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오브 차이니즈 SF: 중국 여성 SF 걸작선(구스 외 15인/김이삭 옮김/아작/2만 4800원) ⓒ아작
베스트 오브 차이니즈 SF: 중국 여성 SF 걸작선(구스 외 15인/김이삭 옮김/아작/2만 4800원) ⓒ아작

베스트 오브 차이니즈 SF: 중국 여성 SF 걸작선


처음 중국 밖으로 소개되는 중국 여성, 논바이너리 작가들의 SF 소설집이다. 그간 남성 작가 몇몇이 주목받은 적은 있었지만, 중국 SF 분야에서도 여성은 비주류였다. 작가들은 죽음과 타자 돌봄, 자원이 고갈된 세계 속에서의 공존을 상상으로 그려내며 유한성을 사유한다. 보편적인 화제를 다루면서도 보편주의에 얽매이지 않는다. 미래를 상상하는 일에 어떻게 젠더를 녹여낼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것이 왜 중요한가?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드는 중국 작가 16인의 이야기를 엮었다.

구스 외 15인/김이삭 옮김/아작/2만 4800원

차이에서 배워라(해나 개즈비/노지양 옮김/창비/2만 3000원) ⓒ창비
차이에서 배워라(해나 개즈비/노지양 옮김/창비/2만 3000원) ⓒ창비

차이에서 배워라


세계적 코미디언 해나 개즈비가 자신만의 코미디를 선보이게 된 과정을 회고한다. 저자는 자폐, ADHD 진단을 받은 신경다양인이자 레즈비언이다. 10년간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웃음거리로 삼는 일명 ‘자학 개그’를 선보이다가, 돌연 더 이상 사람들을 웃기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런 코미디가 결국 자기 존재를 해치고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이후 온갖 미술사 책을 섭렵하며 코미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되는 ‘나네트’를 완성한다. 웃음의 힘을 믿는 저자의 성찰은 폭력적인 세상에서 상처 입은 이들이 자기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줄 것이다.

해나 개즈비/노지양 옮김/창비/2만 3000원

마음을 움직이는 브랜딩(메이랩(조윤화)/드림셀러/1만 6000원) ⓒ드림셀러
마음을 움직이는 브랜딩(메이랩(조윤화)/드림셀러/1만 6000원) ⓒ드림셀러

마음을 움직이는 브랜딩


명예퇴직을 앞둔 19년차 워킹맘. 아들의 “엄마가 해준 샌드위치가 제일 맛있어!”라는 말에 작은 샌드위치 가게를 창업한다. 인적 드문 골목에 위치한 4평짜리 가게였지만 단기간에 연매출 5억원을 달성하며 언론의 주목을 받고 ‘골목상인들의 희망’으로 부상했다. 성공의 요인은 단연 ‘브랜딩’이다. 최초로 24시간 샌드위치 자판기를 설치해 사회생활에 지친 이들의 허기를 달랠 뿐만 아니라 위로까지도 전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저자는 4050 여성들을 위한 소자본 창업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메이랩(조윤화)/드림셀러/1만 6000원

쿠바와 의생활(김해완/북드라망/1만 8000원) ⓒ북드라망
쿠바와 의생활(김해완/북드라망/1만 8000원) ⓒ북드라망

쿠바와 의생활


저자는 쿠바에서 3년 넘게 거주하고 2년을 아바나의과대학 학생으로 공부했다. 생생하게 쿠바 의료의 현실을 체험하고, 우리사회에 정말 필요한 것은 ‘의생활’이라고 말한다. 보통 쿠바의 의료는 공공의료로 보장된 건강 평등과 지옥같은 실상이 대립하는 것으로만 논의되지만, 저자는 양극단의 시각에서 벗어나 쿠바 의료의 진정한 강점이 생로병사를 함께하는 ‘관계’에 있음에 주목한다. 일반적으로는 병을 치료하는 의술만 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지만, 몸이 변화를 겪을 때마다 도움과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네트워크가 치료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김해완/북드라망/1만 8000원

모래전쟁(이시 히로유키/고선윤 옮김/페이퍼로드/1만 6800원) ⓒ페이퍼로드
모래전쟁(이시 히로유키/고선윤 옮김/페이퍼로드/1만 6800원) ⓒ페이퍼로드

모래전쟁


인류는 모래 없이 살 수 없다. 공기도 물도 아닌데 모래 없이 살 수 없다니, 이게 무슨 말일까? 우리가 살고 있는 건물은 콘크리트로 이뤄져 있는데, 콘크리트의 70%가 모래다. 스마트폰, 컴퓨터 등 전자기기에 들어있는 반도체의 주원료인 실리콘도 모래에서 추출한다. 이처럼 모래는 현대 문명의 원천이다. 그런데 세계 모래가 고갈되고 있다. 급격한 도시화 때문이다. 모래의 과다 채취는 물속 생물의 삶을 위협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해안을 망가뜨려 자연재해와 농어민의 피해를 심화하기도 한다. 전 세계적인 관심과 행동이 필요한 때다.

