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순의 양성평등정책 속으로]
충북 괴산군, 성평등 주민 강사단 양성·운영

괴산군 성평등 주민 강사단 ⓒ괴산군
괴산군 성평등 주민 강사단은 어린이집, 읍면 평생학습센터, 지역 공동체 등에서 활발히 강연하고 있다. ⓒ괴산군

“우리 지역은 고추 아가씨 선발대회 같은 거 안 하니 정말 다행이에요!”
군민 대상 성평등 강의 시간. 괴산처럼 고추 산지로 유명한 양양군이 특산품 홍보를 목적으로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고추 ‘아가씨’를 선발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다. 괴산군 성평등 주민 강사단은 지역 실정에 맞는 강의 교안을 함께 고민해서 짠다. 작년 한 해 동안 괴산군에서 양성한 성평등 주민 강사 8명이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이장단, 주민자치위원회, 평생 학습 동아리 등 곳곳을 찾아다니며 총 40회에 걸쳐 600명의 주민을 만났다. 농업인 대상 강의를 시작할 때는 “○○ 마을 ○○ 산다. 농사짓는다. 양배추, 감자 몇 단 심었다” 등의 내용으로 공감대를 먼저 형성한다.

괴산군은 2020년 양성평등 주민 강사 양성을 위한 여성친화도시 대학을 개설했다. 주 2회, 총 72시간의 교육에 18명이 참여하여 전원이 수료했다. 주민 교육생들은 어린이, 청소년, 어르신, 성인 등 교육 대상에 따라 조를 편성하여 강의계획안, PPT를 만들어 발표하고, 전문 교수진에 의해 평가와 피드백을 받는 과정을 거쳤다. 강의 시연까지 마치고 성평등 전문 강사로 위촉장을 받았지만 막상 대중 앞에 서려니 겁이 났다. 그래서 군에 심화 과정을 요청했다. 군은 2021년 충남여성가족연구원과 함께 강사 맞춤형 심화·보수 교육 과정도 운영했다. 강사단 몇 명은 농림축산식품부가 교육비 전액을 지원하는 ‘농촌 특화형 성평등 전문강사’ 과정에 지원해 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전문 강사로도 위촉되었다.

전문 강사가 준비되어 있어도 교육 대상이 없다면 낭패다. 괴산군 여성정책팀은 성평등 교육 수요처를 적극적으로 발굴했다. 어린이집, 읍면 평생학습센터, 지역 공동체 등 20개의 교육 참여기관 및 단체를 선정하여 강사로 나서겠다고 손을 든 8명에게 골고루 배정했다. 주민 강사단은 자발적으로 학습 동아리를 구성해 영유아들을 위한 빛그림자극을 만들기도 했다. 어린이집 교육 후 반응이 좋아 학교 병설 유치원에서도 요청이 들어왔다. 학교 교사들에게도 입소문이 나 초등학교 1~2학년까지 수업이 확대되었다. 

괴산군 성평등 주민 강사단 ⓒ괴산군
괴산군 성평등 주민 강사단 ⓒ괴산군

주민자치위원회, 이장단까지 교육 확대

당초 계획에는 없었던 주민자치위원회와 이장단까지 “밀고 들어갔다”. 나이를 막론하고 성평등 교육에 대한 남성들의 심리적 저항은 만만치 않다. “남녀가 함께 어울려 살려면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여성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해소하지 않으면 당장 내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설득했다. 지역 주요 단체의 월례회 시간을 활용하여 교육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강사단의 네트워크 덕분이다. 강사단의 인맥과 안면을 동원해 행정에서도 하기 힘든 일을 해낸 것이다. 하지만 강의를 하다가 봉변을 당한 적도 있다. “왜 우리가 이런 강의를 들어야 하느냐”면서 남성 한 명이 버럭 소리를 지르고 밖으로 나갔다.

성평등 강사단은 이런 돌발 상황을 공유하고 대처하는 법이나 성평등 이슈 등을 공부한다. 서로의 강의를 참관하면서 배우기도 한다. 지역에서 초·중·고, 노인회, 새마을 지도자회 등 성평등 교육이 필요한 곳은 무궁무진하다. 괴산군에 소재한 대학과 군사학교에 들어가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원예 강사 등 다른 분야의 지역 강사들과 네트워크도 확장할 계획이다.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강사들에게 성인지 감수성이 필수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괴산군 성평등 주민 강사단 ⓒ괴산군
괴산군 성평등 주민 강사단 ⓒ괴산군

‘여성이 살고 싶은 농촌’ 만들기 앞장

여성정책팀 윤혜영 팀장은 “성평등 강사단이 여성친화도시 군민참여단, 여성친화마을 사업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괴산으로 귀촌해 친환경영농조합법인 여성위원회 위원인 전영의 강사는 “성평등 캠페인 활동을 하면서 여성의 눈으로 지역사회를 바라보고, 막연하게 느꼈던 불편함을 해석할 언어를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이장선거 등 마을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1가구 1표 시스템에 대한 문제도 강의에서 다룬다. 다른 선거처럼 1인 1표로 바꾸면 여성들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되고, 여성의 대표성도 높아질 거라는 것이다. ‘여성이 살고 싶은 농촌’이 어떤 모습인지 함께 고민하고 전파하는 것이 강사단의 역할이다. 

송인헌 괴산군수 ⓒ괴산군
송인헌 괴산군수 ⓒ괴산군

괴산군 송인헌 군수는 “여성친화도시 특화사업으로 추진된 성평등 강사단 운영은 아동에서 노인까지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되었다. 앞으로도 모든 군민을 대상으로 교육을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다. 더 나아가 여성의 지위 향상 및 성평등 실현을 위한 안정적인 일자리, 일·가정 양립을 위한 보육환경 제공,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지역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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