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14일 대책 내놨지만 “실효성 없다” 비판 이어져
요리매연 문제 공론화해온 ‘에코맘코리아’ 하지원 대표
환기 중요하지만, 나쁜 공기 학생들이 마시게 돼 위험
‘튀김류 주2회 제한’ 대책, “학생들 급식 안 먹으면 더 문제”
‘유증 제거용 공기정화기’ 설치 등 요리매연 저감 솔루션 필요

지난해 11월3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학교급식노동자 폐암 산재 증언대회에 참석한 학교급식노동자가 현장 증언을 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해 11월3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학교급식노동자 폐암 산재 증언대회에 참석한 학교급식노동자가 현장 증언을 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급식종사자 2만4000여명 중 139명이 폐암 의심 소견을 받자 14일 교육부가 대책을 발표했지만, 일각에서는 교육부 대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급식종사자의 예견된 폐암 산재, 대책은 있을까.

교육부는 14일 ‘학교 급식실 조리환경 개선 방안’을 공개했다. △‘조리흄(cooking fume)’ 감소 식단·조리법 개발·보급 △학교 급식실 환기설비 개선 △전기식·자동화 등 현대화 급식기구 도입 △학교 급식실 인력 배치기준 적정화 등이다.

하지만 조리실무사가 포함된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등 노조는 교육부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14일 교육부 대책을 규탄하며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교육부 대책은) 교육청이 기존 재정에서 인력을 확충하라는 것”이라며 “지난 십 수년간 요구에도 단계적인 개선조차 없었다는 점에서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내용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요리매연을 비롯한 미세먼지 문제를 공론화하고 해결을 촉구해온 사단법인 ‘에코맘코리아’ 하지원 대표는 15일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교육부 대책은) 근본을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용 보면 환기하고, 조리도구를 바꾼다는 것인데 근본적으로 요리매연을 저감시키는 솔루션은 없다. 요리매연이 나오는 게 원인인데, 주변만 건드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요리매연은 PM 2.5 미만의 초미세먼지로, 고기를 구울 때, 튀길 때, 볶을 때 많이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2010년 요리매연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기도 했다. 급식종사자들은 조리과정에서 직접적으로 이를 마시기 때문에 폐암 위험에 무방비하게 노출된다. 게다가 대부분의 학교가 조리실과 붙어있는 급식실에서 배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실내에서 먹는 학생들 역시 이런 위협에 노출돼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총파업 돌입한 25일 울산 중구 모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학생들이 개인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있다. 2022.11.25. ⓒ뉴시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총파업 돌입한 25일 울산 중구 모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학생들이 개인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있다. 2022.11.25. ⓒ뉴시스

교육부의 ‘튀김류 주2회 제한’ 등 조리법 개선 대책에 대한 의견을 묻자, 하 대표는 “미리 대량 해놔도 맛이 (크게 변하지 않아) 괜찮은 조리법이 튀김이다. 그래서 많이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 입맛과 문화를 단기간에 바꾸기도 사실상 어렵다. (튀김류 등을 줄여) 아이들이 급식을 먹지 않으면 그게 더 문제”라며, 요리매연 저감 조리법을 개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하 대표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2가지를 제안했다. 요리매연을 외부로 내보내되 깨끗이 걸러서 내보내고, 실내에 남는 불가피한 요리매연은 ‘유증 제거용 공기정화기’로 걸러내자는 것이다.

그는 “기본적으로는 환기가 돼야 한다. 그런데 환기가 100% 될 수는 없다. 환기로만 해결하려다 보니 일선에서는 풍량을 맞추다 음압이 세서 유리창이 깨지는 경우도 있었다. (압력차 때문에) 냉난방기 작동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 문제는 환기를 해서 내보내도, 밖으로 빠져나간 나쁜 공기를 학생들이 마시게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내보낼 때 걸러서 내보내야 한다. 미국 뉴욕시는 요리매연을 걸러서 내보내도록 법이 제정돼있다”고 말했다.

조리시 실내에 머무르는 요리매연은 어떻게 해야 할까. 하 대표는 “환기를 통해 내보내도 10~20% 남는 실내매연이 있다. 이는 실내공기질 개선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세라믹 필터를 사용하는 ‘유증 제거용 공기정화기’가 따로 있다. 실제로 서초구가 21개 학교에 이같은 공기정화기를 조리실에 설치했더니 ‘전보다 눈이 덜 맵고 호흡이 더 수월해졌다’ ‘튀김할 때 유증기가 많이 나와 매캐한 연기로 힘들었는데 설치 후 조리실이 쾌적해졌다’는 조리사들 증언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근본적으로 급식실 환기에 더불어 공기정화를 통해 요리매연을 저감시키는 안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