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치과의사 이지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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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 하며 일에서 성공하자”는 생활신조를 가지고 있는 이지영 강남이지치과 원장. 자유롭게 권위에 얽매이진 않으나 전문성과 서비스 정신엔 철저하자는 신세대 의사의 전형이다.

'신세대'에 대한 막연한 인상이란 것이 있다. 이 인상이 전문직과 연결되면 또 다른 화학작용이 일어난다. 안세병원 사거리 강남 중에서도 상당히 목이 좋은 곳에 버젓이 '치과' 간판을 내걸고 있는 강남이지치과 원장 이지영(33) 치과전문의. 깔끔 모던한 치과 분위기는 그렇다 치고라도 '특진실'을 겸한 원장실에 간이침대, 러닝머신, 그리고 전자 오르간이 함께 하는 풍경, 게다가 정식으로 음반까지 낸 '카수' 의사선생님이라니, 아직은 환자에게 다소 낯설 것 같다. “본업이 있어도 용기 있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구나”란 평을 듣고 싶고, 또 나중에 괜히 후회하지 않고 싶어서란다.

긴머리에 배꼽티 '튀는 패션' “의사 권위 전 안 키워요”

“의사로서의 권위요? 그건 진작 포기했어요. 외모나 말투 때문인지 '의사 같지 않다'는 평을 종종 듣지만, 의사가 한층 오픈마인드 돼 환자와 친근해진다는 장점으로 제 나름대로 생각할래요. 나이 드신 어른들껜 '어머님, 아버님', 나이가 어려 보이면 이름도 가볍게 부르며 환자들과 친하게 지내요. 어떤 땐 남자친구 얘기까지 환자들이 해준다니까요. 그래도 의료 서비스 원칙은 분명해요. 의학적으로 내가 아는 모든 것, 또 환자들이 알고 싶어하는 모든 것을 최대한 환자에게 말해주고, 또 환자들의 얘기를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할애해 열심히 들어준다는 것 말이에요”

그의 병원명 '이지'(영어 'easy'를 연상시키지만 기실은 그의 이름 앞 두 자를 딴 어릴 때부터의 애칭이자 예명이란다)나, 병원 홈페이지 속 안내문구 “과장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등을 보고 언뜻 느낀 인상과 과히 다르지 않다.

그에게 '원장'이란 호칭을 선뜻 붙이기엔 다소 어색하다. 한창 젊은 나이에 의사 전형에서 벗어나는-긴 생머리에 배꼽티 등 어쨌든 연예인 비슷한-'튀는' 분위기, 아직 미혼이란 점(이것도 일종의 '차별'일까?), 그리고 무엇보다 자유로운 화법 때문에 더 그렇다.

'일도 놀기도 잘하자' 신조 하고픈 일은 저지르고 봐요

“남들이 흔히 생각하듯이 부모님이 재력가여서 이 곳에 병원을 개원한 것은 아니에요. 좀 보태주시긴 했지만, 아빠는 경제학과 교수고 엄마는 전업주부, 남동생은 회사원, 이 정도의 중산층 가정일 뿐이에요. 워낙 스케일이 커 일단 벌이고 보자는 타입이어서 6개월 전 일단 한번 해볼 거면 이왕이면 강남에 진출해 보자 해서 병원을 개원하긴 했는데…사실 대출 등 개인 빚이 아주 많은데다가 불경기도 체감돼 좀 힘들어요. 큭∼ 큭∼”

그의 표현대로 강남에 '진출'했을 때 지인들의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너 어떡할 거니?”라고 다그치는 선후배부터 “돈 많은 남자 잡아 결혼하라”는 충고 아닌 충고도 들어야 했다. 정작 자신은 “이왕 결혼하려면 개인 빚 다 갚고 당당히 갈것”이란 각오가 대단한 데다 무엇보다 “시간이 없고, 만인의 연인(?)이 되고파” 남자를 못 사귀겠다고 한다. 그래도, 건물 1개당 치과간판 1개가 걸려 있다는 강남에서 그의 생존 가도는 현재로선 꽤 장밋빛이다. 주변 사람들은 인근에서 가장 잘나가는 축에 속하는, 그것도 강남 특정 지역에서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환자가 종종 찾아오는 치과로 그의 병원을 꼽는다.

