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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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의 한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이 학교 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유족은 학교에 피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어떠한 조치도 없었다며 학생들과 담임을 고소했다.

고 김상연(18)군 유족 등에 따르면 김군은 지난 11일 오후 7시 15분쯤 천안시 동남구 자신의 거주지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시간 40여 분 후에 숨졌다. 

김 군의 가방에서는 유서와 함께 동급생들이 자신의 출신지역을 비하하는 등 지속적으로 괴롭혔다는 내용이 적힌 수첩이 발견됐다.

김 군은 유서 형식의 글에서 가해 학생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욕설을 하고, 우스꽝스럽게 나온 자신의 사진을 올렸다"고 적었다. "다른 지역에서 왔다는 이유로 지역 비하적 단어를 반복해 놀렸다"고 말했다.

김군은 유서에 "학교폭력을 당해 보니 왜 아무한테도 얘기할 수 없는지 알 것 같다. 이 나라는 가해자 편이니까. 피해자가 되어봤자 힘든 건 자신뿐"이라며 "내 꿈, 내가 하는 행동 모든 걸 부정당하니 온 세상이 나보고 그냥 죽으라고 소리치는 것 같다. 너희들 소원대로 죽어줄게"라고 썼다.

김군의 유족은 이달 초부터 김군이 학폭을 호소하며 학교에 가지 않아 지난 4일 학교폭력위원회를 열어 달라고 요청했지만 학교에서는 '학폭이 없었다'며 상담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1주일간 손을 놓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3년간 김군의 학폭 피해가 인지되지 않아 학폭위가 열린 적이 없으며 최근 김군이 결석을 자주 해 학교 측에서 부모에게 안내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학폭 여부에 대해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최대한 협조하면서 수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은 김 군의 유서에 언급된 동급생 8명과 고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를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김 군의 휴대전화와 유서, 동급생의 진술과 김군의 스마트폰, 노트 등을 분석해 실제 학교폭력이 있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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