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주 “아가씨가 안나가니까 장사하지”

경찰 “문 열었다고 무작정 단속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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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역 앞 성매매 집결지의 한 업소. 성매매 여성이 유리창을 닦으며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eephoto@womennews.co.kr

유사 성행위를 도와준 업소가 경찰에 의해 적발되는가 하면 검찰이 이를 성매매특별법 위반으로 기소하는 등 성매매에 대한 강력한 규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언론과 단속의 집중 포화를 맞았던 성매매 집결지의 불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했다.

성매매방지법 시행 넉 달이 지난 1월 31일. 밤 11시가 지난 용산역 앞의 성매매 집결지는 추운 날씨 때문인지 오가는 사람이 적었다. 드문드문 불이 켜진 업소 안에서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는 여성들이 눈에 띄었고, 이따금 지나가는 남성들에게 호객 행위를 하는 여성도 있었다. 골목 끝의 한 업소에 앉아 있던 여성은 “(인터뷰 목적이)'집창촌 불법 영업 재개'라면 할 말이 없다”며 “예전 만큼 장사가 되진 않지만 영업은 계속하고 있다”고 당당히 말했다. 집에 내려갔다 12월 중순에 다시 올라왔다는 그는 “왜 시설이나 다른 곳으로 가지 않느냐”고 묻자 “돈을 벌려는 이유도 있고 주인이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업주들도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업주 김모(45·여)씨는 “지구대 경찰이 순찰을 돌고 있는데 단속이 안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업주 이모(47·남)씨는 “이 곳에 있는 아가씨 40%가 줄었다”며 “아가씨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지만 감정이 좋게 나갔든 안 좋게 나갔든 연락이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업주 김씨는 “여기 있는 아가씨들은 이 방법으로밖에는 살 수 없는 생계형”이라며 “안마시술소, 휴게텔은 25세가 넘으면 안 받지만 여기는 26세부터 30세까지 다 받기 때문이고, 55세가 넘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그 이유가 “단 5만원이든 10만원이든 여기서만 현찰을 돌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용산역 부근은 2011년까지 국제업무시설과 판매시설, 주거시설, 공원 등으로 이뤄진 주상복합타운으로 바뀔 예정이다. “전업해야 하지 않느냐”고 묻자 업주들의 연합체인 '한터' 의 강현준 대표는 “업주들은 전업할 능력이 있지만 애들이 언니, 아빠 하면서 남아 있으니 어른으로서 도와줄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옆에 있던 또 다른 업주도 “지금 이 상태 장사 같으면 문을 닫고 싶지만 마지못해 불을 켜 놓고 있는 것은 아가씨들이 안 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도중 한 업소에 젊은 남성 두 명이 들어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지만 경찰은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인지 일각에선 경찰의 단속이 소홀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한강로 지구대의 한 경찰은 “불을 켜놨다는 이유로 단속할 순 없지 않느냐”며 “기본적으로 신고가 들어오면 단속하되 업소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업주일 수도 있기 때문에 확인을 한 뒤에 단속을 한다”고 말했다.

앞서 1월 26일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등 여성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성매매여성에 대한 비범죄화와 인권침해논란이 되고 있는 감호위탁 조항의 삭제 및 행정처분강화 등 성매매특별법 개정을 촉구한 바 있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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