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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최대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는 조승우, 김미숙 주연의 영화 '말아톤'이다. 어느 사이트에서 조사한 '설 연휴에 가장 보고 싶은 영화 1위'에 뽑혔고 개봉 전부터 시사회장을 눈물바다로 만들고 기립박수를 받았다 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개봉 첫날 70만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모으기도 했다. 도대체 어떤 영화이기에?

영화 '말아톤'은 다섯 살 지능을 가진 스무 살 자폐 청년을 다룬 이야기이다. 영화 제목인 '말아톤'은 주인공 초원이가 그린 그림일기 속에 등장하는 단어다.

외국에서는 장애인 역할을 하고 나서야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고 장애인을 다룬 드라마는 아카데미 영화상을 받는 반면 우리는 슬픈 사랑 이야기에는 눈물 흘리면서도 장애인 소재 영화를 보고 눈물 흘리는 것은 꺼려한다.

세상과 소통을 거부하는 자폐청년 초원(조승우)과 마라톤을 통해 아들과 소통하려는 어머니 경숙(김미숙), 그리고 초원을 지도하는 마라토너였던 코치 정욱(이기영)은 함께 기뻐하고 좌절하며 마침내 목표였던 마라톤 서브 스리(3시간 내 완주)를 이뤄낸다는 해피 엔딩의 감동 스토리이다.

영화의 초반부는 초원이 달릴 때 행복해 한다고 믿으며 초원을 직접 훈련하고 목표를 세우는 어머니의 모습과 어머니를 따르는 초원의 모습이 보여진다. 그러나 초원에 대한 지극한 정성으로 인하여 소외된 다른 가족, 무리하게 참여한 마라톤 경기에서 실패하는 초원의 모습을 보고 어머니는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이 자신의 욕심 때문이 아니었는지 후회하고 포기할 무렵 초원은 비로소 자신의 의지로 마라톤을 선택하고 완주에 성공한다.

자칫 상투적인 영화가 될 수도 있었던 이 영화가 가슴속으로 파고드는 이유는 감동 일변도의 영화가 아닌 영화 중간 중간에 웃음 코드를 적절히 배치하여 관객을 감정의 수렁에서 건져내는 감독의 연출력, 그리고 데뷔 이래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는 조승우의 연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위해 오랫동안 자폐아들을 관찰하며 연기한 조승우는 인터뷰에서 “한 꺼풀 장막을 치고 사람들을 대하는 일반 사람들보다 열려 있고 솔직한 자폐아들은 '자개아 (自開兒)'란 말이 더 어울릴 것”이라고 했다.

마라톤의 마지막 지점에서 도로변에 늘어선 관중과 손을 마주치는 초원은 이로써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며 먼저 한 걸음 다가온다. 이제는 우리가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고 그들에게 다가가야 할 때가 아닐까.

박윤수/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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