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랑 산다]
MS·구글 등 빅테크 기업 간
불 붙은 AI 기술 경쟁, 큰 변화 예고
인간은 부분보다 전체 조망하는 능력
‘일하는 감각’ 키워야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16일(현지시간)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아웃룩, 팀즈, 파워플랫폼 등 자사 업무 생산성 도구 전반에 적용하는 AI 시스템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Microsoft 365 Copilot)을 공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16일(현지시간)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아웃룩, 팀즈, 파워플랫폼 등 자사 업무 생산성 도구 전반에 적용하는 AI 시스템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Microsoft 365 Copilot)을 공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세상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챗GPT(ChatGPT)가 발표된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사이에 너무도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챗GPT는 인공지능(AI) 기술과, 그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대중을 연결하는 다리를 놓았다. 그 다리의 견고함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해당 서비스는 두 달 사이에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1억 명을 돌파했다.

그 사이 구글은 현실 세계에 렌즈를 대고 곧바로 정보를 비춰 볼 수 있는 멀티모달 검색을 선보였고, 메타는 초거대 언어모델의 경량화를 통해 더 가볍게 성능을 낼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어 지난 15일에는 오픈AI가 훨씬 더 높은 성능과 멀티모달 활용의 가능성을 연 GPT-4를 발표했고, 그로부터 이틀 뒤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기존 자사 서비스인 MS 365(MS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아웃룩, 팀즈 등을 아우르는 생산성 툴)에 GPT-4를 연계한 서비스를 발표했다. 미국과의 시차 때문에, 자고 일어나면 새 모델과 제품이 나오는 일을 우리는 요즘 연이어 겪고 있다.

더 간편하고 부담 없는 AI 활용
경쟁의 벽 견고히 쌓는 빅테크들
입지 좁아진 스타트업들, 새 전략 필요

특히 업계에 큰 충격을 주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의 AI 도입이 아닐까 싶다. 지난해 말부터, 언어모델의 API(응용 프로그램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활용해 제품을 내는 스타트업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증가 추세였다. 예를 들어, 문법 검사기나 적당한 이메일 문구를 곧장 생성하는 서비스, 미팅 로그를 실시간으로 정리해주던 프로그램들이 겨우내 높은 기업 가치로 빠르게 투자를 받아왔다. 그런데 이제는 사용자들이 이러한 앱들을 굳이 내려받아 적응해가며 사용하지 않아도, 기존에 널리 써 왔던 워드 프로그램이나 아웃룩 메일, 팀즈 화상회의 프로그램에서 AI 기능을 충분히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뿐이겠는가. 훌륭한 자체 모델을 가진 구글이나 아마존웹서비스(AWS), 메타, 애플 등 기존 빅테크 기업들이 자사 제품들을 AI로 강화해 고객을 더욱 묶어두는 전략을 펼칠 것이다. 사용자의 행동을 바꾸거나 인지적 부담을 줄 필요가 없으니 벌써 몇 걸음 앞에서 달리기를 시작하는 것과 같다. 기존의 지배적 프로그램들이 지닌 불편함을 파고들어 단점을 극복하는 제품을 내오던 AI 스타트업들의 입지가 다소 좁아진 셈이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이 낮은 수익성 때문에 굳이 안 만들 법한 제품을 내놓는다고 해도 대비가 필요하다. 수익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서 빅테크 기업에 의해 순간적으로 잠식당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가령 애플은 지난 iOS 업데이트 당시, 이미지 속 객체의 배경을 제거하는 일명 ‘누끼 따기’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사용자가 아이폰 앱스토어에서 외부의 이미지 편집 앱을 따로 설치한 뒤, 광고를 보거나 유료 결제를 해야만 이 기능을 쓸 수 있었다. 그런데 애플에서 이 기능을 무료로 풀어버리니, 기존 앱 시장 입장에서는 수익 모델 하나가 허물어지게 된 것이다.

혁신적 기술이나 제품 출시 이후 곧바로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되던 기존 문법이 이번에도 이어질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1990년대 웹 생태계가 만들어졌을 때 수많은 검색 사이트와 커뮤니티가 매일같이 등장했지만, 이내 쟁쟁한 몇 곳만 살아남았다. 2007년 아이폰 출시 때도 마찬가지였다. 앱스토어라는 환경이 구축되고 게임과 생산성 도구를 비롯한 앱들이 줄줄이 대중을 만났다가 사라졌다. 출시 이후 3년쯤 지난 시점에야, 인스타그램·우버 같은 앱들이 나타나 크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모바일 환경이 마련되고, 그 모바일의 특징을 제대로 파고든 상품들이 혁신을 끌어냈다.

