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3 국제앰네스티 연례인권보고서: 세계 인권 현황’
아태 지역, 경제위기로 표현의 자유·결사의 자유 제한 강화
한국, 여가부 폐지 시도 등 젠더 평등 반하는 우려 상황 지속돼
북한, 강력한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이동의 자유·정보 접근 제한 심각
국제사회, 중동서 발생한 인권 침해 무대응... ‘이중 잣대’ 존재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 “세계 불안정할 때, 인권이 길잡이 돼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2022/23 국제앰네스티 연례인권보고서: 세계 인권 현황’(이하 보고서)을 28일 발표했다. ⓒ국제앰네스티 제공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2022/23 국제앰네스티 연례인권보고서: 세계 인권 현황’(이하 보고서)을 28일 발표했다. ⓒ국제앰네스티 제공

코로나19, 기후위기, 전쟁 등으로 지난해 전 세계 인권 상황이 심각하게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2022/23 국제앰네스티 연례인권보고서: 세계 인권 현황’(이하 보고서)을 28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한국과 북한을 포함한 156개국의 지난해 인권 현황에 대한 포괄적인 분석이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전반적인 인권 상황은 암울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불러온 경기침체, 경제정책의 실패, 지역 내외의 무력 분쟁으로 촉발된 경제위기는 아프가니스탄, 라오스, 스리랑카 등 지역의 경제적, 사회적 권리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쳤다. 여러 나라에서 표현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강화되고, 이를 비판하는 인사들이 체포·구금되면서 반대 세력에 대한 불관용이 심화됐다.

한편, 한국의 인권 상황은 일부 진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동성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 판결은 LGBTI의 권리 보호를 위한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폭력이 여전히 만연함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는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자원을 줄였다. 언론의 자유가 위협받기도 했다.

이에 양은선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 대행은 “새 정부가 추진한 여성가족부 폐지 계획이 올 2월 불발됐지만, 언제라도 다시 추진될 수 있기에 여성 인권 증진 제도와 정책을 강화하고, 여성가족부 폐지 시도를 즉각 멈춰야 한다”며 “오랜 기간 혐오와 차별에 직면한 여성과 LGBTI 등 소수자를 보호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4월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지난해 4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4월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의 경우, 방역을 이유로 3년여에 걸쳐 이어져 온 전방위적 사회 통제로 주민들의 인권은 여러 부문에서 침해받았다.

양은선 사무처장 대행은 “강력한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작년에도 계속 이어지면서 특히 이동의 자유, 정보에 대한 권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한국 등 외부 문물을 접하거나 유포한 사람들에 대한 처벌 수위가 한층 높아지는 등 외부 정보로의 접근이 크게 악화되면서 주민들이 체감하는 외부와의 단절은 한층 더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입과 밀수가 큰 폭으로 줄어들며 국내로의 식량 유입량이 감소한 상황에서 연이어 발생한 자연재해로 인해 식량 불안정은 더욱 심화됐다. 이로 인해 노인, 아동, 장애인 등 취약계층과 농촌 지역 거주자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굶주림에 고통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세계 인권 상황과 관련해 국제사회가 인권 및 보편적 가치를 일괄적으로 적용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세계 각지에서 인권에 대한 뚜렷한 ‘이중 잣대’가 존재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해 보여준 강경한 대응에 비해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일부 동맹국의 중대한 인권침해에는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녜스 칼라마르(Agnes Callamard)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세계가 더욱 불안정하고 위험한 환경 속에서 헤맬 때, 인권이 길잡이가 돼야 한다”며 “러시아의 침략전쟁이 미래에 대해 보여준 것이 있다면, ‘효과적이고 일관적인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모든 국가는 모든 지역에서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새로운 규칙 기반 질서를 마련하기 위해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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