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득렬 파이데이아 아카데미아 원장 집필
황제이자 철학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스토아철학 통해 현자의 길 찾으며 기록
‘인생 철학서’로 현대인들에 영향

『명상록 연구』의 저자 신득렬 원장 ⓒ권은주 기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연구』 저자 신득렬 파이데이아 아카데미아 원장 ⓒ권은주 기자

"판단해 보건데 인간의 인격 가운데 정의와 대적할만한 것은 없었다. 정의의 맞수가 될 만한 것은 쾌락과 맞서 싸우는 절제이다."

정의와 절제의 탁월성이 강조되고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 정의는 네가지 중요한 탁월성들의 하나로 다른 탁월성보다 더 중요시되었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연구' 본문 239p

책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연구』가 출간됐다. '명상록'은 로마제국 16대 황제이자 5현제 중 마지막 황제이며 스토아학파 철학자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현자의 길을 가기 위해 철학과 성찰, 명상과 사유를 통해 얻은 조언과 권고를 자기 자신에게 남긴 글이다.

서기 161년부터 약 20년간 로마제국을 통치하며 지도자의 책임과 의무, 지혜와 미덕, 충고와 반성, 신의 섭리, 인생에 대한 겸손한 자세, 도덕 정진 등에 관해 스토아학파의 입장에서 쓴 글은 우리에게 '명상록'으로 전해지며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연구』 저자 신득렬 원장(사진)을 팔공산에 위치한 파이데이아 아카데미아에서 만났다.

“스토아철학자들이 저술한 책으로 가장 널리 읽히고 사랑받는 책이 '명상록'입니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처럼 '명상록'도 고대인들의 인생철학을 보여주는 책이지요. 저의 인생을 음미하고 설계하는데 큰 도움을 준 책이기도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처럼 마르쿠스도 선한 삶을 살기 위해 기록했듯이 우리들도 그런 정신을 계승해야 할 것입니다.”

고대의 스토아 철학은 사라졌지만 그들이 강조한 전통적인 탁월성들 즉, 지혜‧용기·절제·정의와 자연·섭리·이성·부동심 등의 개념을 통한 행복한 삶, 스토아 철학적인 현자의 삶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살아있다.

“이러한 관념들은 여전히 검토돼야 할 대상입니다. 스토아철학은 초기에는 자연학, 논리학, 윤리학의 체계를, 로마시대에는 윤리학 연구에 치중했습니다. 세네카, 에픽테토스, 마르쿠스와 같은 걸출한 철학자들에 의해 ‘인생철학’ 분야에서 선도적인 지위를 갖게 됐어요."

그들의 저서는 오늘날 어려운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독특한 인간적인 매력을 주고 있다.

"'명상록' 번역서는 많지만 연구서는 많지 않아 파이데이아 회원들과 '명상록'을 여러 차례 읽고 토론 한 결과를 정리하여 '마르쿠스 아루렐리우스의 명상록 연구'를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자신의 인생철학을 정립하고 수정·보완해 나가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명상록'이 전 세계적으로 애독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금언(aphorism)으로 구성돼있기 때문일 것이다.

"플라톤이 보여준 대화형식의 글도, 아리스토텔레스가 보여준 서술방식도 아닙니다. 스스로를 경계하고, 깨우치며, 올바른 길을 찾고자 사색한 결과를 뚜렷한 체계 없이 적은 전례가 없는 문학적 장르입니다. 그래서 '명상록'은 불완전하고 중복되는 부분도 있지만 차례대로 읽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한권의 책을 남기고자 저술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상적인 삶과 황제로서의 정치적 삶을 위해 사유한 것을 기록했다.

"만약 마르쿠스가 황제가 아니고 철학자의 삶을 살았다면 준비한 자료를 이용해 철학서를 냈을지도 모르지요. 저술하기 위해 노트를 만든 파스칼의 ‘팡세’처럼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연구』 태일사 펴냄

권력보다 철학을 사랑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플라톤이 국가론에서 강조한 ‘철인왕’에 가장 부합하는 황제이기도 했다. 윤리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자기 자신을 철저히 분석하며 자신이 어느 가치에 헌신할 것인지를 검토했다.

“마르쿠스는 오직 자신을 위해 '명상록'을 썼지만 결국 우리들 각각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습니다. 어려운 인생문제 앞에서 현대인들은 좌절을 겪기도 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감행하기도 하는데 어떤 철학이 이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까요?”

전통적으로 이러한 인생문제에 집중해온 철학이 스토아철학으로 인식되어 왔다. 스토아 철학은 다른 어떤 철학보다 자신이 공감하는 위대한 관념들에 헌신하도록 강하게 요구한다.

“철학이 추구하는 위대한 관념을 소유만하고 거기에 헌신하지 않으면 공동체 안에서 기피인물이 될 수 있습니다. 마르쿠스도 이를 의식해 개인의 윤리적 발달뿐만 아니라 공동체의무를 강조했던 것입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오랜 기간 동안 읽으면 우울증에 걸린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 걱정은 과잉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은 차고 넘치는 쾌락과 탐욕의 수단들 속에 파묻혀 있어 걱정입니다. 영어권에서는 스토아 철학이 '인지적 행동치료용'으로 각광받고 있어요. 마르쿠스가 스토익하게 살고자 노력했듯이 현대인들도 항구적인 가치를 지닌 '인생철학'을 스스로 정립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20세기 후반부터 현재까지 에픽테토스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스토아철학이 주목받고 있는 점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철학의 본래 역할을 열망하는 징표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하는 물음은 인생의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철학자들이 이러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을 외면하게 되면 ‘인생철학’은 사이비철학, 광신도, 미신자(미신을 믿는 자)의 손에 넘겨질 겁니다.”

△ 신득렬 원장은 
1944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났다. 계명대와 성균관대에서 수학하고 1976년부터 계명대 교육학과에서 교육철학 교수로 재직하고 2009년 은퇴했다. 1995년 옥스퍼드대학에서 방문학자 자격으로 연구생활을 했으며 1991년 교양교육기관인 ‘파이데이아 아카데미아’를 설립하고 현재까지 원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고전을 읽고 토론하는 파이데이아 아카데미아는 전국에 17개 지부를 두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권위, 자율 그리고 교육』(1997),『교육사상사』(2000), 『위대한 대화』(2002/ 2003 대한민국 학술원 선정 우수학술도서), 『현대교육철학』(2003),『행복의 철학』(2007), 『교양교육』(2016/ 2016 우수출판콘텐츠 선정, 한국출판문화선업진흥원), 『플라톤의 ‘국가’연구』(2020) 등이 있다.

키워드
#신득렬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