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마이 라이프]
10여 년째 탁구 치는 성남 세 자매
정영복·정영옥·정영희 할머니
2년째 전국대회 출전...지난해 전국 3위
“부담 없이 즐겨...체력·우애 비결”

탁구 치는 세자매, 정영복(85), 정영옥(82), 정영희(74) 할머니를 지난 26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수정종합복지관에서 만났다. ⓒ송은지 사진작가
탁구 치는 세 자매, 정영복(85), 정영옥(82), 정영희(74) 할머니를 지난 26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수정종합복지관에서 만났다. ⓒ송은지 사진작가

72세에 처음 라켓을 잡았다. 정영복(85) 할머니에게 탁구는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다. 올해로 13년 차. 노랑과 남색이 섞인 유니폼이 썩 잘 어울린다. 동생들도 함께다. 정영옥(82), 정영희(74) 할머니까지 칠남매 중 세 자매가 탁구 친구다.

지난 26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수정종합복지관 심화반 강습 현장에서 세 자매를 만났다. 할머니들이 수줍고 따스한 미소로 기자를 맞아 주셨는데, 랠리가 시작되자 눈빛이 바뀌었다. 포핸드, 백핸드, 스매싱! 폼도 스윙도 멋진 ‘왕언니’들이다.

세 자매는 최근 2년간 시니어 대회에도 여러 번 출전했다. 지난해 대한시니어탁구협회 회장배 전국시니어탁구대회 65세 이상 여자복식 초심부 3위에 올랐다. 가장 젊은 정영희 할머니는 남편과 함께 탁구 심판 자격증도 취득했다.

정영복 할머니가 지난 26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수정종합복지관에서 탁구를 치고 있다. ⓒ송은지 사진작가
정영복 할머니가 지난 26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수정종합복지관에서 탁구를 치고 있다. ⓒ송은지 사진작가
정영옥 할머니가 지난 26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수정종합복지관에서 탁구를 치고 있다. ⓒ송은지 사진작가
정영옥 할머니가 지난 26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수정종합복지관에서 탁구를 치고 있다. ⓒ송은지 사진작가
정영희 할머니가 지난 26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수정종합복지관에서 탁구를 치고 있다. ⓒ송은지 사진작가
정영희 할머니가 지난 26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수정종합복지관에서 탁구를 치고 있다. ⓒ송은지 사진작가

“탁구는 물론이고 여러 운동을 잘하셔요. 세 분이 늘 사이좋게 힘을 합쳐 뭔가를 해내시고요. 항상 미소 지으며 다니시는 모습이 멋지고 부러워요. 저도 저렇게 늙고 싶어요.” 총무 김수진씨의 말에 코치인 성미정 성남시탁구협회 부회장도 맞장구쳤다. “굉장히 긍정적이고 열정적이시죠. 존경스러워요.” 

할머니들은 우리나라의 격동기를 고스란히 통과했다. 정영복 할머니는 1950년 흥남철수 때 가족들과 경남 거제도로 피란 온 이야기, 칠남매가 모두 장성해 각자 가족을 꾸린 이야기를 들려줬다. 노년에도 세 자매의 하루하루는 활기차다. 정영복 할머니는 약 10년간 동네 노인정 등에서 다른 시니어들에게 컴퓨터(포토샵) 활용법을 가르쳤다. 기자와의 만남에 앞서 미리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 장짜리 이미지로 깔끔하게 만들어 보여줬다. 정영옥 할머니는 함경남도 합창단에서 활동하면서 음악회에도 참여한다. 정영희 할머니도 하모니카 연주에 깊이 빠졌다. 이날도 남편과 하모니카 이중주 연주회 준비에 분주했다.

개성 강한 여성들이 어쩌다 2.7g의 탁구공을 주고받는 재미에 푹 빠졌을까. 일단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운동이라 진입 문턱이 낮다. 기본 체조로 몸을 충분히 풀어주고 공에 집중해 치다 보면 두세 시간이 훌쩍 흐른단다.

“관절이 좋아졌어요. 계단도 막 다니고 뛰어다녀요. 젊은 사람들도 만나고 얼마나 좋아요. 자식들도 다 좋아해요. 병원비 안 나온다고. 하하하.” (정영복 할머니) 

“‘탁구 10년만 하면 치매에 안 걸린다’는 코치의 말이 이해돼요. 너무 재미있어요. 누구나 배우면 할 수 있어요. 일주일, 3개월 고비만 넘기면 돼요. 또 우리는 탁구할 땐 탁구만 쳐. 잡담하다가 싸우거나 질투할 일도 없고 참 좋아.” 정영옥 할머니의 말에 언니인 정영복 할머니가 미소 지으며 덧붙였다. “우린 자매니까 참 좋아요. 친구는 헤어질 수 있지만, 자매니까.”

탁구 치는 세자매, 정영복(85), 정영옥(82), 정영희(74) 할머니를 지난 26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수정종합복지관에서 만났다. ⓒ송은지 사진작가
탁구 치는 세자매, 정영복(85), 정영옥(82), 정영희(74) 할머니를 지난 26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수정종합복지관에서 만났다. ⓒ송은지 사진작가

운동은 어느 나이에 시작해도 좋다. 세 자매가 그 증인들이다. 치매와 고독으로부터 멀어지는 확실한 방법이다. 매주 만날 때마다 잘 지냈냐고 인사하고 함께 몸을 움직이며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노년의 질이 달라진다. 노인복지관, 주민센터 등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무료거나 소정의 참가비만 내면 이용할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공의 움직임에 집중하며 움직여야 하니 근력, 집중력, 혈액순환에 좋아요. 여성들의 참여율이 높지요. ‘내 인생에서 제일 잘한 게 탁구’라고들 하신다니까요.”

성미정 부회장은 “누구나 두 다리로 설 수만 있다면 할 수 있는 게 탁구다. 라켓 하나, 편안한 운동복만 있으면 된다. 전국 거의 모든 생활체육시설에서 전문 강사의 지도를 받으며 각자의 능력과 수준에 맞춰 쾌적하게 운동할 수 있다”며 부담 없이 탁구를 시작해 보라고 권했다.

(앞줄 가운데) 탁구 치는 세 자매 정영복, 정영옥, 정영희 할머니와 코치인 성미정 성남시탁구협회 부회장 등 성남수정종합복지관 심화반 구성원들이 지난 26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수정종합복지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은지 사진작가
(앞줄 가운데) 탁구 치는 세 자매 정영복, 정영옥, 정영희 할머니와 코치인 성미정 성남시탁구협회 부회장 등 성남수정종합복지관 심화반 구성원들이 지난 26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수정종합복지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은지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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