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있었다(빅토리아 베이트먼/전혜란 옮김/선순환/1만 8000원) ⓒ선순환
우리가 있었다(빅토리아 베이트먼/전혜란 옮김/선순환/1만 8000원) ⓒ선순환

우리가 있었다


유명 경제학 도서 『총·균·쇠』가 놓치고 『사피엔스』가 외면한 인류 번영의 중대 변수는 뭘까. 바로 ‘페미니즘’이다. 애덤 스미스를 읽고 감명받아 경제학자가 된 저자는 경제학이 자신의 어머니, 할머니, 고조할머니, 그리고 자신 즉, ‘여성’을 배제해왔다는 걸 깨닫는다. 그는 참지 않았다. ‘경제학에는 페미니즘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영국 왕립경제학회에서 나체로 연설하며 시위했다. 이 책은 그의 정수를 담았다. 페미니즘을 위한 경제학적 변론이자, 여성에게 건네는 따뜻한 편지다.

빅토리아 베이트먼/전혜란 옮김/선순환/1만 8000원

전사 마녀 여성(케이트 호지스/이지민 옮김/콤마/3만원) ⓒ콤마
전사 마녀 여성(케이트 호지스/이지민 옮김/콤마/3만원) ⓒ콤마

전사 마녀 여성


신화 속 여성들은 오랫동안 남성의 시각에서 그려져 왔다. 시대를 막론하고 힘과 지혜를 가진 여성들은 마녀나 악마로, 부정적이고 사악한 존재로 그려졌다. 주체라기보다는 대상이고, 주동자가 아니라 보조자에 그친다. 이 책은 고전 속 여성을 새롭게 바라보자고 제안한다. 이 시대 여성들이, 그리고 딸들이 차별과 억압 속에서도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고, 거침없이 권리를 요구하며, 권력에 복종하지 않고 자기 길을 찾아 앞으로 나가는 데 참고할 수 있도록 말이다.

케이트 호지스/이지민 옮김/콤마/3만원

나는 왜 나보다 남을 더 신경 쓸까?(낸시 콜리어/정지현 옮김/현암사/1만 6000원) ⓒ현암사
나는 왜 나보다 남을 더 신경 쓸까?(낸시 콜리어/정지현 옮김/현암사/1만 6000원) ⓒ현암사

나는 왜 나보다 남을 더 신경 쓸까?


눈치 보기, 호감 얻기, 욕구 억누르기.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한다고 하면 으레 하는 것들이다. 남의 기분을 살피고,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참고, 남을 배려하라고 요구받으며 자라기 때문이다. 30년 경력의 심리치료사인 저자는 두렵더라도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날 용기를 내라고 말한다. 자신의 요구사항을 당당히 말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절하고, 행복하지 않다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자기 마음의 소리를 듣고 스스로를 지지하면 고통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낸시 콜리어/정지현 옮김/현암사/1만 6000원

감정 문해력 수업(유승민/웨일북/1만 7000원) ⓒ웨일북
감정 문해력 수업(유승민/웨일북/1만 7000원) ⓒ웨일북

감정 문해력 수업


“왜 이렇게 눈치가 없어? 분위기 파악 좀 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이런 문제는 맥락을 파악하고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감정 문해력’이 약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저자는 감정을 읽는 도구로 눈치, 침묵, 눈빛 같은 익숙한 개념들부터 암묵지, 반어법, 애매어 같은 고도의 화법까지 설명하며 남에게 상처받지 않고 나를 보호하는 방법을 전한다. 냉소와 혐오가 넘쳐나는 시대, 결국 타인의 감정을 헤아릴 줄 아는 섬세한 사람이 살아남을 것이다.

유승민/웨일북/1만 7000원

그로운(티파니 D. 잭슨/김하현 옮김/한겨레출판/1만 6800원) ⓒ한겨레출판
그로운(티파니 D. 잭슨/김하현 옮김/한겨레출판/1만 6800원) ⓒ한겨레출판

그로운


열일곱 살 주인공 인챈티드 존스는 가수 지망생이자 수영 선수다.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유명 가수 코리 필즈가 그를 유망주로 점찍고, 함께 투어를 다니기 시작하며 성공할 기회를 잡는다. 하지만 코리는 꿈과 사랑을 미끼로 주인공을 ‘그루밍’해 착취와 폭력을 일삼는다. 실제 미성년자 성착취로 30년형을 선고받은 가수 R. 켈리를 모티브로 한 이 소설은, 권력을 가진 남성의 범죄를 묵인하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우리 사회에도 경종을 울린다.

