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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이

(사)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최근 교육부에서 2008년 이후 대입제도개선(시안) 발표와 함께 드러난 주요 사립대학교의 고교등급제 입학전형 사실이 우리 사회를 혼란스럽게 한다. 올해 수시 모집 1차만 보더라도 일부 대학이 학부모의 경제적 지위, 도시와 농어촌, 서울의 강남권과 비강남권에 따른 고교간 등급을 두어 학생 선발의 중요 기준으로 활용했다는 것이 속속 보도되자 교육운동단체들은 연일 고교등급제 폐지와 해당 대학교 감사요구, 교육부 책임문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일부 대학 총장이 사실을 시인했음에도 해당 학교에 해명을 받거나 장관 명의의 고교등급제 제재 서신을 보내고 나서는 책임없다는 식으로 일관하더니 이제는 마지못해 조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감사도 아닌 형식적 조사를 통해 무엇을 확인할 수 있을지 성급한 결론이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그 동안 대학들이 교육부가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고교등급제를 시행해 왔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교 간 등급으로 인해 입시전형에 차별을 당한 학생의 구제 요구가 있었으나 조사활동조차 하지 않았기에 더욱 의구심이 든다.

우리나라는 고교등급제, 지필고사, 기여입학제를 금지(3불정책)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고교등급제는 고등학교를 지역에 따라, 그 지역의 학부모의 능력 등에 따라 등급을 두어 학생의 능력 이전에 학교의 등급을 기준으로 학생 선발을 했다는 충격적인 차별이다.

우리 교육은 학교 밖의 사교육에 더 많이 의존해 있다. 즉, 어느 지역 부모가 사교육비를 더 많이 지출할 능력이 있는지에 따라 학교의 등급이 매겨진다는 말과 유사하다. 당연히 도시보다 농어촌이 불리하고, 같은 서울에서도 이른바 비강남권이 불리하고 차별받는 것이다.

학생 자신의 가능성과 창의성, 능력에 따른 공정한 기회자체가 봉쇄되는 이러한 제도는 명백한 지역적 이기주의이며 신종 계급세습이다. 또한 이는 교육기본법에서 명백히 규정하고 있는 균등하게 교육받을 기회를 박탈하는 인권유린 행위이다. 현행법 뒷전의 고교등급으로 당락이 좌우됨을 모르고 다수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해마다 입시전쟁에 동원된 것이다.

대학당국은 내신을 신뢰할 수 없고 수능은 변별력이 없어 다른 전형자료를 개발했다고 한다. 하지만 수능보다 내신이 좋은 아이들이 대학에서도 공부를 잘 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연구 결과이며, 내신은 상대평가이며 과목별로도 매우 예민한 석차를 내기 때문에 막연히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단, 이른바 '내신 뻥튀기' 등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현행 개선안에서 '과목별평가'를 '교사별평가'로 개선하고 교육목표와 내용, 평가방법과 평가결과에 교사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지점이다. 이를 통해 내신의 신뢰도를 높여나가야 한다.

우수한 인재 발굴은 대학의 책임이다. 그러나 고교등급을 통한 학생 선발은 사실은 기여입학을 할 수 있는 부잣집 자녀를 입학시킨다는 자본주의 속성 외에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또한 정부에서는 어려운 지역일수록 교육비를 집중 투자하여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고 누구나 교육받을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받도록 해야 한다.

'돈 없어 대학 못 간다는 것은 이제 옛말'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이른바 명문대학이 아니면 일자리도 구하기 어려운 학벌사회가 해소되지 않고는 우리 사회 입시경쟁, 입사경쟁은 해결되지 못할 것이다.

모든 교육기관들은 기득권 유지를 위한 이기적 정책개발 몰두를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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