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사위, 4대 전략, 5대 핵심 분야 발표
윤 대통령 “15년간 280조 쏟고도 실패”
‘성평등’ 관련 비전은 대책에서 빠져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28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서 저출산(저출생) 정책을 냉정하게 다시 평가하고, 왜 실패했는지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2023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위원회) 회의에서 "지난 15년간 28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했지만,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0.78명을 기록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회의는 7년여 만에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회의로, 다양한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위원들과 정부위원인 관계부처 장관들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저출산 문제는 복지, 교육, 일자리, 주거, 세제 등 사회문제와 여성 경제활동 등 사회문화적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정부 지원과 아울러서 문화적 요소, 가치적 요소들을 함께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다. 앞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2020년 12월 발표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년)에서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패러다임으로 ‘성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제시했으나 이번 대책에선 ‘성평등’이라는 말 자체가 자취를 감췄다. 

이 자리에서 김영미 부위원장은 저출산 관련 4대 추진전략, 5대 핵심 분야로 구성한 윤석열 정부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추진방향 및 과제를 보고했다. 4대 추진 전략은 △선택과 집중 △사각지대·격차 해소 △구조개혁과 인식 제고 △정책 추진 기반 강화다. 5대 핵심 분야는 △촘촘하고 질 높은 돌봄과 교육 △일하는 부모에게 아이와 시간을 △가족친화적 주거 서비스 △양육비용 부담 경감 △건강한 아이, 행복한 부모 등으로 설정했다. 

어린이집 ‘0세반’·‘늘봄학교’ 운영 확대

먼저 질 높은 돌봄과 교육을 위해 2022년 기준 7만8000가구 수준의 아이돌봄서비스를 2027년까지 3배 수준으로 늘리고 어린이집 시간제보육도 확대한다.

2025년부터 유보 통합을 실시해 모든 영유아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한다. 초등돌봄인 늘봄학교는 단계적으로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하고 질 좋은 프로그램을 통해 사교육비 경감을 추진한다. 아동 돌봄 등의 국가 책임 강화를 위한 가칭 아동기본법 제정도 추진할 예정이다.

일하는 부모에게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을 제공하기 위해 일·육아 병행 지원제도 관련, 실태조사, 근로감독 확대 및 전담 신고센터 신설, 중소기업 활용 상 애로 해소, ESG 정보공시(일·육아 병행 지원제도 활용지표 검토) 등 제도 실효성 강화 방안을 마련한다. 

근로시간 단축 최대 3년간 사용 가능

경력단절 없이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근로시간 단축지원 대상·기간·급여 확대, 부모 육아휴직 맞돌봄(3+3) 확산 인센티브 확대, 배우자 출산휴가 지원, 대체인력지원 서비스도 강화한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대상은 현행 만 8세에서 만12세까지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부모 1인당 최대 24개월인 사용 기간도 36개월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급여의 경우 하루 1시간 통상임금의 100%를 지원하는데 2024년 이후 하루 2시간까지 통상임금 100%를 지급하는 단계적 확대를 추진한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4월 관련 제도 집중 점검, 8월에 대대적인 일·가정 양립을 위한 포괄적 실태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새로운 정책으로는 윤 대통령 대선 공약인 ‘육아기 재택근무제’를 법으로 보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육아기 재택근무제 지원 근거를 법에 명시하고 재택근무 노무관리 컨설팅 및 인프라 구축 지원 등을 통해 제도를 확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남성 육아휴직 참여자에 대한 인센티브와 배우자 출산휴가 관련 중소기업 급여 지원도 늘린다.

맞벌이 8500만원 신혼부부도 저금리 주택자금 대출 

신혼부부와 다자녀가구에 대한 주거 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먼저 결혼 7년 이내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자금 특례대출의 문턱을 낮추기로 했다. 특례대출 금리는 1.65~2.4% 수준으로 시중 금리의 절반도 안 된다. 기존에는 신혼부부가 집을 구입할 때 가구 소득 7000만원 이하인 경우에만 특례대출(최대 4억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8500만원까지 확대한다.

다자녀가구의 공공주택 입주 요건도 자녀 한 명당 10%포인트, 최대 20%포인트(자녀 2명)까지 소득·자산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다자녀 가구일수록 자산기준을 완화해 더 많은 가구가 청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자녀가 2명이라면 공공주택 입주 요건이 기준 중위소득 100%(540만원)에서 120%(648만원)로 낮아진다. 공공주택 중 공공분양의 다자녀 기준을 ‘3명’에서 ‘2명’으로 낮추고, 혼인하지 않고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도 같은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공공분양은 다자녀를 3자녀로, 공공임대는 2자녀로 보고 있는데 상이한 기준을 통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임신 전 건강관리, 난임시술 및 냉동난자 보조생식술 지원 등 건강한 임신·출산을 보장하고 2세 미만의 입원진료비 본인부담율 0%, 소득수준 관계없이 미숙아·선천성 이상아 의료비 지원 등 2세 미만 의료비를 대폭 지원한다. 인력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는 소아진료 인력 확충 등 소아 소아의료체계 강화 방안도 포함됐다. 

김영미 부위원장은 "이번 발표는 윤석열 정부 저출산 대응의 첫걸음"이라며 "향후 결혼을 앞둔 청년, 출산을 고민하는 분들, 자녀양육 가정 등 직접적인 정책의 당사자 국민과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향후 국민참여위원회를 구성해 사회적 공론화 과제를 논의하고 미래세대자문과 옴브즈맨 도입, 심층적인 인구문제 인식·여론조사와 빅데이터 분석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위원회는 주요 과제에 대해 성과 지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심층적인 평가를 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세부 대책에 대해서는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