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 우먼의 기쁨과 슬픔(전순예/송송책방/1만 6000원) ⓒ송송책방
세일즈 우먼의 기쁨과 슬픔(전순예/송송책방/1만 6000원) ⓒ송송책방

세일즈 우먼의 기쁨과 슬픔


환갑에 글쓰기를 시작해 70대에 작가가 된 전순예 작가가 1970~1990년대 먹고 살기 위해 물건을 사고팔았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 학용품, 사과, 배추, 더덕, 장난감, 세제, 빵, 압력솥, 분쇄기, 주방기구. 저자가 팔았던 물건들이다. 체면을 구기고 모멸을 겪는 날도 있었지만, 일하며 얻는 보람, 노하우에 대한 자부심, 함께 일하는 여성들과 나누는 동료애도 있었다. 진솔하고 담백한 문장으로 고단한 삶을 살아내고 있는 현대인에게 담담한 위로를 전한다.

전순예/송송책방/1만 6000원

이 중에 네가 좋아하는 영화제 하나는 있겠지(김은/남해의봄날/1만 6000원) ⓒ남해의봄날
이 중에 네가 좋아하는 영화제 하나는 있겠지(김은/남해의봄날/1만 6000원) ⓒ남해의봄날

이 중에 네가 좋아하는 영화제 하나는 있겠지


‘영화제’하면 대부분 부산이나 전주만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매년 국내에는 수백 개가 넘는 영화제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 20년간 영화계에서 마케터로 일한 저자가 ‘무주산골영화제’부터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까지 특색 있고 개성 넘치는 영화제들을 소개한다. 넷플릭스 같은 OTT 서비스가 영화관을 대체하며 영화가 설 곳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극장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영화보는 감각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면, 책이 소개하는 영화제들을 눈에 담아보자. 어느새 가고 싶은 영화제 목록을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김은/남해의봄날/1만 6000원

뜻밖의 미술관(김선지/브라이트/1만 9500원) ⓒ브라이트
뜻밖의 미술관(김선지/브라이트/1만 9500원) ⓒ브라이트

뜻밖의 미술관

‘그때는 명화였던 그림, 지금도 명화인가?’ 저자는 이런 질문을 던지며 파동을 만든다. 프랑스 후기인상파 화가로 잘 알려진 폴 고갱은 화려한 색채와 이국적 정취를 생생히 그린 작품들로 여전히 인기가 많다. 하지만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그는 프랑스 식민지였던 타히티섬에서 10대 아동 청소년들을 성착취한 범죄자이자 인종차별주의자다. 그때는 칭송받았지만 지금은 비판받아 마땅한 그림들, 그리고 마땅히 조명받아야 했지만 잊혀지고 사라진 여성 화가들을 우리에게 소개한다.

김선지/브라이트/1만 9500원

오늘의 세리머니(조우리/위즈덤하우스/1만 4800원) ⓒ위즈덤하우스
오늘의 세리머니(조우리/위즈덤하우스/1만 4800원) ⓒ위즈덤하우스

오늘의 세리머니


작은 도시 하주시에서 일하는 벽장(성적 지향을 타인에게 알리지 않음을 뜻하는 은어) 레즈비언 공무원 ‘도선미’와 신규 레즈비언 공무원 ‘이가경’은 정부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레즈비언 부부에게 혼인관계증명서를 발급한다. 어느새 혼인신고를 마친 레즈비언은 101쌍에 이르고, 알려진 관광지도 지역 특산품도 없는 하주시는 레즈비언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지역으로 떠오른다. 여전히 동성 간 혼인을 인정하지 않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세상이 바뀌기를 기다리기보다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의 유쾌한 상상이 펼쳐진다.

조우리/위즈덤하우스/1만 4800원

젠더퀴어(마이아 코베이브/이현 옮김/학이시습/1만 3000원) ⓒ학이시습
젠더퀴어(마이아 코베이브/이현 옮김/학이시습/1만 3000원) ⓒ학이시습

젠더퀴어


“이 책에 담긴 이야기 대부분은 한때 내가 무덤까지 안고 갈 비밀이라고 여겼던 것들이다.” 논바이너리이자 에이섹슈얼로 정체화한 저자가 가족과 사회에 커밍아웃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그래픽 자서전, 회고록이다. 외설적이라는 비난으로 미국에서는 한 때 금서가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저 솔직담백했을 뿐이다. 성소수자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오히려 시스젠더를 위한 책이다. 성 정체성에 대한 저자의 고민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끄덕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마이아 코베이브/이현 옮김/학이시습/1만 3000원

선재의 노래(공선옥/창비/1만 4000원) ⓒ창비
선재의 노래(공선옥/창비/1만 4000원) ⓒ창비

선재의 노래


상실 뒤의 날들을 어루만지는 공선옥의 성장소설. 늘 사진을 돌봐 주던 할머니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자 열세 살 선재는 큰 충격에 빠진다. 갑작스러운 이별에 두려움이 앞서지만 선재의 곁에는 선재를 보듬어 주는 마을 주민들이 있다. 할머니를 떠나보내기 위해 나선 여정에서 선재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는 어른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도움을 받으며 할머니를 잃은 슬픔을 오롯이 품고 성장해간다. 선재의 이야기는 학교나 사회에서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는 애도의 방식을 가르쳐준다. 숫자로 수많은 죽음과 이별을 마주하는 시대, 무엇보다 긴요한 것은 진실한 경험이다.

