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아이휴센터 5년 만에 27개소 확충
전국 최초 ‘아픈아이돌봄센터’와 상설 ‘아동식당’ 운영
여성 경력단절 예방 및 출산율 증가 효과

상계15단지 아이휴센터의 독서활동 모습. ⓒ노원구
상계15단지 아이휴센터의 독서활동 모습. ⓒ노원구

“학교 돌봄교실을 이용했는데 아이가 오래 있으려고 하지 않아 다른 기관을 알아보게 되었어요. 아이휴센터 다닌 후부터 아이가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학교 돌봄은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정도인데, 이곳은 외부 기관과 연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급·간식 질도 높아 둘째, 셋째도 다 보낼 예정입니다” 2학년인 첫째를 상계15단지 ‘아이휴센터’에 보내고 있는 아빠 이효영씨의 말이다. 대기자가 많지만 이씨네는 다자녀 가정이라 오래 기다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다. “학교 돌봄교실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센터에 보내보니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월 1회 자치회의 통해 아이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평가한다. 아주 만족스러워서 주변에도 많이 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승록 노원구청장 ⓒ노원구
오승록 노원구청장 ⓒ노원구

맞벌이 부부가 많은 서울 노원구는 도서관을 거점으로 ‘독서돌봄 마을학교’라는 이름의 틈새 돌봄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당시 공적돌봄이라곤 지역아동센터밖에 없던 시기에 아이휴센터의 전신이 되었다. 2017년 문재인 정부는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을 국정과제로 채택하였다. ‘온종일 돌봄’은 학교와 마을의 협력을 강조하면서 지역혁신을 통한 지방정부 중심의 돌봄정책 모델을 제시하였다. 서울시 재선의원 출신인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2018년 구청장 후보 시절 ‘초등돌봄 전면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노원구의 영유아 공적 보육률은 79%로 높은 것에 비해 초등생의 공적 돌봄은 12%에 불과한 현실에서 초등돌봄정책은 주민과 공무원에게도 공감을 얻었다.

2018년 11월 아파트 단지 1층에 문을 연 ‘아이휴센터’ 1호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7호점이 개설되어 총 845명이 이용하고 있다. ‘아이휴센터’는 서울시 ‘우리동네키움센터’의 모태가 되어 전 자치구로 확산되었다. 서울시의 ‘우리동네키움센터’는 2022년 말 기준 262개이다. 노원구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형적인 주거 밀집 지역으로 돌봄 수요가 많다는 것을 감안해도 놀라운 수치다. 그 비결이 뭘까? 노원구 김산규 아동친화정책팀장은 “구청장의 의지” 덕분이라고 단언했다. 

노원융합형아이휴센터의 여름방학 특별프로그램 활동 모습. ⓒ노원구
노원융합형 아이휴센터의 여름방학 특별프로그램 활동 모습. ⓒ노원구

1500세대 이상 대단지 아파트 1층
전세로 얻어 공적 돌봄 공간 확보

초등돌봄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노원구는 학교에서 가까운 1500세대 이상의 아파트 단지 내 1층 공간을 집중적으로 확보했다. 아파트 전세금에 60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신규 센터 조성 등 아이휴센터 운영을 총괄하는 ‘노원구온종일돌봄사업단’에 7명의 전담 인력을 배치한 것도 성과의 비결이다. 사업단은 구청과 교육지원청, 각종 돌봄 기관 등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중간지원조직으로 노원구가 직영하는 노원교육복지재단에 소속되어 있어 행정과의 소통 및 협력이 원활한 장점이 있다.

‘아이휴센터’는 누구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간이다. 학교나 집에서 아동 걸음으로 5~10분 거리에 있다. 방과 후는 낮 12시부터 저녁 8시까지, 방학 중에는 오전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돌봄을 제공한다. 분기별 수요조사를 통해 일부 센터는 아침 돌봄도 제공한다. 지역적 특성상 부모의 출퇴근 시간이 오래 걸려 다른 곳보다 운영시간이 길다. 월 이용료는 2만 원으로 자치구 중 가장 저렴하다. 교육·돌봄·놀이·친구·급간식이 모두 해결되는 구조의 세심한 돌봄 정책에 부모들의 만족도도 높을 수밖에 없다.

