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
제니퍼 프레이저 지음, 정지호 옮김, 심심 펴냄

『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제니퍼 프레이저 지음, 정지호 옮김) ⓒ심심
『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제니퍼 프레이저 지음, 정지호 옮김, 심심 펴냄) ⓒ심심

학교 폭력, 위력을 이용한 성폭력 소식이 끊기지 않는다. 이해하기 어려운 괴롭힘 사건을 마주할 때마다 우리는 ‘성악설’을 흔히 떠올린다. 정말 인간의 본성이 악해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저자는 학대, 왕따, 괴롭힘 등을 모두 합쳐 ‘괴롭힘의 패러다임’이라고 일컫는다. ‘당할 만하니 당했겠지’라고 생각하거나, 폭언을 쏟아부으면서 ‘훈육’ ‘정신교육’을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는 폭력과 괴롭힘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가장 슬픈 점은 괴롭힘당했던 피해자가 주로 가해자가 된다는 점이다.

괴롭힘은 뇌에 손상을 입힌다. 뇌 스캔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괴롭힘은 불안, 충동, 공격, 수면 장애, 우울증, 호흡 및 심장 문제, 약물 남용 및 각종 중독, 반사회적 행위 및 범죄 행위 취약성을 높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회는 괴롭힘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책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 아동 학대를 근절하면 우울증 발생 비율은 절반 이하로, 알코올의존증은 3분의 2로, 자살과 마약, 가정 폭력은 4분의 3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될 정도다. 

괴롭힘당하면 뇌가 손상된다. 하지만 그 손상이 영원하진 않다. 저자는 ‘신경가소성’이라는 개념을 활용해, 괴롭힘으로 망가진 뇌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신경가소성이란, 뇌는 우리의 선택에 따라 평생 변화하며, 이런 뇌의 변화를 의도적으로 선택할 수도 있다는 개념이다. “뇌는 많이 하는 일을 잘하게 된다.”

뇌 훈련을 통해 긍정적인 신경망을 만들면 학습된 무기력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저자는 책에서 10단계 치유 방법을 안내한다. 신경가소성 원리에 입각한 메르체니치의 뇌훈련 프로그램과 함께 마음 챙김과 유산소 운동도 권한다. 회복을 위해서는 피해자 스스로 트라우마를 마주하고 괴롭힘 사건을 가해자 몫으로 남기고 과거의 상처에서 빠져나오는 게 중요하다.

저자는 통념과는 달리 “공감이 천부적인 자질이고, 괴롭힘과 학대는 학습된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 사회가 괴롭힘의 패러다임에서 ‘공감의 패러다임’으로 변화할 때, 비로소 학대와 괴롭힘의 무한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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