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의 리더십-송보경 국제소비자기구 부회장

“세계·전문화로 체질 강화”

-소비자·기업·정부 합의가 최상의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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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문제의 핵심은 소매상의 문제만은 아니다. 다국적 기업의 중역실에서 이루어지는 의사결정이 소비자문제의 핵심이다”

대표적 소비자운동가 중 한 사람인 송보경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 전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이사는 현재의 소비자운동은 세계화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송 이사는 83∼2001년 소비자문제를연구하는시민의모임 이사·부회장·회장, 91년 국제소비자기구 집행이사, 95∼2001년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 이사, 96년 보건복지부 중앙약사심의위원, 99년 재정경제부 소비자정책심의위원 위원을 역임하고 2000년부터 국제소비자기구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송 이사는 “현재 소시모가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아파트 분양가 공개는 아파트 주민 불만처리가 아니라 그 가격이 정당한가 하는 문제제기를 함으로써 정책결정의 기준을 만들어 냈다”며 “소비자운동의 성공은 해결의 주체인 소비자, 기업, 정부가 합의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송 이사는 “현재 소비자운동은 '유전자 조작 쌀 수입에 대한 반대 운동'에서 보듯 세계화, 전문화와 함께 세계적인 소비자운동단체와 연대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조직의 능력은 전문가들을 참여시키고 조직화할 수 있는 리더십”이라고 역설하며 “이러한 리더십은 생명을 지키는 일을 해 온 자긍심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제품을 만드는) 기술에 비례해 운동 방식도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소비자 단체들을 위해 정부는 첨단 제품의 효능을 검증하는 시설을 제공해 주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운동가로 평생 한 길을 걸어온 자신의 삶에 대해 송 이사는 “성공한 삶이란 사회에 뭔가 변화를 가져오는 삶”이라고 정의 내린다.

완벽·전문성의 리더십-김재옥 소비자시민모임 회장

“투쟁해야 권리도 누린다”

-소비자 운동 30년…“국제 이슈 적극적 행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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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년 이른바 '자몽사건'이 터졌을 때 국민은 경악했다. 미국산 자몽에서 농약이 잔류된 사실이 알려지자 곳곳에서 자몽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한·미 통상마찰로 비화된 이 사건을 처음 터뜨린 단체는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이었다. 당시 소시모 사무총장이었던 김재옥(58) 회장은 “자몽사건을 계기로 '외국 것은 무조건 좋다'는 국민의 인식이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이후 정부는 수입농산물 농약잔류량 허용기준을 만들어 검역 기준을 강화했다.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김 회장은 스승이었던 이효재 이화여대 명예교수의 추천으로 YWCA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각종 소비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생산자와 기업가의 입장만을 고려해 만들어진 법과 제도가 소비자들을 소외하고 있기 때문이란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그는 82년 소시모 창립 때 사무총장으로 자리를 옮겨 '운동 동지'인 송보경 전 회장 등과 함께 마치 고시준비생처럼 법률 공부에 매달렸다. 소시모는 83년 세입자를 고려한 전세관련법의 국회 통과에 압력을 행사했고 86년엔 소비자에게 불리한 조항을 무효로 만드는 '약관규제법'을 제안해 국회의원들을 설득, 본회의 통과를 이뤄냈다. 그 뒤에도 소시모는 백화점 사기세일 고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운동 등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사건들을 알리며 소비자 주권운동에 앞장서왔다.

김 회장은 후배들에게 매우 엄격한 선배로 꼽힌다.

그는 후배들에게 “모든 이슈에 대해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문성과 완벽함이 단체의 존립과 후배들을 지켜주는 '무기'란 생각엔 변함이 없다.

김 회장은 “소비자운동은 소비자에게 객관적이고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국제 시장에서 한국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국제 이슈와 연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천의 리더십-박인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

“주권은 행사할때 위력”

-식당 음식 원산지 표시 제도화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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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소협) 사무총장은 79∼87년 서울YMCA 사회문제부 소비자고발센터 간사, 96년 녹색소비자연대 사무부총장, 99∼2001년 농림부 양곡유통위원 등을 역임하고, 현재 서울시 물가대책위원,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시장경제 사회에서는 기업의 감시를 정부가 다 할 수 없기에 소비자시민운동이 담당해야 할 몫이 크다”라고 말했다.

“소비자단체가 하는 일은 법이 잘 지켜지고 있는 지에 대한 모니터링과 감시를 통한 재점검”이라며 “그러나 쌀시장 개방에 국가적인 대처가 필요하듯이 정부와의 파트너십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비자운동은 정치적이지만 삶의 문제이며, 소비자 주권은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 작동해야 한다”며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2003년 브랜드 쌀 평가를 꼽았다. 브랜드 쌀 평가는 양곡표시제도의 확립과 브랜드 쌀의 엄격한 품질관리 체계 구축을 위하여 서울YWCA와 소협이 공동으로 실시했다. 그는 우리 쌀의 생산과정을 정보화해 좋은 쌀을 선정하고 소비자에게 선택의 기준을 마련하는 일은 소비자뿐 아니라 농민으로 하여금 좋은 쌀을 만들도록 장려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식당 음식 원산지 표시 제도화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보건복지부 전문위원 검토의견에 부딪치고 있어 소협이 의견서를 내고 있다”면서 “원산지 표시는 소비자 기본권”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는 세계무역기구(WTO)에서도 동의하는 소비자 권리임에도 정부는 통상마찰과 실효성을 운운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표명했다.

조직에서 사회 기여도가 높은 일을 하며 사는 삶에 매력을 느낀다는 박 사무총장은 “현업에서 은퇴한 뒤 자원활동가로 일하면서 내 시간을 가지고 자유롭게 여전히 대중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교육의 리더십-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참여 끌어낼 능력 배양을”

-“공짜는 없다” 등 소비자 교육에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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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한국소비자연맹이 우리나라 소비자운동의 서막을 올린 지 올해로 34주년이 됐다.

한국소비자연맹의 강정화 사무총장은 “과거 소비자운동이 중산층 여성들이 하는 운동이란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의식주와 관련된 국가정책을 결정하는 데에도 소비자단체의 참여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강정화 사무총장은 소비자단체들이 정책결정에 관여할 때 어려운 점은 소비자들의 관점과 정책적 관점을 조화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 총장은 이렇듯 복잡한 이해관계의 매듭을 풀어가야 하는 소비자운동에 필요한 리더십을 단적으로 '단체의 역할을 잘 지켜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운동조직은 작지만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많고 다양하다”며 “상근자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자들까지 모두 단체의 역할에 잘 편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 총장은 “리더로서 소비자들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단체가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실무자들의 능력이 제일 중요하다”며 “그 실무자들의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리더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한편, 강 총장은 최근 소비자 운동의 방향과 관련, “소비자를 약자의 입장으로 보호하는 차원에서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소비자가 스스로 판단해서 자주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독려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강 총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짜라는 말에 너무 잘 넘어간다”며 “피해를 보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도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을 한번쯤 되새겨봐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특별취재팀=임현선·정명희·최선경·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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