으로 회계업무를 배웠다. 당시에는 여직원에게 주요 업무를 주지 않았고 보조적인 업무만 수행했다. 그런데 높은 보직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깊이 있게 공부하고 책임감 있게 일했다. 차츰 인정받고 중요한 결산 업무를 나에게 맡겼다. 성취감을 느꼈고, 승진 공부해서 초급 간부가 됐다. 간부가 된 이후 후배 양성을 해야 했다. 여자 선배가 없던 기억을 떠올려 후배에게 전문성이나 업무적인 노하우를 직원에게 전수한다. 뭐든지 스스로 깨쳐야 했던 경험이 있어서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풀고, 어떤 자격증이 필요한지 알려준다.”

-1989년 입사 후 지금까지 일을 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은 무엇인지.

“제 원동력은 가족이다. 일도 좋아하고 사랑하지만, 가족이 우선이다. 원동력은 저희 아이들과 가족이다.”

-공사에서 가상 법인카드 최초 도입, 전기안전교육원 건립 진행 중이라는데.

“공공기관 최초로 삼성페이나 카카오페이 등 모바일을 통해 사용할 수 있는 가상 법인카드를 도입했다. 가상 법인카드를 도입하면서 가장 효과를 본 건 회계 투명성 제도다. 온실가스 절감 효과도 있고, 산업통상자원부 업무 핵심과제에 선정되기도 했다. 정읍에 전기안전교육원을 건립하면서 일자리 창출이 된다. 요즘 지방소멸이 주요 화두다. 교육원 건립이 완성되면, 인근에 식당이 생기기 때문에 지역농산물도 구매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도 예상한다. 공공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자립 준비 청년을 위해 지난 2021년부터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보호시설에서 18세가 되면 보호 종료 아동들이 자립하는 데 이들에게 조언할 수 있는 사회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정부지원금을 어떻게 쓰고, 어떻게 자립해야 하는지 교육하고 있다. 이들에게 자립을 위한 공부를 지원하고, 폴리텍대학과 연계해 전기 관련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지금 1기 졸업생이 나왔다. 이들이 취업할 수 있도록 면접 스킬을 지도한다. 일자리 매치도 하고 있다.”

-여성들이 일하면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무엇인지.

“업무 분야에서도 양성평등이 이뤄져야 한다. 남녀 구분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업무에 일하다 보면 조직에서 알아준다. 양성평등을 이루려면 업무적인 차원에서도 이뤄져야 한다.”

-여성 관리자가 조직에 더 많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개인 차원은 업무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자신이 맡은 자리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야 한다. 그래야 주요 보직에 기용한다. 개인적으로 역량 강화가 중요하고 조직 차원, 정부 차원에서는 여성들이 일과 육아를 하는 데 있어 돌봄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지금 제도를 갖춰가고 있지만 더 세심하게 돌봄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개인적인 차원보다, 조직적인 차원에서 자립 준비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고 한다. 공사에서 자립 준비 청년이 안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펼쳐왔다. 더 지원하려고 한다. 전기안전교육원이 올해 준공된다. 안전사고 없도록 신경 쓰고 있다. 여성 리더의 장점이라면 따뜻하고 공감, 소통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이걸 여직원들이 많이 활용하면 좋겠다. 나에게 스스럼없이 고충을 토로해줬으면 좋겠다. 나는 내 개인 차원, 조직 차원에서 살아있는 노하우를 전파하겠다. 관리자 입장에서 여직원들의 장점을 살리면, 조직 내에서 어떻게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조언해 줄 수 있다. 조직 내에서 이런 프로세스도 구축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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