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18% 돌파 ‘닥터 차정숙’
종이달·박하경 여행기 등
4050 여성배우 주연작 줄이어
OTT가 촉발한 다양성 경쟁...글로벌 흥행도

4050 여성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K드라마가 잇따라 주목받고 있다. (왼쪽부터) 엄정화(JTBC ‘닥터 차정숙’), 라미란(JTBC ‘나쁜엄마’), 김서형(지니TV ‘종이달’), 김선아(채널A ‘가면의 여왕’), 김희애·문소리(넷플릭스 ‘퀸메이커’), 전도연(JTBC ‘일타 스캔들’). ⓒJTBC· KT스튜디오지니·채널A·넷플릭스
4050 여성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K드라마가 잇따라 주목받고 있다. (왼쪽부터) 엄정화(JTBC ‘닥터 차정숙’), 라미란(JTBC ‘나쁜엄마’), 김서형(지니TV ‘종이달’), 김선아(채널A ‘가면의 여왕’), 김희애·문소리(넷플릭스 ‘퀸메이커’), 전도연(JTBC ‘일타 스캔들’). ⓒJTBC· KT스튜디오지니·채널A·넷플릭스

요즘 K드라마는 ‘언니들’ 무대다. 4050 여성 배우 주연작들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식상한 로맨스나 가족 서사의 틀도 깼다. 주체적이고 자기 욕망에 솔직한 여성들, 사회에서 입지를 다져나가는 여성들이 극을 이끈다. 삶은 파란만장하고, 복수는 짜릿하고, 분투는 흥미진진하다. 관록 있는 배우들의 아우라와 연기력은 화룡점정이다.

엄정화 주연 JTBC 메디컬 코미디 드라마 ‘닥터 차정숙’ ⓒJTBC
엄정화 주연 JTBC 메디컬 코미디 드라마 ‘닥터 차정숙’ ⓒJTBC

엄정화 주연 JTBC 메디컬 코미디 드라마 ‘닥터 차정숙’은 요즘 최고 화제작이다. 의대 졸업 후 20년 넘게 가정주부로 살던 주인공 차정숙(엄정화)이 생사의 고비에서 살아난 후 의사의 꿈에 재도전, 가정의학과 레지던트 1년 차로 복귀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차정숙은 불륜 남편의 따귀를 날리고 이혼을 요구하고, 희생을 요구하는 가족들에게 “엄마도 한 번쯤은 나 자신으로 살아보고 싶다” 선언하며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40대 여성의 경력 복귀·성장 서사에 배우들의 코믹한 열연으로 인기를 끌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거듭 경신하고 있다. 최신 12회는 전국 18.5%를 기록했다.

라미란 주연 JTBC 드라마 ‘나쁜엄마’ ⓒJTBC
라미란 주연 JTBC 드라마 ‘나쁜엄마’ ⓒJTBC

라미란은 JTBC 드라마 ‘나쁜엄마’로 인기몰이 중이다. ‘모성애’에 관한 드라마다. 진영순(라미란)은 남편을 잃고 홀로 돼지농장을 꾸리며 아들 최강호(이도현)를 독하게 키워 검사로 만든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러운 사고로 몸이 마비되고 기억과 지능이 7살 수준에 멈춰 버린 아들을 위해 다시 ‘나쁜 엄마’가 되겠다고 결심한다. 남편의 억울한 죽음 이후 한부모 가장이 돼 힘겨운 나날을 보내야 했고, 자식을 “돈 있고 힘 있는 사람”으로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모질게만 대했던 진영순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묘사해 호평받고 있다.

김선아, 오윤아, 유선, 신은정 주연 채널A 드라마 ‘가면의 여왕’ ⓒ채널A
김선아, 오윤아, 유선, 신은정 주연 채널A 드라마 ‘가면의 여왕’ ⓒ채널A

지난 4월 첫 방영해 중반에 접어든 채널A 드라마 ‘가면의 여왕’은 네 여성의 미스터리 멜로 복수극이다. 화려하게 성공한 세 여자 친구 앞에 10년 전 그들의 거짓말로 살인자가 된 옛 친구가 나타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김선아, 오윤아, 유선, 신은정 등 연기력으로 호평받는 여성 배우들을 내세웠다. 주인공 ‘도재이’ 역을 맡은 김선아는 제작발표회에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들이 주체가 되는 드라마가 많지 않았다”며 “복수, 야망 외에도 여자들이 할 수 있는 드라마가 많으니 이 작품을 계기로 더 좋은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서형 주연 지니TV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달’ ⓒKT스튜디오지니 제공
김서형 주연 지니TV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달’ ⓒKT스튜디오지니 제공

김서형 주연 지니TV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달’은 서스펜스 드라마다. 잘나가던 커리어우먼 유이화(김서형)는 부친의 사업 실패로 인한 빚을 대신 갚아주는 조건으로 결혼한 남자에게 영수증 하나까지 통제당하며 살고 있다. 저축은행에 취직한 유이화는 순수하게 자신에게 호감을 품는 연하남과 사랑에 빠지고, VIP 고객들의 돈을 횡령하며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간다. 일본 소설가 가쿠다 미츠요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김서형은 제작발표회에서 “주체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6년 전 일본 드라마 ‘종이달’을 봤다. 여성 서사를 그린 작품이 부족하던 때였다. 이 작품을 수소문했고 내가 먼저 제작사에 러브콜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나영 주연 웨이브 오리지널 ‘박하경 여행기’ ⓒ웨이브 제공
이나영 주연 웨이브 오리지널 ‘박하경 여행기’ ⓒ웨이브 제공

