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속까지 털이 넣어져 있는 섀미 반 코트가 눈에 들어왔다. 겨울 동안의 걷기 운동에 입고 나가기에 딱 필요한 것이다. 12문의 1 가격에 샀다. 집에 남편 책상 위에 전화기가 없어 불편을 느끼고 있었는데 5000원에 하나 샀다.
이날 나도 팔 수 있는 물건을 하나 기증했다. 집에서 쓰던 연자주색의 양질의 커튼 150×240㎝ 두 쪽. 이사를 간 거실 문 크기가 맞지 않아 그냥 보관하고 있었다.
내가 제일 먼저 재활용품을 산 것은 68년도, 소파였다. 당시 폐업하는 요정에서 파는 것이라고 직장 동료가 정보를 주어서 얼른 사게 되었는데 그 소파의 수명은 정말 길었다. 천갈이를 네 번 해서 썼는데 97년에 물물교환센터에서 등나무 소파 세트로 교환해서 쓰고 있다.
대학교 때 쓰던 나무 책상이 지금도 내 방에 있다. 외사촌 형부가 취미로 제작한 것인데 이제 48년이 되었다. 조금 작아서 큰 합판을 상판으로 올려 쓰고 있는데 나중에 넓은 책상이 필요 없게 되면 합판을 걷어내고 자그마한 책상 제 모습으로 볼거리가 될 것이다.
오래 쓴다는 것은 장점이 참 많다. 우선 지구상에 있는 자원을 적게 낭비하는 것이다. 책상을 많이 바꾸었다면 나무를, 쇠를, 합금을 많이 소비했을 것이다. 남이 쓰던 소파를 내가 계속 씀으로써 그 자재 만큼을 지구에 저축해준 것이다. 포장지를 안 쓰거나 적게 쓰거나 재활용해서 쓰면 나무를 그만큼 적게 베어도 된다. 나무는 신선한 공기를 만들고 물을 많이 머금는다. 고쳐 쓰는 것은 의미가 크다. 새 재료는 안 들고 수고료는 지불하니까 돈의 흐름에 기여해서 좋고 그리고 계속 쓸 수 있다는 것은 개인에게 경제적이 된다.
재활용 운동이 자원을 절약하는 생활습관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한 데 덧붙여 더 중요한 가치는 우리의 인식을 바꿨다는 것. 출처를 알 수 없는 물건에 대한 미심쩍음, 두려움, 미신적으로 생각하던 의식, 재수 옴 붙으면 어쩌나 하는 이런 생각들이 없어져 간다는 것이다.
이정자
녹색미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