이시 히로유키/고선윤 옮김/페이퍼로드/1만 6800원

아오이가든(편혜영/문학과지성사/1만 6000원) ⓒ문학과지성사
아오이가든(편혜영/문학과지성사/1만 6000원) ⓒ문학과지성사

아오이가든


산 사람과 시체의 경계가 지워진 아홉 편의 이야기. 표제작인 아오이가든은 역병으로 무너져가는 와중에도 다른 도시로 갈 수 없는 이들만 남은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누구와도 마스크를 벗고 수다 떨지 않으며 같은 컵으로 물을 나누어 마시지 않는 아오이가든은 3년 동안 마스크에 코와 입을 숨기고 살아야 했던 팬데믹 속 우리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18년 전 낯설고 기괴한 상상으로 지어진 이야기는 코로나를 겪은 우리에게 무섭고도 익숙한 공포를 들여다보게 한다.

편혜영/문학과지성사/1만 6000원

차마 말할 수 없는 것들에 관하여(줄리아 윌튼/이민희 옮김/(주)양철북출판사/1만 5000원) ⓒ양철북출판사
차마 말할 수 없는 것들에 관하여(줄리아 윌튼/이민희 옮김/(주)양철북출판사/1만 5000원) ⓒ양철북출판사

차마 말할 수 없는 것들에 관하여


캘리포니아의 보수 지역구에 사는 고교 2년생 피비는 익명으로 ‘10대가 다시 쓰는 성교육’이라는 콘셉트로 블로그를 운영한다. 이를 두고 지역구 시장 출마자 리디아 브룩허스트는 자신의 트위터에 블로그 링크를 걸며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시대착오적이지만 지지 세력이 탄탄한 브룩허스트는 추적 소프트웨어를 통해 블로그 운영자가 피비임을 폭로했다. 사태가 악화되자 남자친구와 절친들은 피비에게 블로그를 닫으라고 호소한다. 이 모든 현실에서 피비는 계속 나아갈 수 있을까?

줄리아 윌튼/이민희 옮김/(주)양철북출판사/1만 5000원

저주토끼(정보라/인플루엔셜/1만 5800원) ⓒ인플루엔셜
저주토끼(정보라/인플루엔셜/1만 5800원) ⓒ인플루엔셜

저주토끼


정보라의 소설은 예쁘지 않다. 여러 민담과 설화, 동화, 전설의 형식을 차용한 정보라의 이야기는 마치 어린 시절 즐겨 듣던 무서운 이야기처럼 오싹하지만 멈출 수 없는 강렬함으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작가는 익숙한 일상 풍경 속에 낯선 세계로 향하는 차원의 문을 세워두고 우리를 초대한다. 어리석은 선택을 하고, 타인에게 살의를 보이는 악다구니들을 자세히 보면 흥미를 넘어선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 열편의 뒤틀린 이야기들은 매일의 해결되지 않는 사건들을 견디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묘한 쾌감과 위로를 전한다.

정보라/인플루엔셜/1만 5800원

홈 스위트 홈(이소호/문학과지성사/1만 2000원) ⓒ문학과지성사
홈 스위트 홈(이소호/문학과지성사/1만 2000원) ⓒ문학과지성사

홈 스위트 홈


이소호의 시에서 가정은 안전한 울타리로 작용하지 않는다. 가족 구성원은 ‘나’를 억압하고 멸시하며 성장을 방해한다. 원초 집단의 고질적인 결함은 자아의 고립과 균열을 감지하고 통찰하게 한다. 자기 파괴적인 욕망과 적의로 들끓으면서도 비극으로부터 도망을 멈추고 펜을 들어 죽은 시간을 천천히 되살려낸다. 여성 주체의 역사적 고통을 더듬으며 현실의 탈출구를 모색하는 이소호의 시 세계는 성차별, 약자 혐오 등 가부장제 사회의 어두운 잔재를 거침없이 노출하며 동시대의 윤리 회복을 호소한다.

이소호/문학과지성사/1만 2000원

밤은 엄마처럼 노래한다(가브리엘라 미스트랄/이루카 옮김/아티초크/1만 5500원) ⓒ아티초크
밤은 엄마처럼 노래한다(가브리엘라 미스트랄/이루카 옮김/아티초크/1만 5500원) ⓒ아티초크

밤은 엄마처럼 노래한다


라틴아메리카 작가 최초로 194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브리엘라 미스트랄의 대표작을 엄선한 시집. 불의와 타락에 저항하는 작가일 뿐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함께 느끼고 위무할 줄 아는 교육자였던 미스트랄은 동시대 어떤 라틴아메리카 작가보다도 ‘죽음’을 시의 모티프로 끌어들였다. 첫사랑과 양아들의 자살에서 스페인내전과 세계대전의 홀로코스트에 이르기까지 실로 수많은 죽음이 등장하고, 그가 아니고서는 표현할 수 없는 진혼과 인류애를 향한 열망이 서려있다.

가브리엘라 미스트랄/이루카 옮김/아티초크/1만 5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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