배우 이나영도 웨이브 오리지널 ‘박하경 여행기’로 4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사라져 버리고 싶은 순간을 마주한 고등학교 국어 교사 박하경(이나영)이 토요일 하루씩, 총 여덟 번의 짧은 여행을 떠나는 내용을 담은 드라마다. 24일 전체 8부작 중 4부가 공개됐는데, “삶에 대한 통찰을 담은 인생 드라마”, “자극적인 작품들 사이에서 슴슴하고 신선해 새로운 수작” 등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나머지 4화는 오는 31일 공개된다.

배우 송혜교 주연의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파트2 스틸. ⓒ넷플릭스 제공
배우 송혜교 주연의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파트2 스틸. ⓒ넷플릭스 제공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경쟁은 자연스레 ‘다양성 경쟁’을 촉발했고, 지상파보다 내용과 형식이 자유로운 드라마들이 속속 나와 주목받았다. 4050 여성 주연 드라마가 잇따라 흥행한 배경이다.

선두주자는 넷플릭스다. 배우 송혜교가 이끄는 복수극,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는 상반기 최고 화제작이었다. 화장기도 표정도 없는 얼굴, 무채색 계열의 옷만 입는 주인공 문동은(송혜교)이 17년 전 자신의 삶을 파괴한 가해자들을 차근차근 무너뜨린다. 복수에 동참하는 가정폭력 피해생존자 강현남(염혜란 분) 등 피해자들의 연대도 조명했다. 지난 3월 파트2 공개 한 달도 안 돼 4억 1305만 시간 누적 시청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TV(비영어) 부문 역대 시청 시간 6위에 올랐다. 이 작품으로 송혜교는 제59회 백상예술대상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거머쥐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퀸메이커’ 스틸.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퀸메이커’ 스틸. ⓒ넷플릭스 제공

여성 정치물 ‘퀸메이커’도 올해 가장 주목받은 작품 중 하나다. 지난 4월 넷플릭스 공개 후 3일간 1587만 시청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TV(비영어) 부문 1위에 올랐다. 대기업 전략기획실장 출신 황도희(김희애)가 인권변호사 오경숙(문소리)을 서울시장으로 만들고자 선거판에 뛰어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김희애·문소리를 필두로 서이숙·진경·김선영·김새벽 등 여성 배우들이 주요 인물을 맡아 열연한다. “강력한 여성 인물만으로 극을 꾸려 ‘이갈리아의 딸들’을 연상시킬 만큼 판타지에 가까운 성비를 보여”줬고, “눈에 띄는 헤테로 로맨스 없이 온통 서로에게 애틋한 눈길을 보내는 원숙한 여성 배우들의 호연”이 눈에 띈 작품이었다(유해 작가).

전도연 주연 JTBC 로맨틱코미디 드라마 ‘일타 스캔들’ ⓒJTBC
전도연 주연 JTBC 로맨틱코미디 드라마 ‘일타 스캔들’ ⓒJTBC

배우 전도연은 3월 종영한 JTBC 로맨틱코미디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서 주인공 남행선으로 분해 열연했다. 전직 핸드볼 선수로, 반찬가게를 운영하며 조카를 딸처럼 키우는 억척스럽지만 따뜻한 인물이다. 10세 연하인 후배 정경호와의 달달하면서도 코믹한 로맨스 연기도 입소문을 탔다. 시청률 17.0%로 막을 내릴 정도로 화제였다. 이후에는 10대 딸을 홀로 키우는 킬러를 연기한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으로 호응을 얻었다. ‘길복순’은 지난 3월 공개 사흘 만에 글로벌 TOP10 영화(비영어) 부문 1위를 기록했고, 전도연은 이 작품으로 백상예술대상 여자 최우수연기상 후보에 올랐다.

JTBC 드라마 ‘대행사’에서 광고대행사 최초 여성 임원 고아인 역을 맡은 이보영. ⓒJTBC 제공
JTBC 드라마 ‘대행사’에서 광고대행사 최초 여성 임원 고아인 역을 맡은 이보영. ⓒJTBC 제공

이보영 주연 JTBC 드라마 ‘대행사’도 지난 2월 시청률 16%대로 인기리에 막을 내렸다. 광고대행사 VC기획 내 최초 여성임원 고아인(이보영)이 최고의 위치까지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드라마다. 이보영은 견제와 시비에 휘말리면서도 거침없이 나아가는 능력 있고 야망 있는 여성으로 분해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고현정은 3분기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로 돌아온다.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고현정·나나)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사회 문제를 적나라하게 꼬집어 주목받은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이영애는 2021년 JTBC ‘구경이’ 이후 2년 만에 새 드라마 ‘마에스트라’로 복귀한다. 비밀을 가진 여성 지휘자 차세음(이영애)이 오케스트라 안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파헤치며 자신을 둘러싼 진실에 다가가는 이야기다. 하반기에도 언니들의 활약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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