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대표발의 법안
가사 노동자 측 “최저임금도 못 받는 형편없는 일자리로 보일 것”
이주 노동자 측 “어떤 부작용 발생할지 전혀 고려 안 해”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뉴시스·여성신문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뉴시스·여성신문

외국인 가사 근로자에게는 최저임금 적용을 배제하는 법안이 나와 논란이다. 당사자인 가사 근로자와 이주 노동자들은 가사노동 폄하와 외국인 차별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지난 21일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법안은 외국인 가사 근로자는 최저임금의 적용이 제외되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법안의 제안 이유로는 “저임금의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을 통해 맞벌이 가정의 가사 부담을 덜고 특히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궁극적으로 이는 저출산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적혀있다.

반발이 거세지자 법안이 철회됐다.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던 민주당 김민석, 이정문 의원이 빠지면서 ‘의원 10명 이상 동의’라는 법안 발의 최소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 그러나 하루가 지난 23일 국민의힘 권성동, 조수진 의원이 발의자로 참여해 다시 요건을 채우면서 재발의됐다.

27일 한국노총과 한국노총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유니온, 현장에서 근무하는 가사노동자들이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가사근로법 개정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상혁기자
27일 한국노총과 한국노총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유니온, 현장에서 근무하는 가사노동자들이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가사근로법 개정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상혁기자

가사 노동자들은 법안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안이 가사·돌봄 노동의 가치를 폄하한다는 것이 골자다. 가사·돌봄 유니온이 2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연 법안 규탄 기자회견에서 임금순 가사관리사는 “국민의 눈에는 가사노동이 최저임금도 못받는 형편없는 일자리로 보일 것”이라며 “가사서비스를 하는 우리는 당당한 노동자”라고 말했다.

아이돌봄사업에서 실무자로 일하고 있는 이명희 한국가사노동자협회 활동가는 “아이를 돌보는 일이 겨우 100만 원의 가치입니까?”라고 물으며 “현장에서 일하는 아이돌봄선생님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격려는 못해줄망정 100만 원짜리 노동자로 평가절하하다니 정말 분노스럽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조정훈 의원은 시대를 역행하는 가사근로자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 △조정훈 의원은 가사돌봄, 아이돌봄에 종사하는 노동자, 그리고 외국 여성노동자를 무시하는 행태에 대해 즉각 반성할 것 △국회는 필요로 하는 모든 국민에게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계획을 즉각 논의할 것 △국회는 ILO가사노동자협약 비준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할 것을 주장했다.

이주 노동자들도 해당 법안에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주 노동자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주다. 이주 노동자 노조의 섹 알 마문 부위원장은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과거에 미등록 외국인의 합법화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면서 “그렇게 얘기했던 사람이 이런 법안을 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 계절 근로자로 들어오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보면 6개월 비자를 받고 도망가서 미등록자로 많이 남는데, 이번 가사 근로자의 경우도 똑같이 될 것”이라며 “이번 법안은 법안이 현실화됐을 때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정영섭 이주 노동자 노조 활동가도 “현재 가사 근로자로 일하고 있는 중국 동포들 가운데서도 국적이 외국인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은 월 200만 원 정도를 받다가 갑자기 월 100만 원을 받게 되는 것”이라며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안이 “국제법과 차별금지협약에 어긋나는, 있을 수 없는 발상”이라며 “이주민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인종차별을 조장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실 측에서는 위와 같은 반발에 대해 “비판에 대해서는 저희도 알고 있고, 수용하는 입장”이라면서도 “이 법안이 비록 출발은 투박하고 거칠지만 외면했던 이슈에 대해서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법안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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