공선옥/창비/1만 4000원

누구십니까(전미홍/도화/1만 3000원) ⓒ도화
누구십니까(전미홍/도화/1만 3000원) ⓒ도화

누구십니까


고단한 삶을 살아온 부모세대에게 바치는 헌사. 인간은 고통을 외면하고 상처를 잊기 위해 평온한 일상을 맞이하기 위해 비밀이나 외면으로 타인과 자기를 다독인다. 그러나 결국에는 내가 그것들을 찾아 나서거나 그것이 내 눈앞으로 되돌아온다. 소설의 화자들은 고통과 상처에 특히 예민한 성격이어서 지난 고통과 상처의 근원이 돌아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그런 것에 둔감하려 했기에 오랫동안 견뎌온 것이다. 작가는 유난히 힘겨운 시대를 견뎌온 부모세대의 고통과 상처가 무의식이나 의식의 깊은 곳에 은폐됐다가 의식 밖으로 끄집어져 나올 때 더욱 커지는 아픔을 성실하고도 값지게 증언한다.

전미홍/도화/1만 3000원

작별 곁에서(신경숙/창비/1만 5000원) ⓒ창비
작별 곁에서(신경숙/창비/1만 5000원) ⓒ창비

작별 곁에서


인생이라는 난파선을 응시하는 신경숙의 통찰. 생명을 품고 살아가는 한 우리는 마음을 주었던 것들과 종내에는 이별할 수밖에 없다. 살아가는 데 있어 깊은 의미가 돼주었던 모국어와의 작별, 유약한 젊은 시절 서로에게 큰 힘이 돼주었던 소중한 친구와의 작별, 한때 생의 전부이기도 했던 그 모든 존재와의 작별을 통해 작가는 역설적으로 후회 없이 사랑하는 방법을 일러주는 듯하다. 세 편의 이야기로 묶인 이번 연작소설은 다감한 손길이 되어 지금 작별 곁에 서 있는 독자의 어깨를 가만히 보듬는다.

신경숙/창비/1만 5000원

나의 아프고 아름다운 코끼리(바바라 포어자머/박은결 옮김/웅진지식하우스/1만 7500원) ⓒ웅진지식하우스
나의 아프고 아름다운 코끼리(바바라 포어자머/박은결 옮김/웅진지식하우스/1만 7500원) ⓒ웅진지식하우스

나의 아프고 아름다운 코끼리

30여 년간 우울증을 겪으며 써 내려간 내밀한 고백.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가서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 하지만 우울증은 받아들이고 병원을 찾기까지 과정이 순탄치 않다. 이 상태가 일시적인 거라고, 컨디션이 안 좋을 뿐이라고 여긴다. 자신의 우울을 피하려 과도하게 일에 매달린 결과 정신과 병동에 입원했던 저자는 이를 계기로 여러 번의 입원과 치료를 거치고 나서야 감정을 받아들이고 내버려두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사회 도처에 우울이 만연한 시대에 이 책은 문득 무기력이 삶을 덮치고 일상생활이 힘겨운 순간들을 맞이하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방법을 전한다.

바바라 포어자머/박은결 옮김/웅진지식하우스/1만 7500원

카본 퀸(마이아 와인스톡/김희봉 옮김/플루토/1만 9000원) ⓒ플루토
카본 퀸(마이아 와인스톡/김희봉 옮김/플루토/1만 9000원) ⓒ플루토

카본 퀸 


탄소의 형태와 성질을 연구해 나노과학의 선구자가 된 여성 물리학자 밀드레드 드레셀하우스의 전기. 드레셀하우스는 전 세계 여성 과학자의 멘토이자 리더이기도 하다. 드레셀하우스는 어린 시절에 여성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은 비서, 간호사, 교사 세 가지뿐이라도 들으며 자랐지만 더 큰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하버드대학교를 다니며 성차별 문제를 인식하게 된 드레셀하우스는 MIT 교수로 있는 동안 여성포럼을 만드는 등 과학계 여성이 겪는 불평등을 해소하고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힘썼다.

마이아 와인스톡/김희봉 옮김/플루토/1만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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