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백자, 군자지향(君子志向)’전
국보 10점·보물 21점 등 185점 모아
28일부터 5월28일까지 무료 전시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君子志向)’전 전시장 전경.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君子志向)’전 전시장 전경.

별이 총총한 밤하늘 같았다. 가벽을 모두 없앤 어두운 전시장에서 조선백자 42점만 제각각 빛났다. 매화와 대나무, 구름 사이로 날아오른 용을 그린 백자들, 티 없이 맑고 깨끗한 달항아리들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조선백자를 사랑한 김상옥 시인의 시구처럼 “불 속에 구워내도 얼음같이 하얀 살결”이 고아했다.

리움미술관의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君子志向)’전이 오는 28일부터 5월28일까지 리움미술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도자기만을 주제로 기획한 특별전은 리움미술관 개관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지정문화재 31점(국보 10점, 보물 21점)과 일본에 있는 조선백자 34점 등 총 185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특히 조선 초기 청화백자 중에서도 당당한 형태와 화려한 그림 장식으로 널리 알려진 ‘백자청화 매죽문 호’(국보), 고려의 매병에서 조선의 호로 변해가는 과도기적 특징을 보여주는 ‘백자청화 홍치명 송죽문 호’(국보), 특유의 강렬한 색과 묵직한 힘으로 독자적인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백자철화 포도문 호’(국보) 등이 눈에 띈다.

국보 ‘백자청화 매죽문 호’, 조선, 15세기, 높이 41.0cm, 입지름 15.7cm, 굽지름 18.2cm. ⓒ리움미술관 제공
국보 ‘백자청화 매죽문 호’, 조선, 15세기, 높이 41.0cm, 입지름 15.7cm, 굽지름 18.2cm. ⓒ리움미술관 제공
국보 ‘백자청화철채동채 초충난국문 병’, 조선, 18세기, 높이 42.3cm, 입지름 4.1cm, 굽지름 13.3cm. ⓒ리움미술관 제공
국보 ‘백자청화철채동채 초충난국문 병’, 조선, 18세기, 높이 42.3cm, 입지름 4.1cm, 굽지름 13.3cm. ⓒ리움미술관 제공
국보 ‘백자 달항아리’, 조선, 18세기, 높이 47.0cm, 입지름 23.5cm, 굽지름 17.7cm.  ⓒ리움미술관 제공
국보 ‘백자 달항아리’, 조선, 18세기, 높이 47.0cm, 입지름 23.5cm, 굽지름 17.7cm. ⓒ리움미술관 제공

조선의 절제된 화려함과 창의적이고 진보적인 조형감각이 빚어낸 수작인 ‘백자청화철재동채 초충난국문 병’(국보), 조선초기 백자가 가진 순백의 아름다움과 품격 높은 기형을 두루 갖춘 ‘백자 개호’(국보), 생활의 미를 추구하며 티 없이 깨끗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백자 달항아리’(보물) 등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됐다. 다채로운 백자를 장식기법과 제작지역에 따라 간결하게 소개하고, 그 안에 투영된 조선 역사와 당대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살펴본다. 조선백자를 바라보는 새로운 감상법도 제안한다. 하얀 바탕에 푸른색 안료로 장식한 청화백자에서 품격과 자기 수양의 의지를 읽어낸다. 전란으로 청화 안료 수급난을 겪으며 등장한 강렬한 철화·동화백자에선 곤궁함 속에서도 잃지 않는 굳센 마음을 발견했다. 맑고 청명하다가 우윳빛 같기도 하고 푸른빛이 반짝거리는 벽옥 같은 순백자에선 바름과 선함을 찾아, 조선백자 안에 조선인들이 이상적 인간상으로 여기던 ‘군자(君子)’의 풍모가 담겨있다는 해석을 더했다.

전시를 담당한 이준광 리움미술관 책임연구원은 “조선백자의 최고 명품부터 수수한 서민의 그릇까지 백자의 다양한 면모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라며 “아름다운 문양과 같은 외적인 형식과 의식을 반영한 형태와 같은 내적인 본질이 잘 조화된 조선백자의 진정한 매력을 ‘군자’의 덕목과 연결시켜 새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밝혔다.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君子志向)’전 전시장 전경. ⓒ리움미술관 제공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君子志向)’전 전시장 전경. ⓒ리움미술관 제공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君子志向)’전 전시장 전경.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君子志向)’전 전시장 전경.

이번 전시는 국내 8개 기관(국립중앙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부산박물관, 호림박물관, 간송미술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동국대학교박물관)과 일본 6개 기관(도쿄국립박물관, 일본민예관, 이데미츠미술관, 오사카시립 동양도자미술관, 야마토문화관, 고려미술관) 등이 참여했다.

리움미술관 측은 “관람객들이 조선백자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더 면밀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장 연출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도자기를 다양한 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사방을 유리로 제작한 쇼케이스를 사용하고 작품을 고정하는 지지대도 간소화했다. 전시장 입구와 내부에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을 설치해 한눈에 보기 어려운 백자의 무늬를 평면으로 펼쳐 보여준다. 전시는 무료이며 사전 예약 후 관람할 수 있다. 전시 기간 조선백자를 전문가의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는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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