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한 1명 불구속 입건

정부가 전세난 해결을 위해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스카이31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및 다세대 주택들이 날씨로 인해 흐리게 보이고 있다. ⓒ뉴시스
 ⓒ뉴시스

전남 광양에서 '무자본 갭 투기'로 아파트 173채를 사들인 뒤 100억 원이 넘는 보증금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로 임대사업자 A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이들과 공모한 B씨도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이들은 광양에서 자기 자본 없이 대출금과 전세보증금으로 아파트를 매입해 세입자들에게 매입가격보다 높은 전세보증금을 받는 수법으로, 173채에 달하는 전세사기 행각을 벌여 전세보증금 103억 원 가량을 반환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와 B씨는 산단 등과 인접한 광양에 기업체 직원들의 임대수요가 많다는 점을 노려 지난 2018년부터 임대차 수요가 높은 중저가 아파트나 2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이들이 사들인 아파트 상당수는 주택가격의 30% 이상이 근저당으로 설정되는 등 임차인들이 입주를 꺼릴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으나 지역 공인중개사인 B씨와 공모해 임차인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A씨 등은 근저당설정으로 입주를 꺼리는 임차인들에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자금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하면 전세보증금을 안전하게 반환받을 수 있다'고 말하며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임차인 대다수를 차지하는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등은 주택 임대차 계약 경험이 적어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일당은 전세가율이 높아지는 '깡통전세'가 속출하자 계약 만료가 다가오도록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했다.

피해자 가운데 전세보증금 반환 상품에 가입한 121명(이밖에 변제 진행 중 29채, 상품 미가입 23채)은 이들 대신 HUG로부터 총 68억원을 변제받았다. 다른 26명은 어쩔 수 없이 전세금보다 값이 내려간 아파트를 매입했다.

HUG는 경매가 진행 중인 아파트에 대해 채권 회수를 진행하고 있지만 우선순위가 낮은 임차인의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