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예능 ‘사이렌: 불의 섬’
군인·경찰·경호·소방·스턴트·운동
6개 직종별 여성 팀 전투 서바이벌
있는 그대로 섹시한 ‘강한 여성의 몸’
여성들의 우정·연대 비춰

넷플릭스 예능 ‘사이렌: 불의 섬’ 스틸.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예능 ‘사이렌: 불의 섬’ 스틸. ⓒ넷플릭스 제공

힘세고, 근육이 멋지고, 몸싸움도 머리싸움도 잘하는 여성들이 왔다. 넷플릭스 예능 ‘사이렌: 불의 섬’은 여성들로만 채운 서사에, 여성 작가와 PD가 참여한 여성 예능이다. 체력, 전투력, 전략, 의리, 팀워크.... 오래도록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예능 요소들이 다 있다.

군인, 경찰, 경호, 소방, 스턴트, 운동 등 6개 직업군별 여성 24명이 무인도에 모여 4인 1조로 벌이는 팀 전투 서바이벌이다. 전 여자 유도 국가대표 김성연, 특전사 707특수임무단 출신 여성 예비군소대장 강은미, 2018 충주세계소방관경기대회 최강소방관 분야 금메달리스트 김현아 소방교  등 각 분야에서 성취를 거둔 여성들, 자기 직업에 대한 사명감과 애정으로 똘똘 뭉친 여성들을 모은 것부터 흥미롭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알쓸신잡’ 등을 연출하며 ‘진짜를 이길 수 없다’는 걸 배웠다. 그래서 자기 분야에 진심인 전문직 종사자들을 모아 생존 전투 프로그램을 계획하게 됐다.”(이은경 PD, 5월24일 제작발표회) “승리는 우정을 바탕으로 노력해야 더 빛이 난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를 담기 위해서는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팀’이 주인공이어야 했다.”(채진아 작가)

넷플릭스 예능 ‘사이렌: 불의 섬’ 스틸.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예능 ‘사이렌: 불의 섬’ 스틸.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예능 ‘사이렌: 불의 섬’ 스틸.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예능 ‘사이렌: 불의 섬’ 스틸. ⓒ넷플릭스 제공

여자들 경기니까 ‘살살’ 하겠지 싶었다면 오산이다. 1화부터 참가자들은 발이 푹푹 빠지는 1km 거리의 갯벌을 달렸다. 60kg짜리 팀 깃발을 함께 옮기며 승부를 겨뤘다. 패자부활전 경기도 100kg 무게의 돌을 굴리며 갯벌을 가로질러 가장 먼저 도착한 팀이 승리하는 방식이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면서 한계를 뛰어넘는 여자들의 드라마다.

‘사이렌’의 백미는 기지전이다. 참가자들은 주변 환경과 특성이 제각각인 기지에 입성해 팀별로 공격·수비 전략을 세운다. 사이렌이 불시에 울리면 전투가 시작된다. 빼앗으려는 자와 버티는 자,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심리전, 협상, 연합 작전, 매복과 기습, 연막을 사용한 시야 교란, 곡예에 가까운 몸짓과 치열한 신경전까지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전투의 연속이다. 총 10부작이지만 길거나 지루하지 않다.

넷플릭스 예능 ‘사이렌: 불의 섬’ 스틸.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예능 ‘사이렌: 불의 섬’ 스틸.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예능 ‘사이렌: 불의 섬’ 스틸.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예능 ‘사이렌: 불의 섬’ 스틸.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예능 ‘사이렌: 불의 섬’ 스틸.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예능 ‘사이렌: 불의 섬’ 스틸. ⓒ넷플릭스 제공

‘강한 여성의 몸’을 담담하게,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비추는 예능이다. 도끼질 한 번에 나무를 쪼개고 호쾌하게 삽질하는 단단한 팔뚝과 코어, 거침없이 숲길을 내달리고 뛰어오르고 발길질하는 튼튼한 하체를 대상화하는 시선 없이 자연스럽게 화면에 담았다. ‘운동하는 여자’는 멋있지만 ‘여자는 근육도 예뻐야’ 한다며 지독하게 여성의 몸을 혐오하고 통제하는 시선 따위 발 붙일 곳이 없다.

‘사이렌’에는 ‘아름답지만 위험한 여자’라는 뜻도 있다. 화장기 없는 맨얼굴에 몸매를 강조하지 않는 실용적인 전투복 차림으로 구르고 뛰고 뒤엉키는 여자들, 거추장스러운 겉옷을 벗어 던지고 스포츠 브라탑 차림으로 기합을 내지르는 여자들은 정말로, 정말로 섹시하다.

넷플릭스 예능 ‘사이렌: 불의 섬’ 스틸.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예능 ‘사이렌: 불의 섬’ 스틸.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예능 ‘사이렌: 불의 섬’ 스틸.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예능 ‘사이렌: 불의 섬’ 스틸. ⓒ넷플릭스 제공

여성들의 ‘의리’가 돋보이는 순간들이야말로 ‘사이렌’이 빛나는 이유다. 모두가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웃음과 격려를 나누며 함께 한계를 뛰어넘는다. 특히 도끼로 장작을 패 직접 불을 피우고, 상대 팀의 불은 끄고 내 팀 불씨는 되살려야 하는 아레나전은 깊은 여운을 남겼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팀원을 대신해 다른 팀원들이 필사적으로 장작을 패는 모습, 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도 온 힘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팀원들의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승부를 인정하고 승리 팀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스포츠 정신도 빛났다. 이것은 결국 전투가 아닌 ‘우정과 연대’에 대한 이야기다. 패자부활전에 모인 팀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외친다. “대한민국 여자! 멋있다!”

담백하고 차분한 연출도 한몫했다. 이 PD는 “참가자들이 멋있게 보이는 것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미 멋있는 분들이라 특별한 연출이 필요가 없었다”고 밝혔다. 

5월24일 열린 넷플릭스 예능 ‘사이렌: 불의 섬’ 제작발표회에 참여한 각 팀 리더들. (왼쪽부터) 스턴트팀 리더 김경애, 군인팀 리더 김봄은, 소방팀 리더 김현아, 경찰팀 리더 김혜리, 운동팀 리더 김희정, 경호팀 리더 이수련. ⓒ넷플릭스 제공
5월24일 열린 넷플릭스 예능 ‘사이렌: 불의 섬’ 제작발표회에 참여한 각 팀 리더들. (왼쪽부터) 스턴트팀 리더 김경애, 군인팀 리더 김봄은, 소방팀 리더 김현아, 경찰팀 리더 김혜리, 운동팀 리더 김희정, 경호팀 리더 이수련. ⓒ넷플릭스 제공

‘사이렌’은 ‘여자답게’ 강해져도 좋다, 함께라면 더 멀리 전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능력과 열정을 끊임없이 의심받지만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여성들, 사회가 그은 한계를 망설임 없이 넘어서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힘이 세다. 그렇게 살아가도 괜찮다는 용기를 얻은 당신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

시청자들의 열띤 호응은 다시 여성 참가자들의 힘과 용기가 됐다. 참가자마다 팬덤이 형성됐고, SNS 등을 통한 응원 메시지도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직업적 슬럼프에 빠져있었던 한 참가자는 “(시청자의 응원이) 자신을 슬럼프 속에서 구해준 것 같고 그 힘을 받아 더 많은 사람을 구하러 가겠다”고 제작진에게 전했다. “(후속작) 물의 섬, 흙의 섬, 바람의 섬 등으로 더 많은 멋진 분들을 소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제작진의 바람이 하루빨리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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