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섬 유원지 지하철 성수역 아래 시민공원 한 부분에서 지난 주말 아름다운 나눔 장터가 열렸다. '아름다운 가게'와 서울시 환경과가 첫째, 셋째 토요일마다 함께 하는 재활용 장터에 개인단위, 가족단위, 학급단위의 미숙한 '장사꾼'들이 좌판을 크게 벌이고 있었다. 옆에서는 흥겨운 라이브 음악 연주도 있고 커피 봉사하는 부녀회도 있어서 한 시간 정도 둘러보고 사고 마시고 하면서 도시 속의 색다른 여유를 가져볼 수 있었다. 한 가게는 사방 1m. 저마다 바닥에 깔개들을 펴놓고 큰 가방에 잔뜩 넣어온 물건들을 늘어놓았다. 초등학교 꼬마가 '한번 보고 가세요'하고 소리도 친다. '한번 보아도 내게 필요한 것이 없구나'하고 응대를 했더니 같이 웃으며 양해를 한다.

모자 속까지 털이 넣어져 있는 섀미 반 코트가 눈에 들어왔다. 겨울 동안의 걷기 운동에 입고 나가기에 딱 필요한 것이다. 12문의 1 가격에 샀다. 집에 남편 책상 위에 전화기가 없어 불편을 느끼고 있었는데 5000원에 하나 샀다.

이날 나도 팔 수 있는 물건을 하나 기증했다. 집에서 쓰던 연자주색의 양질의 커튼 150×240㎝ 두 쪽. 이사를 간 거실 문 크기가 맞지 않아 그냥 보관하고 있었다.

내가 제일 먼저 재활용품을 산 것은 68년도, 소파였다. 당시 폐업하는 요정에서 파는 것이라고 직장 동료가 정보를 주어서 얼른 사게 되었는데 그 소파의 수명은 정말 길었다. 천갈이를 네 번 해서 썼는데 97년에 물물교환센터에서 등나무 소파 세트로 교환해서 쓰고 있다.

대학교 때 쓰던 나무 책상이 지금도 내 방에 있다. 외사촌 형부가 취미로 제작한 것인데 이제 48년이 되었다. 조금 작아서 큰 합판을 상판으로 올려 쓰고 있는데 나중에 넓은 책상이 필요 없게 되면 합판을 걷어내고 자그마한 책상 제 모습으로 볼거리가 될 것이다.

오래 쓴다는 것은 장점이 참 많다. 우선 지구상에 있는 자원을 적게 낭비하는 것이다. 책상을 많이 바꾸었다면 나무를, 쇠를, 합금을 많이 소비했을 것이다. 남이 쓰던 소파를 내가 계속 씀으로써 그 자재 만큼을 지구에 저축해준 것이다. 포장지를 안 쓰거나 적게 쓰거나 재활용해서 쓰면 나무를 그만큼 적게 베어도 된다. 나무는 신선한 공기를 만들고 물을 많이 머금는다. 고쳐 쓰는 것은 의미가 크다. 새 재료는 안 들고 수고료는 지불하니까 돈의 흐름에 기여해서 좋고 그리고 계속 쓸 수 있다는 것은 개인에게 경제적이 된다.

재활용 운동이 자원을 절약하는 생활습관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한 데 덧붙여 더 중요한 가치는 우리의 인식을 바꿨다는 것. 출처를 알 수 없는 물건에 대한 미심쩍음, 두려움, 미신적으로 생각하던 의식, 재수 옴 붙으면 어쩌나 하는 이런 생각들이 없어져 간다는 것이다.

이정자

녹색미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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