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미술관·아름지기
‘시간의 두 증명 - 모순과 순리’전
5월28일까지

서울대학교미술관 기획전 ‘시간의 두 증명 - 모순과 순리’ 전시 전경. 서도호 작가의 ‘Gate-small’과 이수경 작가의 ‘번역된 도자기’ 연작. ⓒ이세아 기자
서울대학교미술관 기획전 ‘시간의 두 증명 - 모순과 순리’ 전시 전경. 서도호 작가의 ‘Gate-small’과 이수경 작가의 ‘번역된 도자기’ 연작. ⓒ이세아 기자

백남준, 서도호, 이성자, 윤석남, 이수경, 양혜규 등 세계에 한국 미술을 널리 알린 거장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24일 서울대학교미술관에서 막을 올린 기획전 ‘시간의 두 증명 - 모순과 순리’다.

미술관과 재단법인 아름지기가 함께 주최한 전시로, 의·식·주를 기반으로 현대인의 삶의 단면을 포착한 현대미술작가들의 작품 75점과 아름지기의 소장품 100여 점을 모았다.

이성자, ‘극지로 가는 길 87년 5월’, 1987, 캔버스에 아크릴, 200 × 20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서울대미술관 제공
이성자, ‘극지로 가는 길 87년 5월’, 1987, 캔버스에 아크릴, 200×20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서울대미술관 제공
이성자, ‘78년 2월의 숲’, 1978, 캔버스에 아크릴, 130×162cm,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서울대미술관 제공
이성자, ‘78년 2월의 숲’, 1978, 캔버스에 아크릴, 130×162cm,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서울대미술관 제공
서울대학교미술관 기획전 ‘시간의 두 증명 - 모순과 순리’ 전시 전경.  ⓒ서울대미술관 제공
서울대학교미술관 기획전 ‘시간의 두 증명 - 모순과 순리’ 전시 전경. ⓒ서울대미술관 제공

전시는 3개 섹션으로 나뉜다. ‘오늘, 우주의 시’ 섹션은 상호 연결돼 정처 없이 흐르는 시간 속 잠시 멈춰 사유할 틈을 제공한다. 한국 여성 최초 추상화가인 이성자의 ‘극지로 가는 길’과 ‘78년 2월의 숲’도 볼 수 있다. 음양, 동서양이 조화를 이루는 세계관을 기하학적으로 표현했다. 보따리를 통해 여성성과 이민·실향 등의 주제를 탐구해온 김수자의 작품도 곳곳에 배치했다.

김보민 작가의 도시-산수화, 이인선 작가의 화려하고 독창적인 기계자수, 김미라·양유완·정유리 작가의 은 주병, 백남준 작가의 ‘토끼와 달’은 시간이 중첩된 초현실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장욱진, 이종상, 하동철 작가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지속될 느낌’ 섹션에 진입하면 전시장 중앙에 설치된 서도호의 ‘Gate-small’이 시선을 끈다. 한옥 대문을 반투명한 실크천으로 재현한 작품이다. 도자기 조각을 금(金)으로 이어 붙인 ‘번역된 도자기’ 연작(이수경 작가)도 볼 수 있다. 조선시대 도포와 삼국시대 복식을 토대로 재현한 말두고, 백습고, 백자 주병과 함께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미의식을 보여준다.

서울대학교미술관 기획전 ‘시간의 두 증명 - 모순과 순리’ 전시 전경.
서울대학교미술관 기획전 ‘시간의 두 증명 - 모순과 순리’ 전시 전경.
서울대학교미술관 기획전 ‘시간의 두 증명 - 모순과 순리’ 전시 전경.
서울대학교미술관 기획전 ‘시간의 두 증명 - 모순과 순리’ 전시 전경.

이은범의 ‘청자 상차림’, 양혜규의 ‘중간유형 - 구렁이 생명체’는 인류 역사 속 공예가 갖는 근본적 미감을 드러낸다. 문영민과 류성실의 작품은 ‘명재 윤증 기제사상’, ‘노마드 제사상’과 함께 전시돼 전통문화의 계승과 변주를 보여준다.

먹고 마시는 일상을 생생하게 담은 유화(박진아), 정간보(국악 악보) 형식을 차용해 일상을 만화처럼 표현한 회화(조해리)와 김태호의 추상화, 정재호의 도시 풍경화도 볼 수 있다.

‘기억하기 또는 살기’ 섹션에선 조선시대부터 근현대까지의 풍경과 삶을 담은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창덕궁 연경당에 있는 이문(二門)인 장락문(長樂門)과 궁궐 밖 왕의 임시 처소인 어막차(御幕次)를 재현한 작품을 전시장 한가운데 배치했다. 서용선과 조덕현의 작품은 시대와 공간, 계층을 뛰어넘는 사람들의 기억을 다룬다.

윤석남, 어머니 2 - 딸과 아들, 1992, 나무에 아크릴릭, 170x18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이세아 기자
윤석남, 어머니 2 - 딸과 아들, 1992, 나무에 아크릴릭, 170x18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이세아 기자

여성의 삶과 경험을 탐구해온 윤석남의 어머니 조각 설치작업도 눈에 띈다. 어머니와 가족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을 다룬 이인진, 권창남의 작품, 한복에 금속 오브제와 한글 자수를 놓아 촉감과 조형미를 살린 다발킴의 작품도 인상적이다.

심상용 서울대미술관장은 “코로나19 이후로 ‘글로벌 스탠더드’가 흔들리는 경험을 하면서 우리의 뿌리를 생각하게 됐다”며 “배우고 탑재해야 하는 ‘타자화된 예술’이 아닌 우리 밥상머리 미술, 의식주의 미술”에 주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는 4월28일 전시 연계 심포지엄이 개최된다. 국내외 인사를 초청해 한류와 전통, 한국미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로 관심 있는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전시는 오는 5월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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