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처, 내연녀 상대로 “남편 유해 돌려달라” 소송
대법 “2008년 판례, 양성평등 어긋나… 나이순으로”

 

대법원 내부에 설치된 ‘정의의 여신상’은 한 손에는 법전을, 나머지 한 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다. 이 여신상은 모든 이들이 법 앞에 평등함을 상징하고 있지만, 남성중심적 법체계는 여성들에게 공평하지만은 않다. 가정폭력 피해자에 의한 가해자 사망 사건에서 사법부가 피해 여성의 관점에서 정당방위를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대법원 내부에 설치된 ‘정의의 여신상’. ⓒ여성신문 

대법원이 제사주재자를 ‘장남’을 우선으로 정한 기존 판례를 뒤집고 새로운 기준을 내놓았다. 제사주재자에 대한 유족 간 합의가 없으면 성별에 관계 없이 자녀들 가운데 최연장자가 맡는다는 새 원칙을 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숨진 A씨 유족 간 벌어진 유해 인도 사건과 관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1993년 B씨와 혼인 해 딸 2명을 낳았다. 결혼 생활 중이던 2006년 11월 A씨는 다른 여성인 C씨 사이에서 아들을 출산했다. 2017년 A씨가 사망하자 C씨는 B씨 측과 협의 없이 A씨를 경기도 파주의 추모공원 납골당에 봉안했다. B씨 딸들은 “아버지의 유해를 돌려달라”며 B씨와 추모공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법원은 1·2심 모두 이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2심은 기존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앞서 대법원은 2008년 11월 “제사 주재자는 공동상속인 간 협의에 의해 정하되, 중대한 질병, 심한 낭비와 방탕한 생활, 장기간의 외국거주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인의 장남이나 장남이 제사 주재자가 되고, 아들이 없으면 장녀가 제사의 주재를 맡는다”고 판단했다(2007다27670).

15년이 지난 2023년 대법원은 기존 판례를 뒤집었다.

대법원은 “제사 주재자는 공동상속인 간 협의에 의해 정하되,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한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남녀, 적서를 불문하고 최근친의 연장자가 제사주재자로 우선한다”고 판결했다.

이어 “장남 또는 장손자 등 남성 상속인을 우선하는 것은 성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을 보장하는 헌법 정신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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