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품에 안긴 사람은 여자나 남자나 할 것 없이 그 자체로 아름답고 평등하다. 그렇다면 오늘날 종교에 귀의한 여성들은 가정이나 사회에서 경험하는 차별의 벽을 신앙생활에서 느끼지 못하고 있을까.

불 교...종단 참여 확대 운동 전개

불교의 경우 조계종에 등록된 신도 중 여성의 비율이 70%에 육박한다. 그러나 각 신도회의 단체장이 여성인 곳은 거의 없다. 1600년 동안이나 종단 요직을 독점하던 비구들은 작년에야 겨우 종단 문화부장에 비구니를 임명했다. '비구니는 비구의 허물을 말할 수 없으나 비구는 비구니의 허물을 말할 수 있다' '100세의 비구니도 처음 출가한 어린 비구에게 절을 해야 한다'는 등의 팔경법은 이러한 불교 내 여성 차별의 핵심이 되어 왔다. 올해 창립 4년째를 맞는 불교여성개발원(원장 이인자)은 비구니들의 종단참여 확대를 위해 종헌종법 개정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여성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다. 특히 해마다 '여성불자 108인'을 선정하여 불교 여성지도자를 발굴하고 상호교류를 확대해 왔으며 '국내외 불교여성학 논저 목록집'을 발간해 불교여성학의 이론적 근거를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천주교 ...사목회의에 여성 30% 할당 제안

여성들이 60% 이상을 차지하는 가톨릭 교회 역시 여성들은 일만 하고 의사결정은 남성들이 하는 폐단이 지속되어 왔다. 여아에게 복사(가톨릭 의식 진행 보조자)를 시키지 않거나 혹은 복사를 하는 여아에게만 미사보를 씌우는 등 사소한 차별은 말할 것도 없고 보조자의 위치에만 머무르는 여성 평신도의 역할은 200년 전의 한국 천주교회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 여성 공동체'는 그동안 여성 사목의 대안을 제시하고 수차례 가톨릭 여성 한마당 행사를 개최하는 등 여남 평등 해소를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주교회의 산하 여성사목 전담기구의 설치, 본당의 의사결정 기구인 사목회의에 30% 여성 할당, 여성의 전례 참여 확대 등을 제안하며 가톨릭 여성운동의 큰 흐름을 짚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여성사목의 대안은 몇 년이 지나도록 교회 정책에 반영되지 않고 있으며 교회 안 여성들의 현실도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기독교 ...여성목사 안수 허용 성과

개신교의 경우 지난해 임모 목사가 총신대 채플 시간에 '여자가 어디 기저귀를 차고 강단에 올라와'라는 여성비하 발언을 하면서 한국 개신교의 뿌리깊은 남성 우월주의가 드러났다. 1980년 창립한 여신학자협의회는 여성신학 연구와 출판, 여성안수공동대책위원회 구성과 기독교여성상담소 설립 등 수많은 활동을 벌였다. 이러한 노력은 지난 1994년 한국 개신교 교파 중 가장 큰 세력을 지닌 예장통합으로 하여금 여성안수를 허용하게 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은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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