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 노동환경·건강문제 토론회 열려
하루 평균 9.9시간, 마감 전날 11.8시간 노동
우울증·불면증 시달려…법적 보호 장치 필요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웹툰작가들은 건강하게 일하고 있을까?” 간담회에서 ‘웹툰 작가들의 정신 건강 및 신체 건강과 불안정 노동 수준 실태 조사’가 발표됐다. ⓒ홍수형 기자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웹툰작가들은 건강하게 일하고 있을까?” 간담회에서 ‘웹툰 작가들의 정신 건강 및 신체 건강과 불안정 노동 수준 실태 조사’가 발표됐다. ⓒ홍수형 기자

웹툰·웹소설 등 디지털콘텐츠창작자들이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긴 노동시간과 마감 압박, 건강 문제에 시달리는 창작자들이 더 이상 벼랑 끝에 내몰리지 않도록 휴재권과 산재보험 적용 등 근로기준법상 보호 조치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 정의당 류호정 의원, 전국여성노동조합디지털콘텐츠장작노동자지회 등이 주최한 “웹툰작가들은 건강하게 일하고 있을까?”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한양대학교 병원 민지희 직업환경의학과 전임의는 ‘웹툰 작가들의 정신 건강 및 신체 건강과 불안정 노동 수준 실태 조사’를 발표했다.

하루 평균 9.9시간 노동, 한 화당 평균 68.3컷 그려

조사에 따르면 웹툰 작가들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9.9시간, 마감 전 날은 11.8시간을 일하며 웹툰 작가 64%가 근무시간이 적당하지 않다고 답했다. 또한 10명 중 3명은 육체적(29.4%)·정신적 피로(31.6)를 호소했다. 주관적인 노동 강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보그 지수에서 웹툰 작가들은 14.5점으로 14.0점인 집배노동자들보다 높게 노동 강도를 느끼고 있었다.

웹툰 작가들은 한 화 당 평균 68.3컷을 그리고 평균 세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운영해 일주일에 200컷 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작가들은 한 화당 52컷 정도가 적절하다고 생각했으나 컷 수와 연재 주기를 조절할 수 없어 과로에 시달린다.

마감이 다가오면 ‘잠을 잔다’는 개념이 사라지고 ‘잠깐 존다’는 개념만 남는다. 마감에 대해 걱정하는 것을 조절 할 수 없거나(44.26%) 불안감을 느끼는(47.55) 등 매주 찾아오는 마감 압박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는 악플, 별점 테러, 사상검증은 웹툰 작가들에게 정신적·경제적 상처를 주는 주요 원인이나 플랫폼은 조회수가 올라간다는 이유로 이를 방치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로 웹툰 작가들은 목과 어깨 등 근골격계 통증은 물론이고 우울증과 불면증을 호소하고 있으며, 일반 인구 집단에 비해 자살 계획은 3배 이상, 자살 시도는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웹툰작가들은 건강하게 일하고 있을까?” 간담회에서 ‘웹툰 작가들의 정신 건강 및 신체 건강과 불안정 노동 수준 실태 조사’가 발표됐다. ⓒ홍수형 기자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웹툰작가들은 건강하게 일하고 있을까?” 간담회에서 ‘웹툰 작가들의 정신 건강 및 신체 건강과 불안정 노동 수준 실태 조사’가 발표됐다. ⓒ홍수형 기자

회당 수입 20~30만원... 낮은 단가에 과로 못 멈춰

위험한 수준의 노동 강도에도 과로를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작품 당 단가가 낮아 원하는 수입을 얻기 위해서는 작품 수를 늘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사에 참여한 한 작가는 “웹툰 시장에서 콘티 작가는 한 회당 20만원에서 30만원 정도 받는다. 그래서 보통 세 개를 작업해야 200만원 이상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자리에 토론자로 참석한 하신아 웹툰작가노동조합 위원장은 열악한 웹툰 작가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플랫폼에 사용자 책임 부여 △공정한 계약 체결 △행정부의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동안 자영업자로 분리돼 법적 보호를 받지 못했던 웹툰 작가를 비롯한 창작자들을 ‘웹툰창작노동자’로 정의해 노동시간 산정, 유급 휴재권, 산재 판정 등 노동자로서 법적으로 보호받아야한다고 말했다.

전국여성노동조합 이수경 디지털창작노동자지회 지회장은 “웹툰 업계에서 여성 작가가 69%를 차지함에도 여성 창작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와 보호장치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며 “상사에게 결혼한다고 말했더니 ‘임신했다 돌아오면 지금 자리를 보장해줄 수 없다’는 말을 들은 작가도 있다. 육아휴직 보장과 차별금지법 제정 등으로 여성 작가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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