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 가사·돌봄노동자 기자회견
"외국인 가사노동자는 우리의 친척이자 이웃"
차별 없이 노동자로 대우 받기 위한 법

27일 한국노총과 한국노총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유니온, 그리고 현장에서 근무하는 가사노동자들이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가사근로법 개정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상혁기자
3월 27일 한국노총과 한국노총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유니온, 현장에서 근무하는 가사노동자들이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가사근로법 개정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상혁기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발의한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최저임금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가사근로자법 개정안이 논란이다. 가사노동자들이 국회 앞에 모여 “가사노동자의 가치를 폄하하지 말라”며 개정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노총과 한국노총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유니온, 현장에서 근무하는 가사노동자들은 3월 2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가사근로법 개정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달 22일 조정훈 의원에게 “맞벌이 부부에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자”며 발의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최저임금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가사근로자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가사노동자들은 가사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해 최저임금, 4대 보험, 퇴직금 등의 권리를 인정받는 가사근로자법이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된 이후 1년도 지나지 않아 아직 현장에 정착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 외국인 근로자를 차별하는 개정안은 이주민을 차별하는 시대착오적 법안일 뿐 아니라 가사근로자법의 취지를 무력화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비판했다.

외국인 가사노동자들은 우리의 이웃…가사근로자법 동등한 대우 위해 만들어

최영미 가사돌봄유니온 지부장은 가사근로자법 개정안이 발의됐다는 소식을 듣고 황당했다며 “그간 외국인 가사노동자 대부분은 일제강점기 시대에 중국으로 내밀린 동포들이다. 같은 동포인데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해도 된다는 발상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박상혁 기자
최영미 가사돌봄유니온 지부장은 가사근로자법 개정안이 발의됐다는 소식을 듣고 황당했다며 “그간 외국인 가사노동자 대부분은 일제강점기 시대에 중국으로 내밀린 동포들이다. 같은 동포인데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해도 된다는 발상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박상혁 기자

 

사회를 맡은 최영미 가사돌봄유니온 지부장은 가사근로자법 개정안이 발의됐다는 소식을 듣고 황당했다며 “그간 외국인 가사노동자 대부분은 일제강점기 시대에 중국으로 내밀린 동포들이다. 같은 동포인데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해도 된다는 발상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사근로자법은 국적에 상관 없이 가정에서 돌봄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들이 다른 노동자들과 똑같이 대우받기 위해 만든 법이다. 당신이 정치적 욕심으로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법이 아니다”며 개정안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연대발언에 나선 이충재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조정훈 의원이 속한 시대전환은 당명을 ‘시대착오당’ 또는 ‘시대역행당’으로 불려야 한다.”며 조 의원이 우리나라 현실을 너무 모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적정 인구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아우성인 시대에 이주노동자와 어떻게 함께 살 건지 논의하기는커녕 말도 안 되는 법안을 내놓고 있다. 우리 가사노동자들을 얼마나 무시하면 이런 발상이 나오겠냐”고 말했다.

아이 돌보는 일이 겨우 100만원 가치냐…더이상 가사노동자 무시하지 말아야

7년차 가사노동자 임금순(72)씨는 “가사 서비스를 해오면서 지금처럼 참담한 적이 없었다”고 심정을 밝혔다. ⓒ박상혁 기자
7년차 가사노동자 임금순씨는 “가사 서비스를 해오면서 지금처럼 참담한 적이 없었다”고 심정을 밝혔다. ⓒ박상혁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는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가사노동자들이 참석해 개정안을 당장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7년차 가사노동자 임금순(72)씨는 “가사 서비스를 해오면서 지금처럼 참담한 적이 없었다”고 심정을 밝혔다. 이어 “가사노동자들은 1년을 일하건 10년을 일하건 호봉이 올라가지 않는 최저임금 노동자”라며 가사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의원의 개정안은 외국인 가사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들 눈에는 가사노동이 최저임금도 못 받는 형편없는 일자리로 보일 것이다. 그러면 나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하는 모든 가사노동자들이 똑같은 대우를 받게 될 것이다”며 가사노동자의 땀을 무시하는 얘기가 더 이상 나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이돌봄사업에서 실무자로 일하는 이명희 한국가사노동자협회 활동가는 조 의원에 “아이를 돌보는 일이 겨우 100만원의 가치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아이돌보미는 길게는 3년에서 아이가 다 자랄 때까지 본인 자식보다 더 정성을 다해 돌봄을 실천한다. 비록 급여는 작지만 가치 있고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활동가는 가사노동자도 가사근로자법에 따라 최저임금, 4대보험, 퇴직금을 적용받는 당당한 노동자라며 “현장에서 일하는 돌봄노동자에 격려는 못해줄망정 100만원짜리 노동자로 평가절하하는 모습에 화가 치민다. 이런 쓸데없는 얘기를 할 시간에 어떻게 하면 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는 돌봄서비스를 확대할지 고민해달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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