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의 뿌리를 찾아서'

2009년까지 한글·영문판 각 50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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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판과 영문판이 동시에 나온 '노리개'편에는 풍부한 자료사진과 더불어 우리의 의복문화와 사회상을 알 수 있는 민화들도 곁들여졌다. 사진은 이화여대박물관 소장의 대삼작 노리개와 신윤복의 '미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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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재 이화여대 교수는 우리 건축물과 공간의 아름다움 및 사상성에 대한 건축시리즈를 완결했다. 사진은 창과 문의 미학적 배치가 돋보이는 금오서원의 정학당.

각 대학 출판사들이 독립 채산제로 전환되면서 전문성을 갖춘 대중서 출간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대 출판부의 기획 문화교양서 '베리타스'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성균관대 출판부가 올해 출간한 '지금 여기의 유학(儒學)' '기후의 반역' 등 역시 호평을 받은 예라 할 수 있다.

연내 1차분으로 한글·영문판 각 10권 선봬

2003년에 독립 채산제로 탈바꿈한 이화여대 출판부는 아예 '글빛'이라는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대중과 거리 좁히기에 나섰다. 최근에 나온 '우리 문화의 뿌리를 찾아서' 시리즈는 우리 문화의 근원을 탐색하고 그 위상을 세계에 알리고자 기획된 대형 프로젝트다. 2009년까지 한글판 50권, 영문판 50권 등 전권 100권 출간을 목표로 국내시장뿐 아니라 해외시장도 공략할 계획을 갖고 있는 야심만만한 프로젝트다. 특히 올해 나올 한글판 10권과 영문판 10권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출품될 예정이다.

문화 분야별로 세분화, 전문적 대중 교양서로

'우리 문화의 뿌리를 찾아서'의 가장 큰 미덕은 해당 분야의 전공자가 아닌 일반 대중이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과 전문적인 내용과 더불어 수준 높은 사진 자료 등을 첨부해 이해도를 높였다는 데 있다. 또 우리 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 문학, 사상, 음악, 미술, 공예, 가구, 음식, 의복, 건축, 놀이 등 우리의 전통문화를 이루고 있는 중요한 영역들을 더 세부적·전문적으로 나눠 다양한 접근을 시도했다. 예를 들어 문학 분야의 경우 탈춤, 민속, 고전 여성문학, 고전 시가 등 장르별로 세밀하게 나눠놓았다. 음악, 미술, 공예 등 다른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 타 대학 교수들도 필진으로 적극 끌어 들였다.

최근 출간된 첫 8권(한글판 7권, 영문판 1권) 중 '한국사 입문'은 국사편찬위원이기도 한 신형식 상명대 교수가 집필했다.

고대 왕국의 성립과 발전으로부터 통일국가의 발달, 조선시대와 근대사회를 거쳐 남북의 분단과 대립이 지속되고 있는 현대사회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역사를 개괄하고 있다.

신 교수는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보다 나은 미래를 열고자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건축분야는 총 5권이 완결됐다. 임석재 이화여대 건축과 교수가 직접 사진도 찍고 집필도 맡아 완성했다. 우리 전통 건축물에 대해 '한국의 지붕·선' '한국의 돌·담·길' '한국의 창·문' '한국의 전통 공간' '한국의 꽃살·기둥·누각' 등으로 세세하게 주제를 나눠 집필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의 건축물이 갖는 조형미에 대한 탐색과 더불어 거기에 깃든 사회적 의미, 동양사상의 영향 등까지 폭넓게 다룬 점이 흥미롭다.

이경자 한국복식문화연구원 원장은 의복 분야의 첫 책인 '전통 한복의 멋·노리개'를 썼다. 조선시대 여인들의 핵심적 장신구였던 노리개가 갖는 상징성과 실용성, 미학적 평가들을 제시했다. 이 책은 영문판도 동시에 출간됐다.

올 상반기 중으로 김말복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의 '우리춤', 이혜순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의 '한국 고전여성작가의 시세계' 등의 한글판 3권과 영문판 9권이 더 출간될 예정이다.

'우리 문화의 뿌리를 찾아서'를 기획한 김용숙 이화여대 출판부장(불문과 교수)은 “그동안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관련서들은 지나치게 전문적이거나 관광안내 책자 수준의 것들이 많았다”며 “이번 시리즈는 전문성은 갖추되 눈높이는 대중에게 맞춘 고급 대중 교양서”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대학이 갖고 있는 무궁무진한 지식의 샘을 대중에게 알기 쉽게 전달하는 작업을 진행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시리즈의 영문판은 이진영 이화여대 통번역 대학원 교수와 이화여대 통번역센터에서 도맡아 하게 돼 대학이라는 거대한 지적·인적 콘텐츠를 갖고 있는 대학 출판부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정림 기자u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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