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피해자』 펴낸 김재련 변호사
피해자다움·성인지감수성 다뤄

김재련 변호사 ⓒ홍수형 기자
김재련 변호사가 여성 인권 변론 20년을 담은 책 『완벽한 피해자』를 출간했다. ⓒ홍수형 기자

여성 인권 변론 20년을 담은 책 『완벽한 피해자』를 출간한 김재련 변호사는 “‘완벽한 피해자’는 없다”면서 “2차 가해를 멈추기 위해서는 우리들이 가진 피해자에 대한 편견을 깨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30일 서울 용산구 게이트웨이타워에서 김 변호사의 책 『완벽한 피해자』 출간 기념 북 콘서트가 열렸다. 

김 변호사는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로, 지난 20년간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피해자, 결혼이주여성, 아동학대사건 변론을 1,000건 넘게 맡아왔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의대생 성추행 사건, 태권도 사범 미투 사건을 비롯해 많을 때는 한 해 100건 넘는 무료법률구조사건을 맡았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도 그가 대리했다. 김 변호사는 600여건이 넘는 사건들을 맡으며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성폭력과 그 피해자들에 대한 숱한 편견을 겪어야 했다. 책 『완벽한 피해자』는 20년간 여성 인권 변론을 해온 김 변호사가 맡았던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피해자에 대한 편견들을 하나하나씩 반박한다.

이날 작가와의 대화시간에는 허희 문학평론가가 함께 했다. 김 변호사는 ‘완벽한 피해자’라는 제목에 대해 “세상이 요구하는 ‘피해자다움’을 완전하게 갖춘 피해자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려고 책 제목을 이같이 정했다”고 했다. 그는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를 입었다고 했을 때, 우리는 완벽한 피해자상을 그리고 피해자가 그것에 어긋나면 피해를 부정하고 피해자를 공격한다. 그런 태도들로 인해서 성폭력 피해자들이 2차 가해로 정말 힘들어 한다”며 “2차 가해를 멈추기 위해서는 성범죄 피해자를 향한 지독한 편견을 깨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인상깊었던 피드백을 묻는 질문에 “모르는 분이 제게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냈다. 오랜 기간 동안 피해를 입고 조직을 상대로 싸워오신 분이었다”며 “처음에 책을 소개 받고 책을 펴기 쉽지 않았지만 책을 통해 위로를 받았다고 얘기해주셨다. 제게는 정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게이트웨이타워에서 천년의상상이 김재련 변호사의 '완벽한 피해자' 출간 기념 북 콘서트를 개최했다. ⓒ홍수형 기자
지난 3월 30일 서울 용산구 게이트웨이타워에서 『완벽한 피해자』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서 김재련 변호사와 허희 문학평론가가  발언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김 변호사는 가해자 중심주의에서 벗어나고, 성인지 감수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해자 중심주의’는 피해자의 고통에 귀 기울이기보다 가해자의 의도나 상황을 우선 이해하려고 하고, 피해자에게만 피해 사실 증명을 강요하는 것이다. 일각에선 ‘성인지 감수성은 피해자만을 일방적으로 믿어주는 것’이라는 편견이 작동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성인지 감수성은 피해자 말을 무조건 믿어주라는 게 아니다. 성인지 감수성은 특정 단어나 특정 행위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처해있는 앞 뒤 맥락 속에서 판단하라는 것”이라고 짚었다. 

성인지 감수성의 개념과 성폭력 사건에 대처하는 방법이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여성들은 현실에서 성폭력 사건을 대응할 때 어려움을 겪는다. 김 변호사는 “‘증거를 가지고 와봐’라고 한다면 증거는 곧 나다. 성폭력 사건의 경우에는 피해자의 진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적 수치심’이라는 용어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김 변호사는 “수치심의 사전적인 의미는 어떤 잘못된 일에 대한 부끄러운 감정인데, 성폭력 피해에 대해서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껴야 될 이유는 전혀 없다”며 “수치심이라는 표현은 모호하고 주관적이다. 객관적인 용어로 바꾸는 게 필요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30일 서울 용산구 게이트웨이타워에서 천년의상상이 개최한 김재련 변호사의 '완벽한 피해자' 출간 기념 북 콘서트에서 김재련 변호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지난 3월 30일 서울 용산구 게이트웨이타워에서 『완벽한 피해자』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서 김재련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책 『완벽한 피해자』에서는 가해자의 속죄에 대해서도 언급돼 있다. 김 변호사는 “자기 잘못에 대해 처벌받고 수용생활을 하고 그런 다음에 출소를 하게 되면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인권을 지켜져야 한다”며 “우리 법에서 정한 절차대로 판단받고 처벌받고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길을 열어두는 게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안전한 사회가 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북콘서트는 1인 크리에이터 이지구의 공연, 김효선 여성신문사 대표와 김별아 작가의 축사, 원형준 린덴바움 음악감독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의 축하공연, 유윤희 오디오북 내레이터의 낭독으로 꾸며졌다. 특히 1인 크리에이터 이지구씨는 학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이른바 ‘스쿨 미투’를 제기했던 자신의 경험이 담긴 노래 ‘미제 사건’과 피해자다움에 대해 노래하는 ‘피해자 메이크업’을 선보여 큰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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