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만 환경영향평가 통과... 설악산 케이블카 내년 착공
스위스·일본도 국립공원엔 설치 안 해... 환경단체 "한국 퇴행"
생태관광지화, 전기 드론 택시 등 대안으로 제시

설악산국립공원에는 이미 소공원에서 권금성을 왕복하는 관광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다. 사진은 27일 속초 권금성 케이블카가 소공원으로 내려오는 모습. ⓒ뉴시스
설악산국립공원에는 소공원에서 권금성을 왕복하는 관광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속초 권금성 케이블카가 소공원으로 내려오는 모습. ⓒ뉴시스

40년 만에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통과됐다. 이 결정에 지자체들은 ‘숙원 사업’을 해결하겠다며 너도나도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설악산케이블카가 쏘아올린 공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는 강원 양양군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지구와 설악산 정상인 대청봉 옆 끝청 하단까지 연결하는 3.3㎞의 케이블카를 놓는 사업이다. 환경부 소속 원주지방환경청이 지난달 27일 양양군의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삭도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조건부 협의(동의)’ 의견을 통보하면서 사실상 40년만에 승인됐다.

설악산국립공원 케이블카 설립이 허가되자 다른 지자체에서도 ‘숙원 사업’을 해소하겠다고 나섰다. 지리산, 북한산, 소백산 등 세 곳의 국립공원은 이미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일 광주에서 무등산 관광자원 개발 여부를 두고 열린 토론회에서는 일부 주민들이 “케이블카 설치가 답”이라고 말했다.

한라산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3일 제주도의회 도정질문에서 강상수 도의원은 오영훈 도지사에 ‘한라산 케이블카 추진’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오 도지사가 반대의견을 표하긴 했지만, 도정질문에 등장할 정도로 지자체 초유의 관심사가 됐다는 점은 명백하다.

스위스 슈탄스 인근 슈탄저호른 산에서 관광객들이 필라투스 산과 루체른 호수를 배경으로 일몰을 즐기고 있다. ⓒ뉴시스
스위스 슈탄스 인근 슈탄저호른 산에서 관광객들이 필라투스 산과 루체른 호수를 배경으로 일몰을 즐기고 있다. ⓒ뉴시스

해외 사례는 어떨까. 선진국 중 국립공원에 케이블카 설치를 늘리는 나라는 없다. 산악열차와 케이블카 관광으로 유명한 스위스도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가 없고, 스키장과 관광지에 국한된다. 일본의 경우 31개소 국립공원에서 27개 케이블카와 33개 산악열차를 운영하고 있지만 1970년 이후로는 더 이상 케이블카를 신축하지 않았다.

지자체의 예상처럼 케이블카가 관광수요를 이끌어 지역경제 살리기에 기여할 수 있을까. 국내 케이블카 30여개 중 유의미한 흑자가 나는 곳은 여수해상케이블카와 통영케이블카 정도로 알려져 있다. 영남알프스얼음골케이블카 등은 매년 10~15억의 심각한 적자로 애물단지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케이블카로 인한 식생 파괴가 어느 정도인지 전후를 비교한 연구는 없다. 다만,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에서는 나무 훼손 819주, 법정보호종인 산양을 포함한 포유류 주요종의 서식지 감소 및 이동, 공사 중 일일 토사유출량 3톤, 일일 오폐수 137.5㎥ 발생 등 피해가 예상된 바 있다.

설악산국립공원 곰배골 탐방예약제 구간.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제공
설악산국립공원 곰배골 탐방예약제 구간.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제공

관광자원화를 통해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목표와 노인·장애인도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주장은 모두 일리가 있다. 하지만 그 방법이 꼭 산림을 파괴하는 케이블카여야 할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불러올 지구 평균기온 1.5도 상승이 이제 고작 10년 남았다고 예견했다. 나무는 자연의 가장 큰 탄소흡수원이다. 그런데 최근 잦아지고 규모가 커진 산불로 인해 나무 개체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여기에 대규모로 나무를 깎아내는 케이블카 사업까지 더해진다면, 가까운 미래에 어떤 부메랑이 돼 돌아올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광주 무등산 관광지 개발 토론회에서는 케이블카가 아니라 산의 식생을 보존해 특색있는 생태관광지로 만들자는 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제주도는 2025년까지 직접적인 환경파괴를 줄인 ‘전기 드론 택시’를 이용한 도심항공교통(UAM)을 상용화하겠다고 했다. 한라산 백록담 인근까지 이를 활용해 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완벽한 대안일 순 없겠지만, 환경도 지키고 관광약자의 접근권도 보장하는 더 나은 방안에 대한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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