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임대인 동의 없이 미납 국세·지방세 열람 가능
계약 전에는 여전히 임대인 동의 필요...실효성 의문
“공인중개사가 대신 열람하는 등 보완책도 없어”

정부가 29일 발표한 전세피해 방지를 위한 미납국세열람 개선 내용. ⓒ국세청
정부가 29일 발표한 ‘전세피해 방지를 위한 미납국세열람 개선’ 내용. ⓒ국세청

정부가 전세사기 대책으로 다음달부터 임대인의 미납 국세·지방세를 동의 없이도 확인할 수 있도록 확대·개선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시행돼도 임차인의 현실은 지금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세사기’ 유형 중 임대인이 국세·지방세 등을 미납해, 집이 경매에 넘어가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에 피해대책위원회와 주거권단체 등은 집을 구하기 전에 세금 체납 사실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이에 정부는 다음달부터 임차보증금이 1000만원을 넘는 경우, 임대차 계약 직후부터 계약기간 시작일까지는 임대인 동의 없이도 임대인의 미납 국세·지방세를 열람할 수 있게 했다. 국세는 전국 국세청에서, 지방세는 해당 임대차 건물 소재지 지자체 세무 부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동의 없이 열람한 경우 임대인에게는 열람 사실이 통보된다.

하지만 계약 전에는 여전히 임대인 동의가 필요하도록 유지되고 있어, 사실상 제도 개선 효용이 없다는 지적이다. 임대인이 열람을 거부하면 그만인 현실은 그대로라는 것이다.

민달팽이유니온 지수 위원장은 “집 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계약하기 전에 여기 임대인이 안전한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세금 체납 여부까지 보고 싶은 거다. 결과적으로 세입자 입장에서는 ‘체납 사실이 확인될 경우 계약을 파기한다’ 정도로 특약 쓰고 계약금을 내야 하는 상황인 건데, 이 정도 수준은 사실상 임대인 동의가 필요한 지금과 똑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저희가 요구하는 내용은) ‘계약을 하려는 자는 (임대인의) 세금 체납 사실에 대한 열람 권한을 요청할 수 있고, 임대인은 별다른 사유가 없으면 이를 거절 할 수 없다’인데, 지금 법체계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같다. 세입자가 될 사람한테 못 보여준다면, 공인중개사가 열람하고 확인·설명해줄 수도 있는 건데 그런 보완도 없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선순위 임차보증금 열람 역시 현행법상 계약 후에만 가능한데, 계약 전 확인할 수 있도록 피해대책위 등이 제도 개선을 건의했으나 국토부 등에서는 여전히 검토 중인 상황이다.

이에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는 다음달 8일 전세사기 당사자 전국모임을 열어 피해자들의 실태와 요구사항 등을 취합하고, 이후 공동행동 등을 기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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