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시장 묘지, ‘민주화 성지’ 모란공원에 이장
추모연대 “박 전 시장 기릴 계획 없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국가가 박원순 열사로 인정 안해”

2020년 7월 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청에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이 영결식을 마치고 청사를 떠나고 있다. ⓒ홍수형 기자
2020년 7월 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청에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이 영결식을 마치고 청사를 떠나고 있다. ⓒ홍수형 기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전태일, 김근태 등 역대 민주·노동운동가들이 묻혀있는 '민주화의 성지' 모란공원에 이장되는 것을 두고 비서 성추행으로 피소된 박 전 시장이 민주열사로 추대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민족민주열사 추모단체 측은 “박 전 시장을 추모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관련기사:[단독]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민주화의 성지’ 모란공원으로 이장(https://n.news.naver.com/article/310/0000105402)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의 배우자 강난희씨는 주위 관계자들에 "시장님 3주기를 앞두고 시장님 묘역을 이장하게 됐다. 4월 1일 오후 3시 남양주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 온다"며 박 전 시장의 이장 소식을 전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설 공동묘지인 모란공원은 고인이 된 민주화운동가와 노동운동가가 안장되는 묘지로 유명하다. 노동운동에 힘쓴 전태일 열사·이소선 어머니를 비롯해 YH 여성 노동자 김경숙, 민주화운동가 박종철, 통일운동가 문익환, 노회찬 국회의원 등 150여 명이 이곳에 묻혔다.

이를 두고 2020년 7월 8일 비서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박원순 전 시장이 모란공원에 묻힌 다른 민주열사들과 같은 대우를 받으며 추모 받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열사들의 행적을 알리고 모란공원에 봉안·관리를 담당하는 ‘민족민주열사 희생자 추모(기념)단체 연대회의(이하 추모연대)’는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박원순 전 시장을 민주 열사로 소개하거나 기념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추모연대는 1년에 한 번 ‘범국민추모제’를 열고 대표자회의를 통해 민주화에 기여한 열사들을 선정한다. 수십 명의 후보 중에 특정 정당에 소속돼 있거나 치명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등 문제가 될 만 한 인사는 제외한다.

모란공원이 사립 공동묘지기 때문에 유가족이 원해서 이장하는 것은 자유지만, 열사로 선정되지 않은 인물들은 따로 기념하지 않는다는 게 추모연대의 설명이다.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기관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도 박 전 시장을 기리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경진 언론홍보팀 대리는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박원순 전 시장은 열사 희생자에 목록에 없으며 국가적으로 인정받지도 않는다”며 “박원순 전 시장에게 주어지는 별도의 조치나 혜택은 없다”고 단언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모란공원에 묻힌 열사들의 행적을 소개하고 묘지를 관리하는 시민단체 ‘모란공원사람들’은 “박 전 시장을 소개하거나 묘지를 관리할 계획은 없다”고 답했으며,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도 “박원순 전 시장이 이장되는지 몰랐다. 이장에 아무 의견도 없으며 관련한 일정도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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