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올 2월 모니터…소위원회 방청 100% 허락·회의록 공개 협조 필요

역대 최대 규모의 여성 의원이 탄생해 기대를 모았던 17대 국회 여성 의원 39명에 대한 1년간 의정 활동 성적표는 일단 '합격점'이다.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여세연)는 지난해 6월 17대 국회 개원 뒤 여성 국회의원들의 의정 활동을 꾸준히 모니터했으며 8월 '평등국회지킴이 모니터단'을 발족해 감시활동을 벌였다.

이은영·진수희·이경숙 등 여성의제 앞장

여세연은 여성 의원들이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개정안과 관련해 간담회, 공청회 등에 참여하면서 당과 상임위를 초월해 함께 힘을 모으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여성 의제와 관련해 주요활동을 한 의원으로는 한나라당의 진수희, 열린우리당의 이은영, 이경숙 의원 등을 꼽았다.

진 의원은 국회 내 여성정책포럼을 운영하며 여성 문제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한 점을 인정받았고 유일한 법사위 여성 의원인 이은영 의원은 여성 관련 법안의 법사위 통과에 힘쓴 점, 이경숙 의원은 호주제 폐지 민법개정안 발의 등을 통해 여성의제 해결에 앞장선 점 등을 평가받았다. 한편,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은 소외 계층을 대변하는 일에 매진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열린우리당 김명자, 홍미영 의원,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은 소속 상임위에서 여성 관련 의제들을 꾸준히 제기했다고 인정받았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상임위에서 전문적이고 밀도 있는 의정을 펼친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보건복지위의 경우, 정쟁보다 정책논의가 우선되는 상임위로 탈바꿈하는 데 장향숙 열린우리당 의원 등 소속 여성 의원들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성 의원들이 좋은 평가만 받은 것은 아니다. 여세연은 상임위에서 몇몇 여성 의원들은 자료준비가 미비하고 원론적인 얘기로만 일관하는 등 전문적인 모습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정무위의 경우 여야 여성 의원이 비교적 골고루 소속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점이 정쟁을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고 평가했다.

전문성 부족·정쟁 가담 구태의연

입법발의안의 경우 발의 수에 비해 가결법안 비율이 매우 낮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여세연은 “2월 임시국회까지 여성 의원이 발의한 150개의 입법발의안 중에 16건만이 가결돼 통과됐다”며 “예산적시성과 현실적시성을 파악하지 않고 숫자를 채우기 위한 입법발의안을 내는 관행을 떨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여성 의원들의 연대활동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여세연은 특히 “지난해 7월 발생한 박근혜 패러디 사건 때 여성(의원) 연대 활동이 정쟁을 자초하고 파급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꼬집었다.

여성 대변인 지나친 입씨름 '눈살'

여세연은 의원총회나 정책의총 등 의사결정에서 여성 의원들이 활발히 의견개진을 하지 못했다고 보고 이를 촉구했다. 특위가 구성될 경우 할당제라도 시행해서 여성들이 활발히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변인을 맡고 있는 여성 의원(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의 경우 필요 이상으로 악역을 자처하고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며 “악의적 발언을 일삼는 경우는 여성 의원의 품위를 떨어뜨린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대변인 제도의 혁신과 해당 의원의 자기성찰을 주문했다.

전체 39명의 여성 의원 중 12명의 의원만이 4급 보좌관에 1명 이상의 여성을 채용한 것으로 나타나 여성 보좌진 채용에 소극적인 점도 개선돼야 할 점으로 평가됐다. 여성 의원 전체 보좌진의 34%가 여성이지만 이 가운데 73%가 6,7,9급 등 하급 보좌진에 몰려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세연은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자신의 보좌관에 여성채용을 꺼리는 것은 도의적으로 어긋나는 것”이라며 “보좌진에 최소 50%, 4,5급에 최소 1명은 여성을 채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현선 기자 sun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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