티파니 D. 잭슨/김하현 옮김/한겨레출판/1만 6800원

당신들의 나라(이유/문학동네/1만 4000원) ⓒ문학동네
당신들의 나라(이유/문학동네/1만 4000원) ⓒ문학동네

당신들의 나라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외국인들이 송환될 때까지 머무르는 ‘외국인보호소’라는 공간과 그곳을 방문하는 화자 ‘나’의 이야기. 우연한 기회로 이끌려 간 그곳에서 ‘나’는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보호 외국인들을 만나고 그들이 살아온 삶에 대해 듣게 된다. 실제로 외국인보호소를 방문해온 작가의 경험이 녹아있는 이 작품은 이방인들의 아픔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며 타자와 소통한다는 일의 가능성을 감동적으로 전한다. 더불어 보호소의 열악한 환경과 수용자에 대한 처우를 직간접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보호 외국인의 인권과 인간의 기본 조건인 자유에 대해 문제적으로 질문한다.

이유/문학동네/1만 4000원

고고의 구멍(현호정/허블/1만 5000원) ⓒ허블
고고의 구멍(현호정/허블/1만 5000원) ⓒ허블

고고의 구멍


세계를 전복하고 깨뜨리는 것이 성장의 공식이었다면, 저자 현호정은 성장하는 인물과 같은 상실을 가진 세계를 창조하는 것, 다시 말해 세계에 구멍을 내는 것을 성장의 새로운 방향이라고 말한다. 책은 상실에 의한 서늘한 마음과 상실을 회복시키고 싶은 따뜻한 마음이 공존하고 있다. 저자의 성장에서 세계는 상처와 상실감을 주는 존재에서 자신처럼 상처 입고 상실의 구멍을 가진 존재로 바뀐다. 가슴에 생긴 구멍을 메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연명담은 어느새 자신과 똑같은 상실을 겪은 존재를 만나는 여정으로 거듭난다.

현호정/허블/1만 5000원

오늘의 어린이책 2(다움북클럽/오늘나다움/1만 7000원) ⓒ오늘나다움
오늘의 어린이책 2(다움북클럽/오늘나다움/1만 7000원) ⓒ오늘나다움

오늘의 어린이책 2


끊이지 않는 재난, 노동자들의 산재 사고, 실질적 빈곤, 기후 위기 등 사회의 안전이 점점 위태로워지는 상황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그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해야 할까. ‘성평등 어린이책’을 표방하는 이 책은 사회적 약자라는 범주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자기 발견과 성장을 이루는 이야기, 주인공으로 등장해 문제를 해결하는 이야기를 담은 책들을 소개한다. 이 과정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어린이들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이해할 수 있다.

다움북클럽/오늘나다움/1만 7000원

내 꿈은 날아 차(고선규/한겨레출판/1만 6800원) ⓒ한겨레출판
내 꿈은 날아 차(고선규/한겨레출판/1만 6800원) ⓒ한겨레출판

내 꿈은 날아 차


아이 손을 끌고 태권도장에 갔던 학부모는 대기실에 앉아 아이의 수련 모습을 뿌듯하게 지켜볼 뿐, 직접 자신이 태권도를 배울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생각보다 많은 성인 여성들이 심신단련을 목적으로 태권도를 배우고 전도한다. 걷기보다 앉아있는 것을, 앉아있는 것보다 누워있는 것을 좋아하는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자살 사별자를 가장 많이, 깊게 만나는 임상심리전문가다. 운동과 거리가 멀었던 중견의 심리학자는 책을 통해 울화 등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평화롭게 해결하는 태권도의 세계를 소개한다.

고선규/한겨레출판/1만 6800원

헬로 베이비(김의경/은행나무/1만 4000원) ⓒ은행나무
헬로 베이비(김의경/은행나무/1만 4000원) ⓒ은행나무

헬로 베이비


난임 병원에서 만난 삼사십대 여성들의 솔직하고 치열한 이야기. 변호사, 기자, 수의사, 가정주부 등 소설에서 나오는 다양한 직업군은 난임이라는 교집합으로 서로의 아픔을 보듬는 단단한 결속체가 된다. 저출산이 문제라면서도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길고 지난한 시간을 견뎌야 하는지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저자는 난임 병원에서 만난 삼사십대 여성들의 솔직하고 치열한 이야기를 다루며 우리의 현재, 어쩌면 미래가 될지 모를 세계를 독자에게 밀어 보낸다.

김의경/은행나무/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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