지난해 여름 서울대 치대 박사학위 논문이 매년 전세계 논문 중 15%만 등재돼 각국 과학기술 수준의 척도가 되는 SCI(과학논문 인용색인)에 등재돼 주목을 받은 것을 비롯해 국제치과연구학회에서 범호신인학술상을 수상하는 등 '일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는' 의사 이미지도 한몫을 했다. 비록 광화문 시절 주변 의사들처럼 의사끼리 네트워킹을 하지 않고 오히려 다른 분야 사람들과 네트워킹을 하는 듯한 강남 의사들의 폐쇄적이고 극히 경쟁적인 태도가 마음에 안 들기는 하지만.

의료시장 무한경쟁시대 서비스와 실력으로 승부

“이젠 전문의이자 경영인이라 생각해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면서 의사가 됐는데 돈 버는 것이 목적이 되면 안 된다고 예전엔 생각했지만, 이젠 의료서비스 자체가 경영이라고 실감해요. 환자와의 인간적 관계 속에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창출하는 경제원리가 분명히 작동하니까요. 그래서 더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GS(Gender Sensitive)포럼 등 이런 저런 다양한 모임에 참여하면서 귀동냥으로 경영수업을 받고 있어요(웃음)”

음반 내고 '짜릿한 외도' 의학정보 프로그램 진행도

그는 재작년 5월께 '스톰(storm)'이란 재즈와 이지 리스닝 계열의 음반을 내 주목받았었다. 90년대 의대생 시절부터 활동해온 그림동아리패 뒤풀이에서 노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 찬사를 받았던 기억이 막연히 가수를 향한 동경을 키워왔었다. 음반에 '1집'이라고 명시했으니 2집도 나온다는 얘기인데, 본업에 너무 바빠 아직은 '가능한 한 가까운 미래'로 미룬 상태다.

“사진작가와 가수, 오히려 이런 배합이라면 자연스러운데, 본업이 의사다 보니 가수 쪽 일은 접게 되네요. 또 가수 활동을 하면서 괴리감도 느끼게 됐고요. 특히 치과의 경우, 예약제로 규칙적으로 움직이지만 가수로, 그것도 신인가수로 TV무대에 한 번 서려면 오전 8시부터 녹화장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오후 서너 시가 돼야 끝나니 '나름대로 나 자신을 많이 버려야겠다'고 생각했죠. 본업은 절대 포기할 수 없으니 한때의 색다른 경험으로 받아들였어요”

그래도 방송에 매력을 느끼고 있기에 지난해 9월부터 주 1회 밤 11시부터 40분간 진행되는 MBN TV의 한 의학정보 프로그램의 주 진행을 맡고 있다. 게다가 알음알음 소개로 영화인 남궁원 부부, 탤런트 길용우, 가수 이안 등 연예인들과도 친분이 있다. 특히 탤런트 김원희씨의 경우, 한 지인이 둘이 잘 맞을 거라며 소개한 이래 친한 사이가 됐다고.

그는 서슴없이 치과가 자신과 잘 맞는다고 말한다. 성격이 화끈·화통한 데다 끝이 보이는 것을 좋아해 원인도 비교적 분명하고 치료하면 즉시 결과가 나타나는 치과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는 것.

“평생 어떻게 남의 입안만 들여다보며 살 수 있냐고들 하지만, 구강을 잘 알수록 '인체의 모든 신비는 구강 안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성의 섬세한 손에 딱 맞는 직업인데다 백혈병, 당뇨 등 이상 증세가 생기면 벌써 잇몸이 그것을 알려주거든요. 게다가 치아의 황금비율을 알아보세요, 윗니 6∼7개가 살짝 보이면서 스마일 라인을 아름답게 가꾸는 작업이 아주 재미있다니까요. 제가 미술을 좋아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50∼60대 선배 중엔 미백이나 (비뚤어진 치아를 가지런히 정돈하는) 라미네이트를 '성형'으로 부정적으로 생각해 잘 다루지 않는 분들도 있지만, 미를 추구하며 살아가려는 환자를 도와주는 것이 의사의 또 다른 의무라고 생각해요”

“환자와 함께 늙어가며 '입' 맞추며 살고 싶어요”

그의 가장 큰 소망? 환자와 함께 나이를 먹으며 소통하고 싶단다.

“지금은 20∼30대 환자가 많지만, 제 나이와 함께 50∼60대 환자들도 생겨나겠죠? 그러면 주 진료 분야는 아마 (인공치아를 심는) 임플란트가 될 거예요”

글=박이은경 편집국장pleun@

사진=이기태 기자 lee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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