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날, 북한어린이들에게 빵 전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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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혜씨가 홍보대사로 있는 북녘어린이영양빵공장 사업이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 첫 결실을 맺어 북한 어린이들에게 빵 전달식을 갖는다. 이기태 기자 leephoto@womennews.co.kr

'배우 오지혜'하면 떠오르는 것은? 일단 연기 잘하고, 노래도 잘하고(SBS드라마 '봄날'을 통해 노래실력 100% 입증!), 여기에 덧붙여 사회 변화를 위해 자기 자리에서 할 일 똑 부러지게 잘하는 똑똑한 배우라는 것.

그런 그녀가 요즘 가장 공들이고 있는 일은 3월 8일 첫 생산을 시작하는 북녘어린이영양빵공장 사업 홍보대사다. 북녘어린이영양빵공장은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의 여성위원회가 주축이 돼 북한에 빵공장을 짓는 사업으로 남측에서 공장기계설비와 밀가루를 대고 북한이 공장부지를 댔다. 무엇보다 의미 깊은 것은 여성들이 나선 통일사업의 첫 성과가 3월 8일 여성의 날에 결실을 본다는 점이다.

“제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세브란스병원의 인요한 선생님이 나오셨어요. 그 분 말씀이 같은 민족 돕는데 '퍼주기'가 뭐냐는 거예요. 그러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더라도 도와주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하시는데 갑자기 부끄러워지더군요”

인요한 선생과의 대담이 하늘의 계시였을까? 며칠 뒤 오씨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 상대방은 매우 어려워하는 말투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북녘어린이영양빵공장 사업의 홍보대사가 되어달라고. 오씨는 주저 없이 'OK'대답을 했고 흔쾌히 대답하는 그녀에 비해 오히려 상대방이 당황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여성 중심으로 민간통일사업 시작

“홍보라는 게 널리 알리는 건데 내가 홍보대사를 맡아서 얼마나 도움이 될까, 오히려 제가 죄송했죠. 이 사업은 기존의 북한돕기운동하고 180도 달라요. 남한과 북한의 민간단체가 손을 잡고 하는 첫 사업이고 기존의 '퍼주기'니 '시혜성'이니 그런 차원을 떠나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도록 빵공장을 만들어주는 거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돕지 않을 수 있겠어요”

직업상 여러 사람의 마음속을 들락날락해야 하기도 하고 그녀 역시 네 살배기 딸 수린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이라 배곯고 있는 북한 어린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우리네 정서라는 게 그렇잖아요. 저녁밥 할 때가 됐는데 옆집 굴뚝에서 연기가 나지 않으면 그 집 애들까지 데려다 밥 먹이는 게 우리들 정서예요. 같은 말 쓰고 옛날에는 함께 어울려 살았던 한민족에, 더군다나 아이들이 굶고 있다는데 당연히 도와야죠”

북녘어린이영양빵공장 홍보대사로서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힘과 자신감이 넘친다. 듣는 이로 하여금 '정말 도와줘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로 설득력이 있는 말투다. 그것이 연기가 아니라 이 시대의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생활인으로서, 그리고 이 나라를 조금이라도 좋게 만들고 싶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이다.

“너무 재미있는 게 다른 여배우들이 드라마나 영화에서 노래를 멋드러지게 부르면 음반을 내자거나 콘서트를 하자고 제의가 들어오는데 저한테는 여성노숙자쉼터를 돕는 일이라든가 시민단체에서 도와달라고 전화가 와요”

'사상 없는 예술가는 예술가가 아니다'라는 그의 외할아버지(영화 '유관순'의 윤봉춘 감독) 말과 '배우는 지식인이며 연기는 곧 세계관'이라는 그의 신념이 오늘날의 '배우 오지혜'를 있게 만들었다.

“정은임씨가 사고로 죽기 3개월 전에 처음 만났어요. 알고 보니 초등학교 동창이더라고요. 그 친구 말이 내가 부럽대요. 자유로워서. 저와 같은 생각과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요. 단지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요. 솔직히 말해서 언론에서 주목하지 않을 뿐이지요. 그 친구 말 듣고 약간 기고만장했던 마음을 누그러뜨렸어요. 그리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했고요”

배우로서 얻은 재능과 축복을, 딸 수린이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이 좀 더 좋아지는 데 쓰겠다는 배우 오지혜씨. 자리를 떠나는 그 순간까지도 그는 홍보대사의 직분을 잊지 않았다.

“우리가 하는 사업이 바로 통일로 가는 지름길이에요. 이렇게 없는 길을 우리가 작게나마 만들면 언젠가는 통일로 가는 큰 길이 뚫리지 않겠어요?”

한정림 기자u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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