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등
UNDP 친선대사 활동 토대로 NYT 기고
“재난, 여성에게 더 가혹해...
온전한 재난 회복 열쇠는 성평등
여성이 재건 관련 의사결정 참여해야
오스카 수상 기쁨의 순간에
인정받지 못한 여성들 조명하고파”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량쯔충(양자경)이 12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아시아계 배우가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것은 처음이다. ⓒAP/뉴시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량쯔충(양자경)이 12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아시아계 배우가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것은 처음이다. ⓒAP/뉴시스

아시아계로는 아카데미(오스카) 최초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량쯔충(61·양자경)이 재난 상황에서 여성이 겪는 불평등에 대한 관심과 변화를 촉구했다.

량쯔충은 13일(현지시간) NYT(뉴욕타임스)에 ‘8년 전 내 인생을 바꾼 비극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The Crisis That Changed My Life 8 Years Ago Keeps Happening)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배우이자 유엔개발계획(UNDP) 친선대사로서 쓴 글이다.

량쯔충은 최근 오스카 수상의 감격을 언급하며 글을 열었다. “이 잊지 못할 순간에 감사하면서도, 나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무척 개인적이면서도 주목받아야 할 문제로 돌리고 싶다”고 적었다.

그는 2015년 네팔 대지진 현장에서 겪은 공포와 충격을 회상하며 “갑자기 삶이 부서져 파편으로 변해버린 수천 명의 가족들과 달리 내게는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게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고 썼다. “이 정도 규모의 재해는 이미 가진 게 거의 없는 이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준다”고도 적었다.

량쯔충은 지진 발생 3주 후 구호 활동 차 다시 네팔을 찾았고, 1년 후엔 UNDP 친선대사 자격으로 다시 찾아갔다. 최근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을 보며 네팔 대지진을 다시 떠올렸다.

“위기는 참사의 순간들에 그치는 게 아니라 뿌리 깊은 불평등을 드러낸다. 빈곤층, 특히 여성과 소녀들이 가장 큰 고통을 견뎌야 한다. 재난 발생 직후 여성들은 위생·보건 시설과 안전 부족에 더 영향을 받는다.”

2015년 4월 네팔 대지진 당시 붕괴된 집에서 나와 대피소에서 지내는 여성들과 아기들. 이 작은 대피소에서 12명의 가족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UN Women/Piyaviy Thongsa-Ard
2015년 4월 네팔 대지진 당시 붕괴된 집에서 나와 대피소에서 지내는 여성들과 아기들. 이 작은 대피소에서 12명의 가족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UN Women/Piyaviy Thongsa-Ard

량쯔충은 UNDP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여성과 소녀들이 가장 늦게 학교로 돌아가고 깨끗한 물, 백신, 신분증, 상담, 일자리, 대출 등 서비스도 가장 뒤늦게 받고 있다”, “충분한 사생활 보호 없는 환경에서 지내는 여성들은 성범죄나 성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시리아에서는 여성 약 4만명이 위생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출산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또 “재난으로부터 회복하고 다음 재난에 대비하려면 여성과 소녀들의 수요가 인도주의적 대응에 고려돼야만 한다”며 “여성이 재난 회복 과정에서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의 목소리, 리더십, 완전한 참여는 포용적이고 성공적이며 지속 가능한 회복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량쯔충은 점점 커지는 디지털 정보 격차를 지적하며 “정보격차 감소는 깊이 뿌리내린 젠더 사회 규범을 바꾸고, 여성의 목소리·리더십이 고위직에 오르도록 하는 데 중요하다”고 밝혔다. 여성의 디지털 리터러시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교육 투자 중요성도 강조했다.

량쯔충은 “나는 60세에 첫 오스카상을 수상했다. 인내에 대해서라면, 사회가 여성에 기대하는 역할에 대해서라며 내가 좀 안다. 내 경험이 위기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다른 여성 영웅들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내가 직업적 성취의 기쁨을 누리는 이 순간, 공동체를 재건하고 아이들과 노약자를 돌보며 식사를 준비하는, 너무나 종종 인정받지 못하는 여성들을 조명하고 싶다. 여성들이 그들에게 가장 영향을 주는 의사결정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만들자”며 글을 마무리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