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년 '가뎡잡지'…88년 여성신문부터 사이버저널까지 속속 등장

여성권익·여성의식화·양성평등·'차이' 다양화로 삶의 질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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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주의 매체의 편집국 풍경. 여성주의 매체의 세상을 보는 '여성의 눈'은 언론 발전의 주요한 원동력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언론은 한일합방 직전인 1906년 창간된 '가뎡잡지'. 초기 여성매체들이 지금의 여성주의 매체와 상당히 흡사한 여성권익 향상과 여성 주체의식, 평등 계몽주의와 시대적 사명감이 강했다면, 이후의 여성매체들은 '여성지'로 대변되는 극도의 상업주의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러다가 여성매체의 제2의 전환기가 시작된 것은 '페미니스트 저널'을 기치로 내건 주간 〈여성신문〉이 창간된 88년부터. 당시 민주화 운동에 맞물린 여성운동이 상승세를 타면서 '여성' 특화 언로가 필요하다는 데 강한 공감대가 형성됐고, 여성운동계를 중심으로 한 진보진영 리더부터 보통 주부에 이르기까지 781명의 국민주를 모아 여성신문이 창간되기에 이르렀다. 초대 발행인은 여성운동가 출신의 이계경 현 국회의원, 주간은 작고한 페미니스트 시인 고정희, 편집부장은 박효신 현 온양민속박물관장이었다. 초대 편집위원으론 김경애 동덕여대 학생처장, 박혜란 여성학자, 이상화 이화여대 철학과 교수, 이은영 현 국회의원(당시 한국외국어대 법대 교수), 장필화 이화여대 대학원장 등이 활약했고, 한승헌 한완상 최열 이태영 이효재 이인호 조은 조옥라 조혜정 김애실 한명숙 등이 논설위원으로 중심을 잡아주었다.

여성신문은 여성인권 이슈화에 주력해왔다. 이 기조는 90년대, 2000년대에도 일관되게 이어져 황혼이혼 사건, 미혼모 양육권 회복운동, 장애여성 성폭력 공론화 등의 굵직굵직한 소외여성 현안을 이슈화하면서 이를 '여성인권보호지원사업'으로 현실화, 담론의 확보와 함께 언론으로선 좀처럼 가지기 힘든 운동 역량을 발휘했다. 이어서 97년 '여성의 욕망'에 대한 솔직한 토로를 화두로 계간 '이프'가 탄생했다. 류숙렬 방송위 위원, 김신명숙 KBS '미디어 포커스' 진행자, 유지나 영화평론가 등 진보적 여성문화인들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했고, 윤석남 페미니스트 화가가 발행인을, 여성신문 기자 출신의 박미라씨가 초대 편집장을 맡았다. 박옥희 '문화세상 이프토피아' 대표도 발행인을 역임한 바 있고, 현재는 사진작가 엄을순씨가 발행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프'는 '안티 미스코리아 페스티벌'을 통해 미스코리아대회 공중파 생중계를 여성운동계와 연대해 중지시켰고 우리 사회에 은폐돼 있던 여성의 성적 욕망 담론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후 강력한 여성주의보다는 '여성'을 주 독자로 선정해 2000년 말 주간 '미즈엔'이, 2001년 3월 주간 '우먼타임스'가 속속 창간됐다. '미즈엔'의 초대 편집장은 이옥경 현 '내일신문' 편집국장.

지역에서는 99년 1월 '울산여성신문'(발행인 원덕순) 창간에 이어 4월 '부산여성신문', 9월 '경남여성신문'(발행인 김영수)이 창간됐다. 부산여성신문의 초대 발행인 윤원호씨는 17대 국회 열린우리당 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했다. 또 같은 해 경남지역 여성들의 동인지 성격이 강한 계간 '살류주'가 시인이자 여성운동가인 장정임 김해여성복지관장에 의해 창간됐다.

사이버 세상에도 여성주의 매체 시대가 도래한다. 처음으로 문을 연 온라인 여성주의 매체는 98년 7월에 만들어진 '달나라 달세포'(이하 달딸, dalara.jinbo.net)다. 편집진은 서울대 출신의 여성주의자들이다. 2000년 문을 연 '언니네'(www.unninet.co.kr)는 사이버 세상을 여성주의자들의 새로운 소통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후 2년 만에 서울대 여성자치언론 '쥬이쌍스'(www.jouissance.pe.kr)가 탄생했고 2003년엔 여성주의 사이버 저널 '일다'가 생겨났다.

아줌마들의 잠재력을 생산적 에너지로 바꾸는 작업을 하는 '줌마네'(www.zoomanet.co.kr)를 빼놓을 수 없다. 아줌마 운동가이자 방송인인 여성학자 이숙경과 한국여성단체연합 출신의 운동가 로리주희가 주축이 됐다.

온·오프 라인 여성매체들은 우리 사회에 '차이'의 다양화와 인권 감수성, 평등성을 확보하지 않고는 언론의 질적 발전뿐만 아니라 인간 삶의 질적 발전도 담보할 수 없음을 끊임없이 환기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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