다만 그 시절들과는 달리, 현재의 생성 AI는 이를 만든 테크 기업들이 앱에까지 손을 뻗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의견도 있다. 가령 애플은 아이폰과 앱스토어라는 환경을 조성했지만, 인스타그램을 만들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현재의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에 투자해 AI 환경을 구축한 동시에, 이걸 적극적으로 쓸 수 있는 앱에도 손을 대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모습들과는 다르다는 의견이 나온다.

OpenAI가 최근 공개한 AI 언어모델 ‘ChatGPT-4’. ⓒOpenAI 웹사이트 캡처
OpenAI가 최근 공개한 AI 언어모델 ‘ChatGPT-4’. ⓒOpenAI 웹사이트 캡처

AI가 불러올 변화 속 사람은 어떻게 일해야 할까
부분보다 전체 조망...일하는 감각 키워야

산업계가 치열하게 맞붙는 가운데, 이들의 더욱 진화된 도구를 쓰며 일하는 사람들의 일상은 어떻게 변할까. 개인적으로는 평가 시스템에 가장 빠르게 파동이 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곳곳에서 “AI가 해도 (특정인)보다는 잘하겠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리는 것이 어쩐지 심상치 않다.

특정 직업군이나, 조직 내 특정한 역할이 대체되는 것은 권력(Power)의 문제가 얽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그 역할 안에서 일하는 개인들에 대한 평가 지표 자체는 달라질 법하다. 전통적 평가 시스템은 각 모듈에서 부분의 업무에 특화해 매달 성과(KPI)를 내는 것을 중시했다. 이제 전체적 그림을 조망하고 문제를 해결해내는 것이 더더욱 중요해졌다. 부분적 업무 자체는 AI 도구가 더 잘할 수도 있으니, 사람은 자신이 맡은 업무 바깥까지 더 큰 그림을 보고 감각적으로 대처해내야 하는 것이다. 책 『일을 잘한다는 것』(마구치 슈·구스노키 켄, 리더스북, 2021)에는 “평균점에 돈을 지불하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 나온다. 세상은 이제 더 특화된 개인의 감각을 요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챗GPT가 일으킨 혁신의 날갯짓이, 우리의 일을 둘러싼 인식까지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유재연 옐로우독 AI펠로우
유재연 옐로우독 AI펠로우

소셜임팩트 벤처캐피털 옐로우독에서 AI펠로우로 일하고 있다.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분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주로 인공지능 기술과 인간이 함께 협력해가는 모델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AI랑 산다>는 장밋빛으로 가득한 AI 세상에서, 잠시 ‘돌려보기’ 버튼을 눌러보는 코너다. AI 기술의 잘못된 설계를 꼬집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AI 기술과, 그 기술을 가진 이들과, 그리고 그 기술을 가지지 못한 자들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을지 짚어 본다.

① 인공지능이 나에게 거리두기를 한다면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0379

② 기계가 똑똑해질수록 인간은 바빠야 한다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1310

③ 인간이 AI보다 한 수 앞서야 하는 이유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2353

④ AI에게 추앙받는 사람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3684

⑤ 메타버스서 공포증 극복·명품 쇼핑...‘비바 테크놀로지 2022’ 참관기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4824

⑥ 월경·난자 냉동... 79조 펨테크 시장 더 커진다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5977

⑦ 사람을 살리는 AI 솔루션이 필요하다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7124

⑧ 이상행동 탐지·채팅앱 신고...AI로 스토킹 막으려면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8068

⑨ 일하다 죽지 않게 만들 기술이 필요하다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8998
⑩ ‘AI 예술가’는 이미 현실, 이제 창작자들이 연대해야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9928
⑪ 요즘 대세 ‘챗GPT’ 이후의 AI는 어떻게 진화할까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0850

⑫ ‘박사학위자의 결혼 조건은?’ 챗GPT에 물어보니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1690

⑬ 편견·차별 없는 AI 만들려면? 챗GPT가 던진 질문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3074

⑭ 막 오른 빅테크 AI 대전...사람은 어떻게 일해야 할까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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