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대통령 후보 시절
여가부 폐지 일곱글자 공약 내세워
정부조직법 개정안 두고 여야가 합의 나섰으나 실패
“여가부 폐지 시도 멈춰있으나 재시도 가능성 있어”

사진=윤석열 후보 페이스북
사진=윤석열 후보 페이스북

‘여성가족부 폐지’. 2022년 1월 당시 대통령 후보자였던 윤석열 대통령의 SNS에 올라온 게시글 내용이다. 단 일곱 글자로 시작된 파장은 대한민국의 성평등 정책 전담 부처를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여성가족부 폐지 추진은 중단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방향 전환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여가부 폐지를 공약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는 3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성부터 폐지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여성’전담 분과가 빠진 것이다. 이후 타 부서의 업무 보고가 2시간 정도 진행되던 것과 달리 여가부의 업무보고를 30분만 받고, 여가부의 파견 공무원은 한 명도 받지 않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10월 6일 정부와 국민의힘은 당정 협의를 바탕으로 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는 여가부를 폐지하고 여가부의 사무를 복지부로 이관한 뒤 생애주기 정책 및 저출산·고령화 극복을 위한 종합적·전략적 추진체계로서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새로 만드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 경력단절 예방 정책 등 '여성 고용' 관련 사무는 고용노동부로 이관되며, 성폭력과 가정폭력, 성매매, 인신매매 방지 및 피해자보호 업무는 복지부로 이관하기로 했다.

8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과 11단체가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국가 성평등 정책 가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홍수형 기자
8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과 11단체가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국가 성평등 정책 가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홍수형 기자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발은 거셌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115개 여성단체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포함한 윤석열 정부의 정부조직법 개편안은 한국의 여성인권 증진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온 것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라 비판했다. 이후 전국 692개 단체가 모여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국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을 발족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 간 진통도 이어졌다. 여야가 12월, 1월, 2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두고 회의를 벌였으나 국민의힘은 “대선 공약이자 대국민 약속이었기에 폐지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더불어민주당은 “정쟁을 유발할 소지가 있고, 여가부의 성평등 정책 총괄·조정 기능이 축소·폐지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여가부 폐지가 빠진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2월 27일 국회를 통과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실적으로 국회가 여소야대 상황이어서 우리가 원하는 대로 (법안을) 개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현재는 이처럼 여가부 폐지 시도가 일시적으로 멈춰있으나, 여성단체에서는 다시 시도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양이현경 대표는 “여가부 폐지 시도는 성평등 실현 의지가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고,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을 비가시화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가부 폐지 사안은 선거 시기에 정치적 도구로 이용돼왔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여가부 폐지 공약에 대해 국민들에게 필요성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국민에게 여가부 폐지의 당위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고, 폐지 이후 있을 정부 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도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여가부 폐지를 다시 시도하겠다는 말도 있으나, 국민들은 이 사안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고 지쳐있다. 이제 발전적으로 여성들을 끌어안고 전환적인 방향을 모색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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