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8세까지 키우는 비용 분석
1인당 GDP의 7.79배 ‘최고’
“높은 양육비, 결혼-출산 걸림돌
현금 지원·성평등 육아휴직 필요”

서울에서 두 아이의 손을 잡은 어머니가 어린이집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뉴시스ㆍ여성신문
서울에서 두 아이의 손을 잡은 어머니가 어린이집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뉴시스ㆍ여성신문

한국이 세계에서 양육비가 가장 비싼 나라다. 자녀 1명을 18세까지 키우는 데 드는 양육 비용이 3억6500만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7.79배다.

베이징의 위와인구연구소는 각국 정부 통계를 토대로 이 같은 내용의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중국이 61년 만에 처음 인구가 감소하고 출생률이 7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원인을 분석하기 위한 자료다.

하지만 한국은 양육비 48만5000위안(약 9390만원)으로 2위를 기록한 중국보다 압도적으로 양육비가 비쌌다. 중국 양육비는 1인당 GDP의 6.9배였다. 연구진은 중국에서 대학까지 졸업시킬 경우 62만7000위안(약 1억2140만원)이 든다고 추산했다. 한국과 중국 평균 양육비는 독일 3.64배, 프랑스 2.24배, 호주 2.08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한국의 높은 양육비의 주된 이유는 과도한 사교육비다. 보고서는 높은 생활비와 교육비가 한국과 중국의 젊은 층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교육부가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초·중·고교생 사교육비 총액이 26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교육을 받은 사람 비율도 78.3%로 가장 높았고, 학생이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52만4000원에 달했다.

전체 양육비 중 사교육비는 36%를 차지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2021년도 가족과 출산 조사’ 결과, 자녀 1명당 월 평균 양육비용은 72만1000원이었다.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자녀가 있는 4055가구를 대상으로 한 조사다. 세부 지출항목은 어린이집·유치원 이용료, 공교육비, 사교육비, 자녀 돌봄 비용, 기타항목(의복, 장난감, 분유, 기저귀, 육아 용품비, 용돈, 의료비, 교통비, 통신비 등) 등인데, 이 중에서 사교육비가 월 26만원(36%)으로 기타비용(월 34만9000원) 다음이었다. 연구팀은 “사교육비는 학력 수준과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증가하는 현상이 매우 뚜렷했다”면서 “이는 계층 격차가 교육격차 등으로 이어져 결국에는 균등한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만큼 공교육에 대한 지원을 보다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고의 양육비는 세계 최처 출산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2006년부터 정부에서 저출산 대응으로 쏟아 부은 예산만 332조원이었으나, 백약이 무효였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녀 수)은 0.78명이다. 오롯이 ‘출산과 양육’에 직접 지원한 예산은 2019년 기준 GDP 대비 1.56%에 그친다는 지적도 있다. 경제협력기구(OECD) 평균인 2.3%보다 적다. 극심한 경쟁과 불안정한 미래는 자녀를 사교육에 내모는 악순환으로 귀결된다.

위와인구연구소는 한국과 중국의 높은 양육비가 결혼과 출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높은 양육비는 가임 연령의 가족들이 출산하려는 의지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어 양육비를 줄이기 위해 국가 차원의 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육아수당 지급, 주택 구매 보조금, 성평등 육아휴직 제공, 유연 근무제 촉진, 싱글 여성의 출산권 보장, 난임 기술 지원, 교육 체계 개편” 등을 제언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올해 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며 “출산·육아하기 좋은 문화가 조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정책만을 갖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들이 ‘특단의 대책’이라며 16년간 280조원을 쏟아 붓고도 출산율을 끌어올리는데 실패했다. 여성, 청년들을 설득할 수 있는 대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현 정부도 저출산 대응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남성이 마음껏 육아에 참여할 수 있는 육아휴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출산과 양육이 여성의 생애 경로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성별임금격차를 줄이고 성차별 없는 근무 여건을 조성하는 것, 비혼 여성도 난자 냉동 시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삶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사교육비 절감과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뒷받침돼야 한다. 아이를 낳고 싶은 환경은 ‘누구나’ 살만한 나라라는 말과 동의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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