노원구 ‘아이휴센터’는 타지역에 비해 운영시간이 길고 일시돌봄 이용 아동도 많은데, 종사자들이 힘들지는 않을까? 아동친화정책팀 김산규 팀장은 “돌봄 교사의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구비로 복지포인트 연 24만 원을 추가로 지급한다. 모두 정규직이고 서울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호봉제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휴센터’ 현재 종사자는 총 110명으로 모두 여성이다. 돌봄 시설은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고, 여성의 신규 일자리 창출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노원구만의 차별화된 촘촘한 돌봄 정책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무엇보다 구청장이 돌봄 현장 곳곳에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다. 상시 공개되어있는 구청장의 휴대폰도 민원 창구이다. 구청·교육지원청·민간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온졸일돌봄위원회 외에도 실무지원협의회를 정기적으로 운영한다. 권역별 마을돌봄협의회를 구성하여 아이휴센터, 지역아동센터, 초등학교 돌봄교실 관계자가 사례 회의를 하면서 서로 협력한다. 최근에는 아동 관련 기관으로 구성된 아동정책협의회를 구축해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고 있다. 

노원구 아픈아이돌봄센터는 ‘병상돌봄’도 지원한다. 병상돌봄’은 가벼운 질병으로 돌봄이 필요한 아동이 안전하게 쉬면서 보호받을 수 있는 간병 및 돌봄 프로그램이다. ⓒ노원구
노원구 아픈아이돌봄센터는 ‘병상돌봄’도 지원한다. 병상돌봄’은 가벼운 질병으로 돌봄이 필요한 아동이 안전하게 쉬면서 보호받을 수 있는 간병 및 돌봄 프로그램이다. ⓒ노원구

전국 최초 구 직영 ‘아픈아이돌봄’과
‘밥상돌봄’ 
지역 혁신사례로 꼽혀

‘아픈아이돌봄’ 정책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맞벌이 부부의 고충을 해소하기 위한 혁신사례이다. 2019년 ‘부모대신 병원동행서비스사업’을 시범 운영하다가 2020년 아동돌봄 종합공간이 노원아이돌봄센터를 조성하여 3층 아픈아이돌봄센터에서 ‘병상돌봄’도 지원하고 있다. ‘병원동행’은 부모나 보호자 등을 대신하여 일반검진 외에도 정기검진·발달치료·심리상담 등을 포함한 전 과정을 동행한다. ‘병상돌봄’은 가벼운 질병으로 돌봄이 필요한 아동이 안전하게 쉬면서 보호받을 수 있는 간병 및 돌봄 프로그램이다. 이용료는 무료이고 병원비와 약제비만 본인 부담이다.

만 4세부터 초등 전 학년을 대상으로 회원제로 운영하는데 환아돌봄사 5인, 간호사 1인이 상주한다. 센터 회원수는 총 2,053명으로 지금까지 2,188건이 넘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정책은 2020년 행정안전부의 ‘국민의 일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 정부 혁신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서울 성동구와 서울시가 노원구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아픈 아이 돌봄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상계두산융합형 아이휴센터의 식사시간 모습. ⓒ
상계두산융합형 아이휴센터의 식사시간 모습. ⓒ노원구

맞벌이 부부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인 ‘밥상돌봄’을 위한 상설 아동식당도 전국 최초의 사례이다. 융합형 아이휴센터 3곳에서 초등학교 전 학년을 대상으로 평일 저녁과 방학 중식을 제공한다. 센터 미이용 아동의 경우 1끼 식비가 3,500원이었으나 일시 돌봄 아동과의 형평성을 위해 올 3월부터 2,500원으로 인하된다. 영양사와 조리사 3명을 배치하여 영양가 있고 안전한 식단을 구성한다. 월 평균 150여명의 아동이 이용하고 있다.

노원구는 2018년 조사에서 7위에 머물렀던 합계출산율이 2022년 0.72명으로 서울시 자치구 중 1위를 차지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서울의 다른 자치구들에 비해 출산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은 것은 보육현장과 소통하며 다양한 출산 양육 정책을 개발한 효과라고 생각한다”라며 “단순 순위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실제 출산율도 증가할 수 있게끔 앞으로도 여성들의 양육 부담을 줄이는 다양한 사업을 실시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서정순 전 서대문구청 협치조정관 ⓒ홍수형 기자
서정순 양성평등정책대상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전 서대문구청 협치조정관) ⓒ홍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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