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전화, 쉼터, 구세군 여자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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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카드를 고르는 이들의 마음은 설레기만 하다. 비록 몸은 쉼터에 있어도 피해 여성들의 마음 역시 이들과 다르지 않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크리스마스에 진정한 부활의 생기를 느끼는 여성들이 있다. 바로 가정폭력 상황을 벗어나 자신을 찾기 시작한 '쉼터'의 여성들과 미혼모라는 사회적 낙인을 극복하고 '구세군여자관'에서 스스로를 부활시키고 있는 여성들이다.

구타 당하는 여성들을 위해 여성의전화가 87년에 개설한 '쉼터'는 가정폭력 피해 여성의 재활과 독립의 터전이 되어왔다. 해마다 이 곳의 크리스마스에는 특별한 행사나 이벤트 대신 여성들만의 풍성한 식탁이 준비된다. 현재 쉼터 간사를 맡고 있는 김영희씨는 “매를 맞으면서도 시어머니와 남편을 위해 차려야 했던 밥상은 이제 온전히 자신들의 것이 되는 것”이라며 “이는 고통스럽던 생활을 정리하고 새 삶을 살아낼 자신의 몸에 대한 돌봄”이라고 설명했다.

김 간사는 “일단 몸을 추스른 여성들은 직업교육을 받으며 자립적인 미래를 계획하느라 너무나 바쁘기 때문에 해가 가는 줄 모른다”며 이벤트보다는 일상적인 자기 재활에 힘쓰는 쉼터 여성들의 크리스마스 풍경에 대해 설명했다. 김 간사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일률적으로 연출되는 가족 드라마가 힘겹게 홀로서기를 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돌아볼 수 있는 따뜻한 크리스마스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해마다 강당에서 조촐한 크리스마스 행사를 해 온 서울구세군 여자관은 54년부터 미혼모의 산전·산후 안식처와 출산에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해온 미혼모 복지시설. 이 곳의 크리스마스는 미혼모들이 준비한 연극과 합창 소리 그리고 그녀들을 칭찬하는 박수소리로 가득하다. 현재 시설장을 맡고 있는 박상숙 관장은 “미혼모가 되어 사회의 부정적 인식과 냉대로 고민하고 의기소침했던 여성들은 작은 역할이라도 크리스마스 행사를 직접 준비하고 발표하면서 자신감을 얻게 된다”고 전했다. 박 관장은 “여기 시설을 다녀간 한 친구는 크리스마스 참여의 경험이 사회 생활에 강한 힘이 된다고 전해왔다”며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크리스마스야말로 어떤 재활 프로그램보다 강하게 젊은 여성들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관장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소비문화와 성개방의 한가운데에서 증가하고 있는 10대 미혼모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고민해 보는 연말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여성부에 따르면 2004년 8월 현재 쉼터는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등 전국 16개 지역에서 44개가, 미혼모 시설은 10개가 운영되고 있다.

정명희 기자 ANTIGON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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