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매서운 초겨울 문턱, 집밖보다는 집안에 더 많이 머물 아이들을 위해 최근 출간된 어린이 책들을 살펴본다.

음악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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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내뱉는 말 한 마디가 남을 아프게 할 수도 있다'며 침묵하던 소녀 샤를로트는 어느 봄날, 아래층에 살고 있는 보엠 할아버지와 고양이 필리핀을 만나게 된다. 샤를로트는 보엠 할아버지에게 4500년 전부터 내려오는 중국의 음악 전설을 들으면서 궁금해한다. '음악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걸까?' 샤를로트가 궁금증을 풀기 위해 피아노, 현악기, 타악기 등의 여러 종류의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음악에 빠져 있던 어느 날 필리핀이 사라진다. 그때 샤를로트는 필리핀에게 음악을 들려줘야 한다고 엄마에게 말을 하게 된다.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주고 말을 찾아주는 음악은 무엇보다도 그것을 듣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것을.

도미틸 드 비에나시스 글/그웬달 블롱델 그림/백선희 역/산하/8000원

슬픈 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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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종소리''간다간다 덩실덩실'두 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현장에서 가르치는 교사인 송언 작가의 동화로 아이들의 세계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특히 학교 안, 수업시간, 쉬는 시간에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이 직접 엿보는 것처럼 살아있다.

앞니 빠진, 코찔찔이, 뽀시락이, 영감탱이, 덩실덩실, 콜록콜록, 울뚝불뚝, 살살이방귀, 슬그머니 등의 별명을 가진 아이들은 사소한 것에서도 자신들만의 놀이세계를 발견하면 본능적으로 놀이를 만든다. 이에 반해 아이들의 상상은 언제나 어른들에게 제재당한다. '슬픈 종소리'에서는 놀이판을 깨고 현실감을 일깨우는 수업 시작종이고, '간다간다 덩실덩실'에서는 아이들의 상상과 놀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벌을 주는 선생님이다. 이 책은 유쾌하게 읽히면서도 현실에서 아이들에게 제약을 가하고 벽을 치는 게 바로 어른들이라고 꼬집어 말한다. 송언 글/한지예 그림/사계절/7000원

누나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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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보 돼지'라는 별명을 가진 초등학생 유스케는 학교에서 겪는 크고 작은 불만들을 보듬어 주는 누나 나쓰미가 있다. 어느 날 유스케는 유치원 때 교통사고로 움직이지 못하는 누나에게서 삶에 대한 의욕을 목격하고 스스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로 마음먹는다. 언덕길을 힘겹게 뛰어 올라가며 달리기 연습을 하던 어느 날 커다란 자동차가 달려들어 사고를 당할 뻔 한다. 순간 누나의 생각을 하게 된 유스케는 자동차에서 내린 험악한 인상의 운전사 아저씨에게 “잘못한 건 아저씨예요”라고 또박또박 말한다.

마라톤 대회가 시작되고 유스케는 열심히 달리지만 너무 힘들어 풀숲에 주저앉아버린다. 하지만 늦게까지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유스케를 찾아 나선 친구들과 가족 그리고 누나를 생각하며 마라톤 완주를 하게 된다. 유스케는 비록 꼴찌를 했지만 일등보다 멋진 사람으로 새롭게 인식된다. 우메다 순사쿠 글/우메다 요시코 그림/동연/8000원

쇠똥 굴러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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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똥 굴러가는 날은 몇 백만원 짜리 컴퓨터 같은 '명품'은 있지만 소중한 마음으로 아끼는 종이인형이나 망가진 장난감 같은 '보물'이 없는, 그래서 가난한 요즘 아이 한준이의 이야기이다. 한준이는 여름방학을 이용해 편찮으신 외할머니를 뵈러 엄마의 시골 고향집으로 '끌려가다시피'내려가게 된다. 외할머니 집에는 어릴 때 머리를 다쳐 바보가 된 큰외삼촌과 새끼를 가진 개 '큰놈'이 있다.

컴퓨터도 에어컨도 없는 답답한 시골에서 한준이는 큰외삼촌을 장애인 수용시설로 보내자는 가족의 설득에 단호히 거부하며 삼촌을 끌어안는 외할머니와 낳다가 죽은 새끼 때문에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큰놈'을 보면서 자기가 보기엔 하찮기만 한 것들이 다른 이들에게는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보물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한준이는 넉넉하지 않은 시골에서 '남이 가진 보물의 소중함을 인정할 줄 아는 마음'이라는 소중한 보물을 얻게 된다. 장경선 글/박지영 그림/푸른책들/7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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