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노동자회 2023년 상담 분석 결과
성희롱 피해자 41.2% 불리한 처우 경험
어릴수록, 연차 짧을수록 성희롱 시달려
성희롱으로 퇴사 시 실업급여에도 불이익

지난 5월 19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직장갑질119' 회원들이 직장 내 성희롱, 성차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타파하자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5월 19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직장갑질119' 회원들이 직장 내 성희롱, 성차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타파하자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0·30대, 근속연수가 짧은 여성노동자들이 위계에 따른 직장 내 성희롱에 시달리고 있다. 피해자들은 성희롱 피해를 회복하기도 전에 따돌림·해고 등 불리한 처우로 2차 가해에 시달리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2023년 고용평등주간을 맞아 지난해 평등의전화/고용평등상담실에 접수된 3714건의 여성상담 사례를 분석한 ‘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2022년 상담 분석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70% “청년·저연차”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은 연령, 직종, 업종, 사업장 규모를 불문하고 발생하나 나이가 어리고 근속연수가 짧을수록 성희롱에 많이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성희롱 상담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35.8%(250건), 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35.8%(249건)로 70% 이상을 20~30대가 차지했으며, 근속기간별로 살펴보면 1년 미만이 42.4%(371건), 1년~3년이 31.4%(275건)로 3년 이하로 근무한 여성노동자가 73%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가해자가 상대적으로 연령과 근속연수에서 피해노동자보다 우위(연령이 더 높고 근속연수가 더 길다)에 있는 경우가 많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이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가 ‘권력 위계’에 의해 발생하기 쉬움을 보여주는 결과로 분석된다.

피해자들은 직장 내 성희롱 이후에도 직장에서의 불리한 처우로 2차 가해에 시달린다. 피해자들은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 등의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우(262건) △집단 따돌림, 폭행 또는 폭언 등 정신적·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를 하거나 그 행위의 발생을 방치하는 행위(140건) △파면, 해임, 해고, 그밖에 신분상실에 해당하는 불이익 조치(77건) 등의 불리한 처우를 당했으며, 그 비율은 2022년 41.2%로 전년에 비해 4.6%p 증가했다.

피해자에 불이익을 주는 방법이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집단 따돌림, 폭행 또는 폭언 등 정신적, 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를 하거나 그 행위의 발생을 방치하는 행위’에 대한 불리한 처우 경험은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재직 중에 피해 사실을 밝히기 어려워 피해자 10명 중 3명은 퇴사 후, 또는 퇴사를 예정한 후에야 피해 사실을 밝히기도 한다. 직장 내 성희롱 내담자 중 퇴사한 경우는 27.0%, 재직 중이나 퇴사를 예정하고 있는 경우는 3.6%를 차지했다.

성희롱으로 퇴직 시 실업급여 수급 어려워…제도 개선 필요

고용보험법 시행규칙 ‘수급이 제한되지 않는 정당한 이직 사유’에 따라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으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업무상 스트레스로 산재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실업급여를 신청하려고 하면 성희롱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서류(고충처리조사결과나 징계처리결과 등)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는데, 사업주의 고충처리결과 통보는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직장에 따라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여성노동자회는 이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성희롱, 괴롭힘 사내 신고서 혹은 노동청 진정서 신청서만으로도 쉽게 실업급여를 신청할 수 있어야 하며, 고용보험 상실 사유 코드에 ‘직장 내 성희롱’ 항목을 추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자가 퇴사하면 인사담당자는 고용보험 상실 사유 코드를 기입하게 되어 있다. 노동자가 직장 내 성희롱 피해로 퇴사할 경우 고용보험 상실 코드를 ‘직장 내 성희롱’으로 기입하고, 이 경우 어떤 코드로 기입이 됐는지 회사와 노동자 모두 확인하고 이의제기 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