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때문에 영국 성공회 설립했던 헨리 8세의
여섯 왕비들의 이야기 다룬 뮤지컬 ‘식스 더 뮤지컬’
영국 오리지널 공연으로 찾아와… 3월 31일부터는 한국어 공연

 

ⓒManuel Harlan
헨리 8세의 여섯 왕비들에 대한 이야기, 뮤지컬 ‘식스 더 뮤지컬’ 공연 장면. ⓒManuel Harlan

헨리 8세의 여섯 왕비들이 마이크를 들고 나섰다. ‘히스토리(His’tory)’가 아니라 ‘허스토리(Her’story)’를 말하기 위해.

사랑을 위해 종교를 버린 왕으로 잘 알려진 헨리 8세. 그러나 그가 캐서린 아라곤, 앤 불린을 제외하고 배우자 4명이 더 있었다는 이야기는 한국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들의 운명은 기구하다. 이혼당한 사람이 2명, 참수당한 사람이 2명, 아이를 낳고 죽은 사람이 1명. 살아남은 여성은 오로지 1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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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식스 더 뮤지컬’ 공연 장면. ⓒManuel Harlan

뮤지컬 ‘식스 더 뮤지컬’는 헨리 8세의 여섯 왕비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은 자신들의 기구한 운명을 가지고 경쟁을 벌인다. 누가 얼마나 헨리에게서 고통받았는지를 관객들에게 선보인 뒤 평가를 받고 1등을 뽑으려 한다. 5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헨리 8세 등 다른 이들에 의해 평가받았던 이들은 또다시 누군가에게 평가받으려 한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그들에게 마이크가 쥐어졌다는 사실이다. 알려진 것과는 달리 이 여성들은 헨리 8세와 헤어진 뒤 자신의 삶을 지켰다고 말한다. 

극에서 초상화와 실물이 다르다는 이유로 헨리 8세에게 이혼당했던 클레페는 알고 보니 혼전계약서에 따라 이후 많은 돈과 커다란 성을 선물받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식으로 해석된다. 캐서린 파는 헨리 8세의 사랑에 연연하지 않았으며, 책과 명상록을 쓰는 작가이자 여성 교육을 위해 싸웠던 인물인 것이 강조된다.

ⓒManuel Harlan
뮤지컬 ‘식스 더 뮤지컬’ 공연 장면 ⓒManuel Harlan

‘캐서린 아라곤’, ‘앤 불린’, ‘제인 시모어’ ‘클레페’, ‘캐서린 하워드’, ‘캐서린 파’라는 이름을 가진 6명의 여성들은 그렇게 자신들의 이름과 삶을 되찾는다. 500년을 넘어 찾아온 그들의 변화에 관객들도, 그들도 환호성을 내지르게 된다.

그만! 이제 지겨워
오해 속 묻혀버린 그 이름도
이제 마이크와 펜을 손에 들고
역사를 바로 잡아, 오늘 밤
(넘버 ‘ex-wives’ 중 일부)

ⓒManuel Harlan
뮤지컬 ‘식스 더 뮤지컬’ 공연 장면 ⓒManuel Harlan

‘팝 콘서트 뮤지컬’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넘버의 대부분이 흥겹다. 비욘세, 샤키라 등에 영감을 받은 넘버들은 4명의 라이브 밴드를 거쳐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뮤지컬 넘버로 바뀐다. 가사 또한 발칙하고 솔직하다. 때로는 지면에 담기 어려운 수위의 가사들이 툭툭 튀어나온다.

외국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데이트 애플리케이션 등 외국의 문화를 좀 더 잘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점은 아쉬움이다. 그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장면이 나오는 만큼 모르는 상태로 공연을 보러 가도 괜찮다. coex 신한카드 artium(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오는 3월 26일까지 영국 오리지널 공연. 3월 31일부터 6월 25일까지 한국어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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